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한국 어문학의 손오공

 [우리말과 한국문학] 글로벌 시대, 한국 어문학의 손오공

  •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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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2   |  발행일 2022-09-22 제22면   |  수정 2022-09-22 06:42
亞문학의 대표작 '서유기'속
인간 조력자 등장한 손오공
한류의 기반, 韓어문학 자료
가치 드높인 외국인 연구자
글로벌 문화시대의 손오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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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한국의 어문학 자료는 한류 문화의 기반이다. 훌륭한 소설과 희곡이 없었다면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시대의 한국어문학 자료를 이야기하면 범아시아적인 문학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예로 '서유기'가 있다. 전후 작가 최인훈은 반독재 성격의 '서유기'라는 장편소설을 쓴 바 있다. 그리고 2017년 말에 나온 악귀들의 권선징악 이야기를 다룬 tvN 드라마인 '화유기'도 있다.

왜 '서유기'가 글로벌적일 수 있고 범아시아적일 수 있을까? 아마도 손오공이라는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손오공은 인간보다 더 강하면서도 인간을 존중한다. 그의 중요한 업적은 삼장(三藏) 법사 일행을 수호해 서천(西天)의 불법을 습득하게 도와주었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손오공의 원형은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의 하누만(Hanuman) 신에 있다. 실제로 하누만은 인도에서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신의 존재이다. 즉 문학 속의 하누만은 종교 지상주의적인 인도에서 외국인인 손오공처럼 인간에게 학습을 돕는 인물이 아닌 것이다.

한국인에게도 외국인 손오공이 있을까? 8세기의 한국인 혜초 스님이 중국의 현장(玄장) 법사와 다르게 문학적으로 재현된 바 없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혜초 스님은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인도 기행을 '왕오천축국전'으로 저술했다는 사실이 일제강점기 일본인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한국인 스님이 일찍이 위대한 문헌을 남겼다는 사실을 발굴했다는 점에서 그 일본인 연구자들은 혜초 스님의 외국인 손오공으로 간주될 여지가 있다.

식민지시기 당시 혜초 스님을 연구하며 한국에 보물을 가져다주는 손오공도 있었다. 그는 오타니 고즈이(大谷光瑞)이다. 한국인에게는 물론이며 많은 일본인들에게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고고학 학자였다. 그는 당시 일본 천황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조선에 거주했고, 세계 각지에서 유명한 사람들과 만나 유람하며 수집한 보물들을 자기의 집으로 가져와 소장했다. 비슷한 사례로 타국의 보물들을 소장해온 대영박물관이 있다. 오타니 고즈이가 조선에 남기고 간 보물들은 현재의 서울 국립박물관에서 적지 않게 보존되고 있다. 일단, 박물관은 훌륭한 학습의 공간인 만큼 오타니 고즈이의 행위는 글로벌 시대의 관점에서 손오공적일 수 있다.

원숭이 인물 말고는, 한국의 고전 작품 '삼국유사'에 당나귀의 귀를 가진 인물이 나온다. 그는 신라의 경덕왕이다. 그리스의 미다스 왕도, 아나톨리아의 왕도 당나귀의 귀를 갖고 있었다. 어쩌면 당나귀의 귀를 가진 왕들이 손오공처럼 범세계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동물의 얼굴을 하는 수호신 인물로는 인도 시바 신의 수호자인 난디가 있다. 난디는 소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중국에 소 같은 얼굴을 한 옌디(炎帝)인 신농씨(神農氏)가 있다. 만약 옌디가 황디(黃帝)로 인해 중국을 떠나 인도로 가게 되어 난디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는 곧 인도에 들어온 손오공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 어문학을 연구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손오공일 것이다. 특히 자국을 떠나 한국에 와서 한국 어문학을 연구하는 외국인들은 가치를 수호했다는 점에서 손오공이다. 손오공을 통해 알 수 있듯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서 외부 문화의 장점을 알아볼 줄 알고 가치를 찾아낼 줄 안다는 것이 연구자의 바람직한 태도이다. 단일화나 쇄국적인 태도가 건전하지 않은 만큼 외국인과 내국인이 각자 어떻게 한국 글로벌 시대의 손오공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칸 앞잘 아흐메드 경북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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