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도지사 김진태가 ‘레고랜드’의 빚보증 이행을 거부하면서 기업채권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지난 5월 개장한 ‘레고랜드’는 춘천 하중도에 건설된 테마파크이다. 레고랜드 시행사는 강원중도개발공사이고, 아이원제일차라는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어 자산유동화증권(ABCP)*을 발행하여 2050억원 자금을 끌어모았다.
* 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란 자산담보기업어음으로, 자산이나 신용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모으는 파생상품이다. ABCP는 부동산파이낸싱(PF)의 하나이다.
레고랜드 ABCP판매는 주간사로서 BNK증권이 담당했고, 강원도가 지급을 보증했다. 여기에 신한투자증권(550억원), IBK투자증권(250억원) 등 11곳이 투자했다. 그런데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 힘 김진태 도지사가 9월 28일 레고랜드 회생절차를 선언하고 지급보증을 거부함으로써, 레고랜드는 지난 6일 최종부도처리되었다. 김진태 도지사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을까?
레고랜드 부도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지방자치단체가 지급보증하는 최고신용등급(A1) 채권에서 디폴트가 발생하자 국고채, 회사채, 단기어음(CP) 등 채권시장 전체가 급속하게 얼어붙으며 기업들은 자금경색에 내몰리게 되었다. 강원도가 허둥지둥 다시 레고랜드 채권에 대해 내년 1월 지급보증을 약속했지만 이미 폭탄은 터진 뒤였다.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해도 팔 수 없게되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은 약 9조원으로 작년과 재작년 11조원 정도에 비추어 보면 2조원 가량이 줄었다. 10월 들어 보름동안 회사채 발행액은 1조 2천억원으로 일평균 15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은행채는 지난달 25조원으로 매일 1조원씩 발행되었다. 이는 예년과 비교하면 2~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기업들이 기업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되자 은행대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참여자들도 기업채권보다는 신용리스크가 적은 은행채로 몰리는 탓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기업대출 자금여력이 부족하여 가계대출에 대한 회수에 나서게 되고 가계부채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와중에 강원도가 어떤 경우에도 상환하도록 약정되어있는 레고랜드기업어음을 고의로 부도냄으로써 채권시장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기업채권시장 경색에는 최우량등급(AAA) 한전이 6%금리로 23조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하면서 기업채권시장을 싹슬이 한 것도 한 몫했다. 회사채금리도 평균 4%대에서 1년반 만에 3배이상 뛰었다. SK하이닉스 역시 5.34%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우량기업들이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쓸어가니,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과 판매에 엄두를 못내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지방, 중소건설사, 부동산PF대출이 많은 증권사, 스타트업체들의 연쇄부도설이 확산되고 있다. 다른 지방자자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지급보증한 ABCP는 3개월~1년 만기로 1조 3천억원 규모에 이른다. 그런데 강원도 지급보증거부사태를 확인한 채권자들이 대출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진태가 던진 돌맹이가 한국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김진태 도지사가 당긴 방아쇠는 한국 금융의 약한 고리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파열구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이 그림자금융은 750조 3천억원에 달하고, 금융연구원은 이중 202조 6천억 정도(28%)가 부실화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97년 IMF와 비슷한 양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가계부채, 무역적자와 경기침체, 부동산 가격폭락 등의 악재들과 연결되면 취약기업, 취약증권사의 연쇄부도는 현실로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잔액 1조 6천억원을 투입하여 회사채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은 어림없다는 반응이다. 연이어 금융당국은 채권펀드 20조 재가동 계획을 밝히고, 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여력을 기존 6조원에서 8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하였지만, 금융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위기에 선제대응, 거시종합대응 보다는 건건대응, 사후대응, 늦장대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는 안심하라는 이야기만 한다.
