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려는가?

트럼프, 대북제재 절차 강화한 ‘아시아 안심법’ 서명 ‘빈축’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려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명했다는 ‘아시아 안심법(Asia Reassurance Initiative Act)’ 얘기다. 이 법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장기 전략과 정책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을 뿐 아니라 특히 트럼프 정부가 대북제재를 해제할 경우 의회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을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대북 정책 관련 210조 등 이 법의 일부 조항을 언급하며 “행정부는 이런 조항들을 최고 통수권자와 미국의 유일한 외교 대표로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독점적 헌법 권한에 따라 일관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정책에 관한 210조는 대북제재를 해제할 때 30일 이내에 의회에 관련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더욱이 이 법은 “북한(조선)이 불법 활동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때까지 대북 제재를 계속 부과하는 것”을 대북제재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라고 못 박고 있다.
그래서 국내 수구세력에선 “새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조선) 국무위원장이 직접 2차 정상회담 용의를 언급하는 상황에서도 북한(조선)을 향한 미국의 압박은 계속되는 모양새”(조선일보 홈페이지)란 분석이 나왔다.
앞서 지난달 초 미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됐을 때엔 “트럼프 행정부가 가시적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비핵화를 이루기도 전에 대북 제재를 해제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입법을 한 것”(동아일보 12월7일자 사설)이란 관측도 있었다.
당연히 법 자체가 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나마 다행(?)이랄 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게 지난해 말이고, 법안 발의 주체가 반북 성향이 강한 미국 의회란 사실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2일 김정은 북한(조선) 국무위원장에게서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김정은으로부터 멋진 친서를 받았다. 그들은 이같은 편지를 쓴 적이 없고, 훌륭한 친서였다”면서 “북한(조선)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많은 진전을 이뤘다. 우리는 진정으로 매우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고 호평했다. 이어 “우리는 6개월 전 싱가포르에서 만났고, 아마도 또 한 번의 만남을 가질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만나길 원하고 있고 나도 그렇다.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미국 주류언론들조차 앞 다퉈 보도 분석하며 관심을 집중했던 지난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의 대미관계 관련 핵심 열쇠말 하나가 바로 ‘새로운 길’이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다만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완곡하지만 무겁게 미국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다.
신년사에서 언급한대로 미국이 지난해처럼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북미관계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으리란 건 불 보듯 뻔하다.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6월 미국 대통령과 만나 유익한 회담을 하면서 건설적인 의견을 나누었으며 서로가 안고 있는 우려와 뒤엉킨 문제해결의 빠른 방도에 대하여 인식을 같이했다고 생각”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여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끔 하려면 올해 미국은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려해선 안 될 것이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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