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텔레콤 홍보 모델들이 신규 요금제 ‘T플랜’이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알리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요금제 바꾸셨어요? 데이터 얼마쓰세요?”
통신분야를 담당하는 기자가 되면서, 통신사 대리점 직원도 아닌데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묻는 것이 습관이 됐습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가 최근 일제히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요금제를 개편했는데요. 요금제가 이렇게 개편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절반은 돼보였습니다. 통신사들은 “고객 관점”에서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요금제를 개편했다고 강조하는데, 왜 고객들은 이를 모르는 것일까요?
통신 3사가 개편한 요금제를 보면, ‘저가·고가요금제를 쓰면서’ ‘데이터 기본 제공량이 부족했다고 느꼈던’ 사람들은 바꾸는게 유리합니다. 기존 월 3만2890원짜리 요금제는 데이터 기본 제공량이 300MB에 그쳤는데, 이번 개편을 통해 월 110원을 더 내면 케이티는 1GB, 에스케이텔레콤은 1.2GB, 엘지유플러스는 1.3GB를 주기 때문입니다. 7만원대 이상 고가요금제를 쓰던 사람들도 데이터 갈증을 느끼고 있다면 바꾸는 게 좋습니다. 기존 이 요금대에선 데이터를 15GB 남짓 줬지만, 통신 3사 모두 데이터 개편을 통해 6만9천원에 100~150GB를 주기 때문입니다. 고가요금제는 가족 간 ‘데이터 나눠쓰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족 가운데 한사람만 비싼 요금제를 쓰고 나머지는 싼 요금제를 써도 요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이런 “고객 부담을 줄이기 위한” 요금제 개편을 “열심히 알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요금제 개편에 대해 언론사를 상대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고, 요금명세서에 해당 내용을 알리고, 대리점 등 유통채널을 통해서도 홍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해당 요금제를 쓰는 고객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나 고객센터 앱 ‘푸싱’으로 알리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인데, 통신사들에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문자메시지를 보낸 회사는 에스케이텔레콤 한 곳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도 저가요금제를 쓰는 고객에게 ‘요금제 개편 내용 전체’를 보내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케이티 홍보 모델들이 신규 요금제 ‘데이터ON’의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겼다고 알리고 있다. 케이티 제공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고객들이 문자 보내는 것을 싫어해 보내지 않는다”고 핑계를 댑니다. 이런 요금제 개편 ‘권유’ 문자메시지는 ‘광고’에 해당하는데, 고객들이 ‘광고성 문자메시지’ 수신에 대부분 동의하지 않고 있고, 보낸다 하더라도 스팸으로 인식해 싫어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다른 광고문자는 고객들이 싫어할 것 같아도 자주 보냅니다. 예컨대, 광고수신에 동의한 고객의 위치정보를 활용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만 해도 ‘로밍요금제’에 가입하라고 문자를 보내죠.
통신사들이 개편된 요금제 ‘문자 홍보’에 소극적인 ‘진짜’ 이유는 고객들이 요금제를 많이 바꾸면 ‘매출’이 줄거나, 데이터 이용량이 늘어 트래픽 관리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싼 요금제를 쓰던 고객에게 비싼 요금제를 쓰라고 권유하면 고객이 싫어할 것이고, 회사 입장에서 비싼 요금제를 쓰던 고객에게 싼 요금제를 쓰라고 권유하기도 매출 감소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요금제 개편 홍보 문자메시지가 ‘광고’에 해당하는지는 따져볼 문제입니다. 같거나, 비슷한 가격의 요금제가 제공하는 혜택이 늘어났다는 안내는 광고성 문자라기보다, 이번 달 데이터 제공량을 다 소진했을 때 보내는 문자처럼 ‘정보’ 문자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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