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귀순? 유인 납치? 진상규명 시급
시민사회긴급모임 “의혹해소 위해 가족·변호인 접견 허용“” 촉구 |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진상규명과 조속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긴급모임(시민사회긴급모임) 소속 67개 단체가 13일 통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사자들의 자유의사 표현 공개 △가족면담과 변호인 접견 보장 △국정원 개입 의혹 해명 △여성종업원 항의단식 중 ‘사망설’ 진상 공개 △사태 수습을 위한 남북당국회담 개최를 요구했다.
시민사회긴급모임은 회견에서 △여권이 미리 준비되어 1박2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점 △이례적으로 입국 하루 만에 관련 사실을 공개한 점 △‘자유의사’에 의한 귀순을 입증할 공개 기자회견을 거부한 점 △탈북을 주도한 식당 지배인 허모씨의 매수 공작 의혹 등을 제기했다.
신변안전 등을 이유로 정부가 종업원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시민사회긴급모임은 “1989년 김만철씨 가족, 1996년 김경호씨 일가족이 탈북 뒤 공개 기자회견을 가진바 있다. 2014년에도 합동신문센터에 기자가 초청되어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반박했다.
회견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채희준 변호사는 “오는 16일 오후2시 민변은 시흥시 조남동에 있는 ‘중앙합동신문센터’를 찾아 탈북자들 접견을 시도할 것”이라며 “국정원과 정부가 변호인 접견을 승인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시민사회긴급모임은 또 “하루아침에 영문도 모른 채 자식들을 잃은 부모들의 가슴이 얼마나 아프고 분통하겠냐?”며 “부모와 자식을 하루빨리 만나게 해주는 것은 인륜이자 천륜이다”고 북측의 가족 대면 요구를을 수용하라고 정부에게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에게 대한민국 여권이 발급됐다면,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정부가 총선 전 발표한 것이 모두 사실이라면 국민들 앞에 탈북 했다는 종업원들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고 남북대립의 불씨를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은 총선 닷새 전인 지난달 8일 정부가 이들의 '집단탈북' 사실을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정부는 “중국 저장성에 있는 유경식당 지배인과 종업원 12명이 ‘자발적’으로 귀순 했다”며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흘 뒤인 12일 북측 조선적십자회는 “이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조작한 유인 납치행위”라고 주장이 나왔고 통일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의 억지 주장은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같은달 18일 여종업원 부모들이 유엔인권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딸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게 도와줄 것’을 호소했고 같은날 미국 CNN방송은 ‘동료들이 납치됐다’는 류경식당 다른 종업원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21일 북측 조선적십자회는 ‘종업원 가족을 서울로 보내겠다’는 통지문을 대한적십자사로 보내왔으나 통일부는 ‘가족 대면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그러자 28일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배인 허모의 빚 150만 위안을 국정원이 갚아주며 매수했다. 다른 나라에 새롭게 개업한 식당을 돌아본다고 여종업원을 속였다. 말레이시아에서 국정원이 미리 준비한 대한민국 여권과 비행기 표를 받아 끌고 갔다”고 비교적 상세히 탈북 경위를 주장했다.
김련희씨 “북 해외식당 종업원들은 공작에 의한 기획 탈북”
한편 민플러스는 탈북자 가운데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북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김련희씨를 최근 만났다. 현재 간경화로 병원 입원 중인 그에게 탈북 경위를 듣기 위해서다.
“2011년 6월 간경화로 복수가 찾다. 평양에서 치료를 위해 4촌 언니가 있는 단둥으로 왔다. 일주일 치료비가 언니의 한 달 월급이었다. 언니에게 미안했다. 버스로 단둥에 도착할 때부터 친절하게 도와준 분이 생각났다. 그에게 전화를 했다. 일자리를 알선해 주었다. 그 수입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했다. 한국에서 석 달만 일하면 치료비를 다 벌 수 있다고 했다. 한국으로 가는 모든 행정절차를 대행해주었다. 말레이시아에서 7명이 한국여권을 받고 북한여권을 빼앗겼다. 그가 바로 ‘브로커’였다는 것을 입국 직전에 알았다. 돌아가려고 했지만 이미 여권을 뺏긴 상태였다”
기막힌 사연은 입국 뒤에도 이어졌다.
“국정원이 운영하는 ‘중앙합동신문센터’ 독방에 수감됐다. 3개월 내내 간첩인지 여부를 조사 받았다. 나는 조사 첫날부터 일관되게 송환을 요구했다. 간경화가 심해져 치료가 필요했다. 아무도 접견할 수 없었다. 나를 포함해 6명은 3개월 만에 ‘하나원’으로 이송 됐지만, 한명은 6개월간 그곳에 있었다. 함께 탈북한 권모씨는 간첩 협의를 받고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김련희씨는 또 논란이 되고 있는 북 해외식당 종원원 기획탈북 의혹에 대해 “공작하지 않으면 4월5일에 출발해서 4월7일 한국에 입국할 수 없다. 여권이 있어야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으로 갈수 있다. 여권을 누가 발급 했겠냐”고 반문하곤 “공작에 의한 기획 탈북”이라고 단언했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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