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털 같은 나날은 생각보다 짧다
우리말 산책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비유적으로 얘기하면서 ‘새털같이 하고많은…’ 따위로 표현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때의 ‘새털’은 잘못 쓴 말이다. 새에게는 털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새는 몸집이 작은 데다 몸뚱이를 덮고 있는 것도 대부분은 굵은 ‘깃’이다. 따라서 털의 개수가 많지 않다. 독수리처럼 머리와 목 근처에는 아예 털이 없는 새들도 있다.
독수리는 보통 수릿과의 참수리와 검독수리 따위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독수리는 본래 머리와 목덜미가 벗어져 살이 드러나 보이는 새를 가리킨다. 독수리의 독(禿)이 ‘대머리 독’ 자다. 즉 “덩치가 크고 힘이 세며, 끝이 굽은 부리와 굵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 새”를 통틀어 ‘수리’라 하고, 그중에서 머리와 목덜미에 털이 없는 새가 독수리다. 달리 말하면 ‘대머리수리’다. 이를 ‘대머리독수리’로도 부르는데, ‘대머리’와 ‘독’이 동의어이므로 의미중복이 돼 바른말로 보기 어렵다.
독수리 외에 꿩과의 새로 공작을 닮은 ‘청란’의 수컷도 머리와 목에 털이 없고, 우리에게 꽤 익숙한 칠면조 역시 머리와 목에는 털이 없다. 키가 큰 황새도 긴 다리에는 털이 없다. 새는 털이 많은 동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하고많음’을 나타내려면 새보다는 좀 더 털이 많은 짐승을 갖다대야 한다. 바로 ‘소’다.
소와 관련해 “쇠털을 뽑아 제 구멍에 박는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쇠털을 뽑아서 다시 제자리에 꽂아 넣을 정도로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함을 뜻한다. 또 “아홉 마리의 소 가운데 박힌 하나의 털”이란 뜻으로, 매우 많은 것 중에서 극히 적은 수를 일컫는 구우일모(九牛一毛)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이처럼 ‘하고많음’을 나타내려면 ‘새털’이 아니라 ‘쇠털’이 제격이다. 여기서 ‘쇠털’은 ‘소의 털’이 줄어든 말이다. ‘소의 귀’를 ‘쇠귀’, ‘소의 뿔’을 ‘쇠뿔’, ‘소의 가죽’을 ‘쇠가죽’, ‘소의 고기’를 ‘쇠고기’로도 쓰는 것과 같은 이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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