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기다린 특수고용 노동자는 여전히 운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노조 하기 쉬운 세상, ILO 협약 비준으로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2019.04.01 10:58:55 "노동조합은 만드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봤거나 도와준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하는 얘기이다. 노조 만드는 절차는 간소한데 만드는 순간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 사용자들이 노조 핵심을 콕 집어 해고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에겐 보복성 전환배치와 각종 불이익 폭탄을 안겨준다. 노동조합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말하는 것조차 사치가 되는 노동자들도 많다. 한국에서 노동조합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자’로 인정받는 관문부터 통과해야 한다. 이 나라 노동조합법이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법 제2조에서 정의된 ‘근로자’ 구성요건을 모조리 다 채워야 노동조합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없지만 그 관문에 서있는 이들 중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게 최소 200만에 달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다. 화물트럭·레미콘·덤프트럭 기사, 대리운전·퀵서비스·택배 기사, 간병인,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방과후 교사 등 멀쩡한 노동자들인데 오직 이들이 ‘근로계약’이 아니라 도급 또는 위탁계약을 체결한다는 이유로 노동자임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고려시대 노비 만적은 “왕후장상(王侯將相)에 어찌 씨가 따로 있겠는가”라며 난을 벌였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벌써 신분제 철폐를 내건 대규모 반란이 있었는데, 800년이 지난 지금은 자본가에 종속된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노조도 못 하는 현실이다. 자본가가 되는 데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는데 노동자로 인정받으려면 온갖 허들을 다 뛰어넘으라는 거다. 이미 특수고용 문제는 20년 전인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 쟁점이 되어 왔다. 그 뒤 대선 때마다 주요 후보들은 200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