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고양이의 극단적 번식…짝짓기 뒤 수컷 모두 죽어


조홍섭 2019. 0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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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처럼 생긴 소형 유대류…처음이자 마지막 짝짓기에 모든 걸 쏟아부어

s1.jpg» 암·수 쥐처럼 생겼지만, 유대류인 칼루타. 곤충처럼 짧은 생애에 많은 자손을 남기는 쪽으로 진화했다. 제네비 헤이스 제공.

길바닥 여기저기 죽은 매미가 나뒹군다. 여러 해에 걸친 땅속 생활을 마친 매미가 불과 몇 주 동안 벌인 짧고 강렬한 짝짓기 철을 마친 것이다. 매미처럼 평생 한 번 짝짓기하고 삶을 마치는 번식전략은 곤충에서 흔하지만, 포유류에서도 드물게 나타난다.

오스트레일리아 북서부 필바라 지역에 서식하는 ‘칼루타’란 주머니고양잇과의 동물이 그런 식으로 번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네비 헤이스 오스트레일리아 서호주대 생태학자 등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들은 ‘동물학 저널’ 봄 호에 실린 논문에서 “번식기 전까지 암·수 성비가 비슷하지만 격렬하고 짧은 짝짓기 철이 벌어진 뒤 암컷보다 훨씬 크고 건강하던 수컷은 모두 죽는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평생 한 번 번식하고 죽는 전략이 주머니고양잇과에서 독립적으로 두 차례 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런 극단적 번식법의 등장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에 75종이 사는 주머니고양잇과 동물의 약 20%가 이런 식으로 번식한다.

s2.jpg» 수컷은 짝짓기 철 면역체계가 붕괴하는 걸 감수하고 짝짓기 경쟁에 매달린다. 제네비 헤이스 제공.

흰개미 등 곤충을 잡아먹는 칼루타는 무게 20∼40g으로 쥐처럼 생긴 소형 유대류이다. 10달이면 성숙하는데, 먹이가 풍부해지는 9월 초 2주일 동안의 짝짓기에 모든 걸 쏟아붓는다.

일처다부제이지만, 수컷은 가능하면 많은 암컷과 한 번에 14시간에 이르는 교미를 한다. 수컷은 짝짓기철 1∼2달 전부터 정자 생산을 멈추고 대신 치열한 짝짓기 경쟁에 대비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생산에 나선다.

이런 전략은 수컷의 몸에 치명적 대가를 부른다. 스트레스와 탈진으로 면역체계가 붕괴해, 짝짓기 뒤 피부병, 내출혈, 감염 등으로 모든 수컷이 새끼가 태어나는 걸 보지 못하고 죽는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도 짝짓기를 마친 수컷은 고환 수축과 정자 고갈 등 생식기관 노화로 다시 번식에 이르지 못한다”며 “암컷은 대체로 2차례 번식해 한 번에 8마리까지 새끼를 낳는다”고 밝혔다.

CreditGenevieve Hayes-1.jpg» 유대 동물인 칼루타가 주머니 속에 낳은 콩알만 한 새끼들. 제네비 헤이스 제공.

이처럼 극단적인 번식 방법이 진화한 이유는 뭘까. 먼저 암컷은 수정하기 전 며칠 동안 여러 수컷과 짝짓기해 정자를 보관한다. 그 결과 “정자 경쟁이 치열해 큰 수컷일수록 몸집에 견줘 훨씬 큰 고환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컷은 오래 사는 것을 포기하는 대가로 더 많은 암컷을 수태시키는 쪽을 선택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헤이스 박사는 “오스트레일리아 고유종인 이 유대류가 호주의 다른 포유류와 달리 멸종위험에 빠지지 않은 것도 이런 빠른 생활사 덕분”이라고 밝혔다.

Hesperian_Triodia_hummock_grassland-1.jpg» 칼루타의 주 서식지인 오스트레일리아 서북부의 건조한 초원 지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ayes, G. L. T. et al. Male semelparity and multiple paternity confirmed in an arid-zone dasyurid. Journal of Zoology (2019). https://doi.org/10.1111/jzo.1267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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