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공연하고 싶다”

고베조선고급학교 취주악부.무용부 콘서트 열려
고베=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
승인 2018.12.25  16:37:07
페이스북트위터
  
▲ 지난 23일 오후 2시 반 일본 효고현 다카라즈카 시 소리오홀에서 제9회 고베조선고급학교 취주악부와 무용부의 ‘취주악의 시의 밤’ 콘서트가 열렸다. 마지막 곡 '임진강'이 끝난 뒤, 학생들의 배경 영상에 한반도기(단일기)가 등장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고국 방문 수학여행 학생들 선물 압수, ‘조선’이라는 문구 외면, 점점 줄어드는 학생 수.
재일 고베조선고급학교 학생은 5백여 명의 관람객을 울렸다. 일본 아베 정부의 재일동포에 대한 탄압을 한창 뛰며 미래를 그릴 나이의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자신들을 지지하는 일본 시민들을 위해 학생들은 갈고닦은 연주로 보답했다.
지난 23일 오후 2시 반 일본 효고현 다카라즈카 시 소리오홀에서 제9회 고베조선고급학교 취주악부와 무용부의 ‘취주악의 시의 밤’ 콘서트가 열렸다.
콘서트는 고베조선고급학교를 지원하는 일본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마련됐다. ‘모든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모든 아이들이 빛나도록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시민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무대였다.
고베조선고급학교 취주악부는 1949년 개교와 함께 활동했으며, 재일조선학생중앙예술경연대회에서 28년 연속 금상을 받은 저력 있는 동아리. 두 개의 음반을 발매해 화제를 받고 있다. 무용부도 2007년부터 재일조선학교중앙예술경연대회 군무부무에서 12년 연속 금상을 수상했다.
  
▲ 고베조선고급학교 취주악단이 첫 곡 '설련~가름길에서'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고베조선고급학교 무용단이 조선무용 '화란'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콘서트는 이명미 학생의 사회로 1시간 15분 동안 진행됐다. 이명미 학생은 취주악단과 무용단이 공연마다 등장해 곡을 소개했다. 특히, 학생들의 현재 상황을 들려주는 편지글을 읽자, 관람객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이명미 학생은 지난 6월 북한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생들의 물품을 일본 당국이 압수한 이야기를 꺼냈다. 일본 당국의 압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학생들의 상처는 컸다.
당시 평양을 다녀온 학생들이 일본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일본 세관이 기념품과 선물을 모조리 빼앗은 것. 일본 정부가 2012년 재일 조선학교에 대한 무상화 제외방침을 내린 뒤, 학생들에 대한 탄압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일본 사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명미 학생은 “고교무상화 제외방침에 항의하는 뜻으로 길거리 서명운동을 받고 있는데, 한 시민이 다가와 서명을 해줄 것처럼 하더니 ‘조선’이라는 글자를 보고 그냥 지나쳤다”고 울먹였다.
게다가 이명미 학생은 “이번이 마지막 공연이 될지도 모른다. 취주악 동아리에 가입할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앞으로도 공연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력 있는 동아리가 사라질 위기. 하지만, 40여 명의 취주악단은 천수일 교사의 지휘 아래 실력을 뽐냈다.
이들은 ‘설련~가름길에서’, ‘한아름’, ‘고동-세기를 넘어’ 등의 곡을 연주했다.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학교다’라는 노래도 불렀고, 무용단은 조선무용 ‘화란’을 선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곡으로 연주한 ‘임진강’ 선율에 관람객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 노래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다'라는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 뒤로 배경 영상에 '빛내이자 4.24!, 지켜가자 민족의 넋!'이 적힌 팻말이 등장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마지막 곡 '고동-세기를 넘어'를 연주하는 취주악단. 2001년 천수일 교사가 작곡한 곡으로, 고베조선고급학교를 대표한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5백여 명의 관람객들이 박수와 눈물로 학생들을 응원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마지막이었을 지도 모를 콘서트. 하지만 이명미 학생은 “일본 정부의 탄압에도 학교를 지키고 재일동포로 당당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5백여 명의 관람객들은 박수로 응원했다.
이날 콘서트를 마련한 ‘취주악과 시의 밤’ 실행위원회 사사키 모토후미 대표는 “오늘을 사는 우리, 서로의 존재를 함께 확인하자”며 “우리가 모두 서로를 존중하며 평화롭고 건강하게 함께 살아나가는 것이야말로 공통의 소원이라는 것을 서로 확인하자. 우리는 여러분의 고등학교 생활을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 고베조선고급학교 학생들의 모습이 배경 영상에 담겼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한편, 이날 콘서트에 앞서 일본을 방문한 ‘김복동의 희망’은 허경 고베조선고급학교 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미향 ‘김복동의 희망’ 공동대표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이자 여성 인권운동가인 김복동 할머니의 마지막 뜻이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2019년부터 진행될 1개 조선고급학교당 한 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허경 교장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김복동 할머니의 뜻을 잘 받겠다. 장학생 사업에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복동의 희망’은 허경 교장에게 지원금 50만 엔을 전달했으며, 허 교장은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评论

此博客中的热门博文

[인터뷰] 강위원 “250만 당원이 소수 팬덤? 대통령은 뭐하러 국민이 뽑나”

‘영일만 유전’ 기자회견, 3대 의혹 커지는데 설명은 ‘허술’

윤석열의 '서초동 권력'이 빚어낸 '대혼돈의 멀티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