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해설책’이 왜 납북자 기념관에 있을까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1 07:00
소장자료 검색 서비스에 등록된 유물은 2.1%뿐
8만2959명. 정부가 추정하고 있는 6·25전쟁 때 북한에 끌려간 전시(戰時) 납북자 숫자다. 10만 명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억류된 국군 포로도 8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그렇게 한(恨)이 남았다. 역사는 기록이다. 정부는 그 한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기념관을 설립했다.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기념관)이 2017년 겨울 세워졌다. 181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지난해에도 기념관 운영에 13억원이 넘는 예산이 사용됐다. 의미 있는 예산이다. 납북 피해자와 그 가족을 위로하고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을 넘어 이 문제를 과거가 아닌 현재의 문제로 인식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예산이기 때문이다.
기념관은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을까. 2017년 개관 이후 지금까지 12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 방문객들은 어떤 유물을 보고 갔을까.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기념관이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구입한 유물 702건 중 6·25전쟁 납북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유물은 46건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는 6.6%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3년간 유물 구입에 대략 2억6000만원을 사용했는데, 납북자와 직접 관련 있는 유물 구입에 사용한 금액은 약 1600만원(6.2%)에 불과했다.
기념관이 구입한 구체적 유물 내역을 보면, 기념관이 스스로 밝힌 ‘주요 납북 인사 관련 자료’를 우선 수집하기 보다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분단의 아픔을 그린 대중문화 자료나 6·25전쟁 관련 고증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 사례가 1960~80년대에 발매된 대중가수들의 LP음반이나 6·25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포스터나 시나리오 등이다. 이런 상품 상당수는 지금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한글 맞춤법 해설 책자, 1979년에 나온 국방부 군가집, 1930년대의 카메라 3대, 평양에서 제작한 조선행정구역도 괘도 등 기념관의 취지와 어울리는지 의심이 되는 유물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납북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기념관에서 관련 유물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납북 인사나 납북자 가족과 관련된 유물 발굴에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구색 맞추기 식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유물 구입해 놓고 등록은 고작 15건
기념관은 유물 구입만 해놓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부분에서도 미흡함을 보였다. 기념관 홈페이지 ‘소장유물 검색’ 서비스에 등록돼 있는 유물은 고작 15건에 불과했다. 3년간 구입한 유물의 2.1%밖에 되지 않는 수치다. 등록된 유물은 10건이 삐라, 2건이 조용필 3집 음반 같은 LP음반 등이었는데, 등록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립민속박물관의 경우 2019년 구입한 유물의 98.7%를 소장자료 검색 서비스에 등록했다. 구입한 유물에 대한 기념관의 대국민 정보 제공 수준은 상대적으로 매우 떨어지는 셈이다.
기념관은 유물 구입 선정 이유와 가격 결정 이유 등을 정리한 결과보고서도 만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건영더불어민주당의원#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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