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본적인 지침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IAEA 회원국이라면 지켜야 할 지침과 원칙 중에는 ‘그 행동으로 개인과 사회에 예상되는 이득이 그 행동으로 인한 해악보다 커야 한다’는 게 있는데, 오염수 방류가 태평양 생태계와 연안 국가에 끼치는 영향은 크든 작든 해악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여과설비를 거쳤다는 오염수 중 70%는 여전히 기준치보다 훨씬 웃도는 방사능 수치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 중 일부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는 기준치보다 2만 배에 이르기 때문에, 회원국들은 이 같은 지침·원칙을 일본에 적용하라고 IAEA에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평양도서국(PIF) 과학자 패널 자문위원인 아르준 마크히자니(Arjun Makhijani) 박사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이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40년 이상 핵무기 제조시설과 핵실험 등으로 유출된 방사능핵종이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과학자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투기저지대책위원회, 정의당 후쿠시마오염수무단투기 저지 TF, 진보당,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행동 등은 10일 국회에서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아르준 마크히자니 PIF 과학자 패널 자문위원, 숀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전전문가, 반 히데유키 일본원자력정보자료실 대표 등은 이날 토론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민중의소리
“처리수”라는데 일부 탱크 2만배 오염 발견되면 안 될 방사성물질 나타나 IAEA 지침 ‘GSG-8’ 왜 검토 안하나? “누굴 위한 방류? 지침 검토 요구해야”
아르준 박사는 먼저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데 그 대안을 일본과 IAEA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 2021년 4월 후쿠시마 제1원전 다이이치 발전소에 쌓인 130만t에 이르는 오염수를 태평양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이 오염수는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설치된 1천여 개의 탱크에 보관돼 있다. PIF 과학자 패널들과 일본 시민단체·전문가 등은 이 오염수를 방류하지 말고, 10만t급 대형 탱크를 더 지어 10~20년가량 더 보관하거나 시멘트·모레 등을 섞어 고체로 보관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10만t급 탱크는 세계 각국 석유비축기지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시멘트 등과 섞어 고체로 만드는 작업 또한 다른 핵시설에서 시행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충분히 도입 가능한 대안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방류만이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올해 7월부터 방류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방류할 경우, 생태계와 태평양 바다 그리고 인접국에 끼칠 영향은 가늠하기 힘들다. 일본이 아무리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라는 여과설비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다고 한들,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은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염수 탱크 안 삼중수소의 총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 중 한 명인 반 히데유키 일본원자력정보자료실 대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탱크 안 삼중수소는 약 780조 베크렐에 이르며 탱크로 끌어 올리지 못한 원전 건물 내 오염수에 있는 삼중수소는 약 1490조 베크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친원전 세력과 일본 정부 등은 “삼중수소는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세계 각국 전문가들은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체외에 있는 삼중수소는 친원전 세력의 주장대로 위험성이 크지 않지만, 몸의 구성성분이 된 ‘유기결합 삼중수소’(OBT)는 핵분열과 방사선으로 DNA를 파괴하거나 변형시킨다. 김익중 의학박사 등이 이를 일찍부터 경고한 바 있지만, 국내 원자력공학자들과 주류언론은 “괴담”이라며 이 경고를 무시해 왔다. 하지만 저명한 생물학자 티머시 무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생물학과 교수도 비슷한 이유로 삼중수소가 오히려 다른 방사성 물질보다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무쏘 교수는 지난달 전 세계 논문을 분석·발표하는 그린피스 기자회견에서 “삼중수소에 오염된 어패류 등을 섭취했을 경우 감마선보다 2배 이상 내부 피폭 위험이 있고, 이로 인한 생식기·유전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삼중수소가 어떻게 생태계 먹이사슬에 따라 유기결합 형태로 축적되어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는지,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전 전문가가 설명했다.
삼중수소에 대한 우려도 큰데, 일본이 “처리수”라고 주장하는 오염수 안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확인이 안 되는 것도 문제다. 히데유키 대표는 “1천여 개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 중 ‘알프스’로 처리했는데도 방사성 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게 70%”라며 전체 오염수 탱크 중 5%가량은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보다 2만 배나 높다고 짚었다. 일본이 “처리수”라고 주장하는 오염수의 70%가 처리가 안 된 물이라는 것은 IAEA 보고서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아르준 박사도 발견되면 안 될 방사성물질이 일본 측이 제공한 샘플에서 발견되고, 도쿄전력 또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도쿄전력을 신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숀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전전문가(오른쪽)와 반 히데유키 일본원자력정보자료실 대표(왼쪽) ⓒ민중의소리
이에, 아르준 박사는 IAEA 회원국인 일본에 IAEA ‘일반안전지침 8’(GSG-8)을 준수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IAEA 규정에는 IAEA가 “건강을 보호하고 생명과 재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기준을 수립하거나 채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마련된 안전지침 중 GSG-8은 “그 행동으로 개인과 사회에 예상되는 이득이 그 행동으로 초래되는 해악보다 큰지 보고 이득이 크다고 여길 때만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아르준 박사는 설명했다. 이어 아르준 박사는 “(오염수) 방류는 태평양에 있는 일본의 이웃 국가들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라며 “따라서 그 피해가 얼마나 크든 작든 간에 (이웃 국가들이 볼) 피해는 항상 이득보다 크다”라고 강조했다.
즉, IAEA 회원국인 일본이 오염수를 태평양 바다에 방류하게 되면 이 IAEA 안전지침을 어기게 된다는 뜻이다. 아르준 박사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마셜제도, 피지 등 국가들은 IAEA에 일본이 (해당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검토를 요청할 권리가 있고, IAEA도 일본에 요청할 의무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IAEA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토하면서 GSG-8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초에 공개한 IAEA 중간보고서를 보면 GSG-7, GSG-9, GSG-10 등 지침을 검토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GSG-8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IAEA는 크게 10대 안전 원칙을 정하고 있는데, 이중 ‘원칙4’는 아르준 박사가 말하는 ‘GSG-8’ 규정과 유사한 내용이다. 원칙4를 배경으로 지침 ‘GSG-8’이 제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IAEA는 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한 검토에서 원칙1, 원칙5, 원칙6, 원칙7 등 4개 원칙만 고려하고 있을 뿐,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원칙’4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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