▲4.2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김석준 후보. 2일 밤 당선 윤곽이 나오자 김 후보가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있다. ⓒ 김보성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진행된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부산 유권자의 선택은 "극단적 세력들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라고 외친 김석준 후보였다. 이번 4·2 재보선에서 부산은 유일하게 광역 차원의 선거를 치렀는데, 지역 민심은 윤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옹호한 이들이 교육에 개입하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 이른바 '심판'이 이루어진 셈이다.
투표함 개표 내내 선두 "민주주의와 부산교육 지켰다"
2일 오후 8시 투표 마감 이후 개표가 이어지면서 부산교육감 재선거 당선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중도·진보를 내건 김석준 후보는 개표 내내 줄곧 선두를 지키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중도·보수를 외치는 정승윤 후보와 최윤홍 후보의 추격에도 그 순위는 끝까지 뒤집히지 않았다.
갈수록 선거의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울면서 희비가 교차했다. 상대 후보 캠프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고, 김 후보 캠프는 박수로 들썩였다. 지지자들은 "김석준"을 연호하며 승리를 반겼다. 3일 새벽 1시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집계(개표율 99.98%)에서 김 후보는 51.13%의 득표율로 정 후보(40.19%)를 10.94%포인트(p) 차이로 따돌렸다. 최 후보는 8.66%를 얻는 데 그쳤다.
두 보수 후보를 꺾고 당선이 확실시되자 김 후보는 지지자들 앞으로 나와 준비한 당선 소감을 발표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부산교육을 지키기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해주신 부산 시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먼저 감사를 표시했다. 이어 "지지 여부를 가리지 않고 두루 소통하면서 위기에 빠진 부산교육을 하루빨리 정상화하겠다"라며 불출마로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에게는 감사를, 경쟁자였던 이들을 상대로는 위로를 전했다.
▲4.2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김석준 후보. 2일 밤 당선 윤곽이 나오자 김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있다. ⓒ 김보성
치열한 선거 분위기 속에서도 두 자릿수 격차 결과가 나온 탓에 지지자들은 환호를 보냈다. 선거 방송을 지켜본 김아무개씨는 "사실상 민주·진보 단일화가 이뤄졌음에도 보수가 총집결하면서 상당히 어려웠던 선거였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어보니 유권자들이 극우세력에게 철퇴를 내렸다"라고 안도감을 나타냈다.
침통한 정승윤, 최윤홍... 보수 두 후보 합쳐도 진보에 뒤져
반면 정 후보와 최 후보 쪽은 완전히 침통한 표정이었다. 무엇보다 친윤석열(친윤)계로 손현보 목사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 '탄핵 반대' 세력인 세이브코리아의 지원까지 받았던 정 후보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두 후보 사이에서 틈새를 노리며 보수이자 교육전문가란 점을 앞세웠던 최 후보도 10% 득표율을 밑돌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하윤수 전 교육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확정으로 진행된 이번 재선거는 양자대결이었던 지난 지방선거와 달리 3파전으로 가면서 승패가 확연히 갈렸다. 보수 후보들은 2차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여론조사 왜곡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채 각자도생을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후보가 보수 결집을 기대하며 윤 대통령 강성 지지층을 모으는 데 공을 들였지만, 일부는 최 후보로 이탈했다.
낮은 투표율이 조직력 있는 보수에 유리하다는 인식도 깨졌다. 부산교육감 재선거 사전투표율은 5.78%로 2014년 제도 도입 이후 광역 단위 중에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집계된 본투표율도 22.8%로 지난해 서울시교육감(26.5%) 보궐선거와 비교하면 저조한 편이다. 간신히 20% 초반대를 기록한 가운데, 투표 참여 유권자들은 보수 후보보다 진보 후보에게 더 힘을 실었다. 특히 고령화 지역인 원도심인 중·동구 등에서 김 후보가 이긴 점도 눈길을 끈다.
다시 부산교육의 수장이 된 김 후보는 당선증을 받자마자 바로 공식 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재선교육감을 지내 '준비된 교육감'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내년이 되면 또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처지다. 불명예 퇴진한 전 교육감이 남긴 임기는 2026년 6월 30일까지로 약 1년 2개월에 불과하다. 이 기간 공약 교육복지·미래교육·민주시민교육 등 부산교육 정상화를 이뤄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4.2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김석준 후보가 언론과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 김보성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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