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하는 윤전추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성호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은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입니다. 윤 행정관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2014년 4월 16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아래와 같이 증언했습니다. (관련기사: 윤전추가 밝힌 박근혜 7시간 행적 재구성)
[오전 8:30] 박 대통령, 관저에서 윤전추 행정관과 비공식 업무 진행 [오전 9:00] 박 대통령, ‘관저 집무실’로 들어감 [오전 중] 윤 행정관, ‘관저 집무실’ 입구에 가글액 놓음 [오전 중] 윤 행정관, ‘관저 집무실’ 입구에서 박 대통령에게 직접 서류 전달 [오전 중] 안봉근 당시 제2부속비서관, ‘관저 집무실’에 들어갔다 나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오찬 전에 나간 것으로 안다”) [점심께] 박 대통령, 관저 내 식당으로 이동 [점심께] 박 대통령, 10~15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관저 집무실’로 이동 [오후중] 정호성 당시 제1부속비서관, ‘관저 집무실’에 들어갔다 나옴(“정호성 비서관이 급하게 올라왔다”) [오후 중] 미용실 원장 등 2명, ‘관저 집무실’에 들어감 [오후 중] 20여분 뒤 미용실 원장 등 2명, ‘관저 집무실’에서 나옴 [오후 중] 윤 행정관, 관저 의상실에서 박 대통령에게 민방위 복 입힘
윤전추 행정관이 밝힌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저 상황, 증언을 보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나왔던 다른 진술과는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어떤 진술이 엇갈렸는지 정리해봤습니다.
① 올림머리 20분 만에 끝났다.
세월호 7시간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 중의 하나가 그 긴박한 상황에서 ‘올림머리’를 했다는 부분입니다. 보통 올림머리는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윤 행정관은 미용실 원장 등 2명이 관저 집무실에 갔고, 20분 만에 머리를 끝내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20분 만에 올림머리를 끝냈다는 진술도 이상하지만, 왜 머리를 했는지도 의문이 듭니다. 윤전추 행정관은 탄핵소추 위원이 “그 긴박한 상황에서 왜 머리 손질을 했느냐”고 질문하자 “그건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윤 행정관 “그때 당시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긴 머리를 풀어헤치거나 하진 않아 단정해 보였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비서 역할을 하는 행정관이 볼 때도 단정해 보였던 머리를, 국민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굳이 해야 했는지는 아직도 이해되기 어렵습니다.
② 최순실 ‘청와대에 간 적 없다’ 윤전추 ‘만나 인사했다’
헌재 탄핵심판 변론기일과 별도로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최순실씨의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날 검찰은 최씨의 진술이 담긴 피의자 조서를 공개했습니다. 이 조서를 보면 최순실씨는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 외에 아무도 모르고, 청와대를 출입한 사실도 없다. 비선 실세 의미도 모른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최순실씨가 피의자 조서에서 밝힌 진술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다고 처벌 대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윤 행정관의 경우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위증죄 등의 처벌을 받기 때문에 최씨의 청와대 출입은 확실해 보입니다. 다만, 윤 행정관은 ‘최씨가 의상 업무에 한정했다’라고 말함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진술했습니다. 진실과 거짓을 혼합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③ 김장수 ‘YTN 보시라’ 윤전추 ‘TV가 없다’
윤전추 행정관은 오전에 박 대통령에게 서류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행정관이 전달한 서류는 ‘오전 10시에 서면 보고를 했다’는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의 진술과 같습니다.
당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박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와 함께 전화로 “더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시려면 YTN도 같이 보시는 게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윤전추 행정관은 ‘박 대통령이 있던 집무실에는 TV가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장수 전 실장은 관저에 TV가 없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만 있었다’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윤 행정관은 노트북 컴퓨터로 볼 수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나이를 감안하면 YTN 생중계를 노트북으로 봤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 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저에서 ‘서면보고와 전화보고를 통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컨트롤 타워는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 상황에서 지시를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한정된 정보만을 가지고 별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탄핵 사유 중의 하나인 국민의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고 봐야 합니다.
▲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게이트 1차 공판 관련 조선일보 1면 보도 ⓒ조선일보 캡처
박 대통령 측 “소크라테스, 예수도 군중재판에 십자가”
윤전추 행정관의 진술이 100% 진술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의 두 차례 전화 통화에 대해서는 ‘자신은 연락한 적은 없다’라면서도 박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했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중요한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대답하기 곤란하다”라며 증언을 피해가기도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증인들과 관련자들의 진술이 계속 엇갈리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는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군중 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라며 탄핵 심판을 마치 ‘마녀재판’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치주의 국가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해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소크라테스나 예수처럼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고 변명하는 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최순실씨를 보안 절차 없이 청와대에 출입시켰던 인물로 지목 받는 이영선 행정관은 헌재 탄핵심판 공개 변론에 불참했습니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은 다양하고 정확한 증거와 진술을 통해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측의 관련자들은 나오지도 않고, 조직적으로 ‘이념 전쟁’이나 ‘마녀 심판’ 등으로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을 비난하고 물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5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을 경향신문은 1면에서 ‘시민 항쟁이 시작됐다’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박근혜 측 서석구 변호사는 “국회가 탄핵 소추 사유로 주장하고 있는 촛불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 촛불 집회 주도 세력은 민주노총”이라며 촛불민심을 불순 세력의 작품으로 몰아갔습니다. 국민들을 아무 생각 없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개, 돼지’로 생각하는 듯한 발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던 천만이 넘는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은 단순한 감정으로 ‘박근혜 물러가라’를 외친 것이 아닙니다. 상식적인 기준으로 여러 사실과 정황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녀를 탄핵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상식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탄핵심판’ 과정과 ‘최순실 게이트’ 공판 과정에서 누가 헌법과 법을 무시하고 거짓을 말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거짓이 난무하는 시대, 그래도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이 입증되길 바랍니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상임대표 고희철 기자 khc@vop.co.kr 발행 2024-06-06 16:14:31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전면으로 부상해 4.10 총선 결과 민주당의 한 축을 이뤘다. 대개 언론에는 ‘친명 강경파’ 조직으로 소개된다. 지난 2일 2기 강위원 상임대표가 선출됐다. 한총련 의장을 거친 강 대표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여민동락 공동체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민형배 구청장 시절 광산구노인복지관장 등을 거쳐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일정을 총괄했고, 그 뒤 당대표 특보와 혁신회의 1기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혁신회의는 국회의원 31명을 배출해 당내 최대 정치세력으로 불린다. 강 대표 본인은 경선에서 사퇴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지만 상임대표가 됐다. 그러나 혁신회의와 강 대표는 언론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언급된다. 친명, 강경, 팬덤, 개딸 등의 연관어와 함께. 특히 국회의장 후보 경선으로 촉발된 당원민주주의 논쟁은 부정적 보도 증가에 기여했다. 3일 여의도의 오피스텔에 자취방처럼 차려진 혁신회의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묻고자 한 것은 간단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을 장악했다는 비판과 극성 팬덤을 앞세워 국회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3 ⓒ민중의소리 1시간을 예정한 인터뷰는 2시간 30분을 넘겨 간신히 ‘중단’됐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할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은 영광군과 광산구와 경기도를 넘나들었고, 5.18정신과 김대중, 노무현도 수시로 언급됐다. 특히 언론의 당원민주주의 폄하에 강하게 반박했다. 친명만 공천되고 비명은 탈락한다는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에 강 대표는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작업을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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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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