국민의 힘 김진태 도지사가 레고랜드 부도라는 위험한 선택을 한 데는 어설픈 정치셈법이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전 지사가 실행한 정책을 지워버리고 자신을 부각하고 싶었던 것이다. 문제는 김진태 도지사가 보복정치에 눈이 멀어 취한 무식한 조치가 한국경제의 급소를 때렸다는데 있다. ‘블랙스완’이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검은 백조’라는 말인데,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동반하는 사건을 의미한다. 영국 수상 리즈 테라스는 45일만에 사임했다. 테라스는 신자유주의 전도사였던 대처 전 수상을 본받겠다 했다. 그런데 취임하자마자 7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감세정책을 추진함으로써 파운드화 폭락, 국채금리 급상승 등 영국 금융위기를 심화시키고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바보짓을 하다가 수상자리에서쫓겨나고 말았다. 그래서 세상은 리즈 테라스를 현재 세계경제 위기의 블랙스완이라고 조롱하였다. 그런데 김진태 도지사가 딱 한국경제위기의 블랙스완이다. 자기가 하는 짓이 무슨 짓인지도 모르고 서툰 짓을 하다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 윤석열이라고 다를까. 윤석열 정부의 감세규모도 5년동안 60조원에 이른다. 기업채권시장이 경색되는 국면에서는 한전운영자금 부족문제는 채권발행이 아니라 재정으로 해결하고 기업채권시장의 숨통을 튀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감세정책으로 정부세수를 줄이고 있다. 그리고 재정건전성, 공기업 적자타령만 앞세우면서 한전을 채권발행으로 내몰았다. 결국 기업채권시장 경색이 가중되고 있다. 그런데도 달라질 생각이 없다. 이 바탕에는 결국 문재인 정부 정책을 지워버려야 한다는 생각, 전 정권의 정책문제를 수사를 통해 보복해야 한다는 것 말고는 없다. 외환위기, 부채위기라는 쌍둥이 금융위기가 몰려오고 있는데, 거국적인 비상한 대책을 세우지는 않고 야당보복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윤석열이 압수수색말고는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 윤석열은 정말 한국경제위기를 불러오는 진짜 블랙스완이 되려는 것일까. 또다시 국난이라는 대형사고가 날까 우려스럽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상임대표 고희철 기자 khc@vop.co.kr 발행 2024-06-06 16:14:31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전면으로 부상해 4.10 총선 결과 민주당의 한 축을 이뤘다. 대개 언론에는 ‘친명 강경파’ 조직으로 소개된다. 지난 2일 2기 강위원 상임대표가 선출됐다. 한총련 의장을 거친 강 대표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여민동락 공동체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민형배 구청장 시절 광산구노인복지관장 등을 거쳐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일정을 총괄했고, 그 뒤 당대표 특보와 혁신회의 1기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혁신회의는 국회의원 31명을 배출해 당내 최대 정치세력으로 불린다. 강 대표 본인은 경선에서 사퇴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지만 상임대표가 됐다. 그러나 혁신회의와 강 대표는 언론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언급된다. 친명, 강경, 팬덤, 개딸 등의 연관어와 함께. 특히 국회의장 후보 경선으로 촉발된 당원민주주의 논쟁은 부정적 보도 증가에 기여했다. 3일 여의도의 오피스텔에 자취방처럼 차려진 혁신회의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묻고자 한 것은 간단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을 장악했다는 비판과 극성 팬덤을 앞세워 국회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3 ⓒ민중의소리 1시간을 예정한 인터뷰는 2시간 30분을 넘겨 간신히 ‘중단’됐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할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은 영광군과 광산구와 경기도를 넘나들었고, 5.18정신과 김대중, 노무현도 수시로 언급됐다. 특히 언론의 당원민주주의 폄하에 강하게 반박했다. 친명만 공천되고 비명은 탈락한다는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에 강 대표는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작업을 한 ...
우드사이드 사업 철수 과정 해명 석연치 않아, 경쟁입찰 했다는데 공개된 기록 없어…검증 과정도 불투명 홍민철·조한무 기자 발행 2024-06-07 15:16:28 미국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6.07. ⓒ뉴시스 동해 영일만 석유·가스 탐사 사업과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사업성 분석업체 액트지오가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 대형 석유회사가 사업성 없다고 판단한 사업을 재추진한 이유, △ 사업성 분석 주체로 영세 업체인 액트지오를 선정한 이유, △ 매장량 및 성공 가능성을 추산한 근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그 흔한 그래프, 도표 한장 제시하지 않았다. 원론적 설명에 그쳤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쟁점별로 정리했다. 15년 탐사한 대형 업체 우드사이드와 액트지오 판단, 왜 달랐나? 이번 사업은 당초 석유공사와 함께 탐사를 진행했던 호주 대형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철수한 뒤 사실상 재추진됐다. 때문에 ‘경제성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우드사이드는 지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동해에서 석유공사와 공동으로 탐사를 진행했다. 2D 광역 탐사를 시작으로 시추공 2개를 뚫고, 3D 탐사로 자료를 구체화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7월, 돌연 사업 중단을 통보했다. 이와 관련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국내사업개발처 수석위원은 “배경을 보면 우드사이드가 다른 회사와 합병 후 글로벌 탐사 전략 변경 과정에서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사업 중단이 동해 영일만 탐사의 사업성이나 경제성 문제라기 보다는 우드사이드 자체 사정이라는 취지다. 추가 설명도 내놨다. 우드사이드가 실시한 대규모 3D 탐사 결과를 충분히 평가하지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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