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현장실습을 나갔다 사고를 당한 홍정운 군이 업체와 맺은 현장실습협약서에는 ‘초기 적응기간’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잠수 처럼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면서 제대로 된 업무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다.
8일 <민중의소리>가 확보한 현장실습협약서를 보면 실습 시간, 휴식 시간, 주당 휴일 등을 규정하고 있다. 홍 군은 현장실습을 나간 S해양레저 황모(48) 대표로 부터 하루 7시간, 주 35시간 실습하고, 하루 휴식시간은 60분, 1주 2회의 휴일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현장실습 초기의 적응기간’을 적도록 한 부분은 빈칸으로 남아있다. 업무 적응 기간이 보장되지 않은 것이다.
홍 군은 지난달 27일부터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실습기간은 오는 12월 말까지 3개월이었지만, 초기 업무 적응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작업에 투입됐다가 실습 시작 9일만인 지난 6일, 업무중 익사했다.
협약서는 실습생을 특별보호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협약서 10조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따라 도덕상, 보건상 유해·위험한 사업에 현장실습을 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시행령에 따르면 75cm 이상의 기계를 사용해 목재를 가공하는 업무, 정전·활선작업, 건물 해체, 추락·낙하 위험작업 등과 함께 잠수작업을 보건상 유해·위험한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규정은 무시됐다. 홍 군은 실습업체 대표 지시에 따라 요트 밑 조개 제거 잠수작업을 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협약서 5조는 “현장실습생의 신체적 부담 능력을 고려해 실습 과제를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홍 군은 발밑이 닿지 않는 물에는 트라우마 때문에 들어가지 않는다. 2년 전, 인근 수영장에서 잠수 실습을 했는데, 5m 깊이의 풀에서 실습하다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것이다. 같은 반 친구 A(18) 군은 “그 친구는 발이 바닥에 닿는 학교 해양실습장에 한 두 번 들어가는 것도 힘들어했다. 바다 실습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해경은 홍 군이 잠수 자격증을 취득한 적 없다고 추정하고 있다. 결국, 실습업체 대표 황 씨는 홍 군의 신체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잠수장비를 입혀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강행한 셈이다. 협약서 7조는 ‘현장실습생은 실습 기간에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권리는 무시됐고 위험한 작업에 내몰렸다가, 결국 사고를 당해 숨졌다.
홍 군 협약서에서 또다른 빈칸은 현장실습 수당을 규정하는 13조다. S레저측은 홍 군에게 매월 25일 실습 수당을 지급하기로 약속하면서도 지급 금액란은 비워뒀다. 얼마를 줄지 확정하지 않은 것이다. 실습생이라고 하더라도 법정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S업체가 최저임금 법규를 지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실습표준협약서는 실습생이 받아야 할 최소한의 대우와 보호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협약서 이하 대우는 불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홍 군의 사례에서 보듯, 현실은 표준협약서가 규정하는 최소한의 보호도 무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장실습생을 학생과 노동자 사이의 모호한 지위로 두기보다는 노동자로 규정하고 보다 확실한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상현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이사장은 “실습이 곧 학습이고 노동이 아니라는 인식은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주장”이라며 “학습만 강조할 게 아니라 전면적으로 노동법을 적용받게 하는 것이 현장실습생을 더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상임대표 고희철 기자 khc@vop.co.kr 발행 2024-06-06 16:14:31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전면으로 부상해 4.10 총선 결과 민주당의 한 축을 이뤘다. 대개 언론에는 ‘친명 강경파’ 조직으로 소개된다. 지난 2일 2기 강위원 상임대표가 선출됐다. 한총련 의장을 거친 강 대표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여민동락 공동체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민형배 구청장 시절 광산구노인복지관장 등을 거쳐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일정을 총괄했고, 그 뒤 당대표 특보와 혁신회의 1기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혁신회의는 국회의원 31명을 배출해 당내 최대 정치세력으로 불린다. 강 대표 본인은 경선에서 사퇴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지만 상임대표가 됐다. 그러나 혁신회의와 강 대표는 언론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언급된다. 친명, 강경, 팬덤, 개딸 등의 연관어와 함께. 특히 국회의장 후보 경선으로 촉발된 당원민주주의 논쟁은 부정적 보도 증가에 기여했다. 3일 여의도의 오피스텔에 자취방처럼 차려진 혁신회의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묻고자 한 것은 간단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을 장악했다는 비판과 극성 팬덤을 앞세워 국회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3 ⓒ민중의소리 1시간을 예정한 인터뷰는 2시간 30분을 넘겨 간신히 ‘중단’됐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할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은 영광군과 광산구와 경기도를 넘나들었고, 5.18정신과 김대중, 노무현도 수시로 언급됐다. 특히 언론의 당원민주주의 폄하에 강하게 반박했다. 친명만 공천되고 비명은 탈락한다는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에 강 대표는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작업을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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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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