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더 재밌는 설잔치

미국에서 더 재밌는 설잔치

박성훈 2019. 03. 15
조회수 645 추천수 0
강강술래와 하나님 나라

강강-.jpg» 350명이 함께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

알렐루야 알렐루야얼쑤’ 남녀노소  모여 한데 어울러져 흥겨운 자진모리 장단에 맞춰 부르는 노래소리가  덮인 메이플릿지 마을에 높게 울려 펴집니다우리 전통가락은 뭔가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얼마  금요일 저녁 공동체  잔치 풍경입니다


 잔치가 있기  주전교회 형제들이 저를 찾아와 우리가 한국을 너무 모르고 있는  같다며 한국의 밤을 열자고 제안해 왔습니다. 8  영국에서 미국 메이플릿지 공동체에 이사온   번도 한국의 밤을하지 않았습니다한국의  하면 단연 한국음식이 빠질  없습니다그나마 영국 공동체에선 다른 한국가족들이 있어 함께 힘을 모아 여러번  보았지만 이곳에선 저희 가족 뿐이라 350명의 한국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지난 8년간 조용히 지내왔습니다그러나 이제는 형제들이 발벗고 나서니 이상 뒤로   없어  동안 우리에게 보여준 형제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공동체가 한국 설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세배-.jpg» 한국에서처럼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큰절로 세배를 하고 있다.

일주일 전부터 한국의  광고가 있어 많은 이들이  잔치를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이미 여기 저기서한국 음식을 먹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메뉴가 뭔가요?” 하고 궁금해 합니다우리는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고 ‘불고기와 다른 음식  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살짝 귀띔을 해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예요 날을  기다리겠어요.”라며 기뻐합니다잔치날에 의뜸은 음식이죠누군가한국 음식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하면 집에 초대해  만들어주고 싶어집니다어느 누구라도 맛있는 한국음식을 맛보면   맛에 빠져들고 자연스럽게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을  알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됩니다.  


이번 설날 메뉴는 모두가 좋아하는 불고기잡채김밥 3종세트(참치김밥캘리포니아 김밥햄과 치즈김밥 김치입니다드디어 설날이 다가오자 아내와 나는 뉴저지에서 설날 사용할 재료들을 잔뜩 사왔습니다주방에선 그동안 우리가 정성스럽게 길러 도축한 신선한 소고기 100파운드를 가져와 불고기 양념을해서 재웠습니다한쪽에선 자매들이 음식에 들어갈 채소들을 열심히  썰었습니다공동체 식구들이 워낙 많아 잡채에 들어갈 당근만  써는데도  세사람이 붙어도 두시간이 넘게 걸립니다불고기에 넣을파만  써는데도 2-3시간… 보통은 야채를 자를  기계를 사용하는데 한국 음식인지라 직접 손으로 자르니 점점 미안해집니다… 김밥을 돌돌 말때는 다른 일터에서  댓명의 자매들이 몰려와 힘을 보탰습니다모두들 하하호호 재미있어 하면서 자른 김밥도 집어먹고 진짜 잔칫집처럼 떠들석합니다


서너명의 자매들은 아내에게 한국 음악이 있으면 틀어달라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국악 CD 틀어주었더니 더욱 신나게 일합니다불고기나 김밥은 그래도 까다롭지 않는데 350 분의 잡채를 요리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인터넷에서 레서피를 발견해 그런대로 쉬운 방법을 찾아 시도했는데도 아니나 다를까 간장소스물이 너무 많아  빼느라 한바탕 야단법석을 떨고 그래도 여전히 맛이 만족스럽지 않은지아내가 애를 많이 먹네요나는 맛만 있던데… 어쨌든 이곳 사람들 어느 누구도 진짜 잡채의 맛을 몰라 모두들 맛있다고 좋아하니 감사하지요

기와밟-.jpg 기와-.jpg
강강술래 도중 기와밟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


저희 공동체는 여러가지 파이등 디저트를 워낙  만들지만 한국의 디저트는 과일을 빼놓을  없습니다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한국을 생각하며 한국의 겨울 간식인 귤과 포도 그리고 파인애플로 구성된 모듬과일 접시입니다. (파인애플은 내가 좋아해 식품담당 형제에게 요청했더니 아주 기쁘게 지원해 주었습니다.) 
드디어 저녁 6  잔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식당 로비 문을 열고 들어오면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을 담긴 3분짜리 동영상을   있습니다한국의 사계절 동영상을 보고는 사람들이 놀라 말합니다. “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한번  보고 싶어요.” 다른 볼거리는 초승달처럼  웃음을 짖고 있는 양반탈독특한 한국의 색감을 느낄  있는 조각보청록 빛깔을  전복껍데기로 만든 자개 보석함신실함과 사랑을 상징하는 원양새대나무로 만든 단소도자기 수저 받침대와  숟가락과 젖가락둘째 처형이 국화와 동백꽃을 손수 그려 만든 한국 부채어린이 한복전통 개량활 현무궁 등등 한국 정서가 가득히 담겨있는 것들을 누구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게 진열하였습니다
어른들에게는 빛깔이 화려하고 복잡한 색상의 자개가 눈길을 끕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오묘한 빛깔을만들어  수있나요?”라며 감탄을 자아냅니다그래도 어린이들이게는 활이 인기 만점입니다너도 나도 것없이 활시위를 당겨 봅니다유빈이는 옆에서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는 한국의 활은 크기는 작지만 탄력이 높아 세계 최고로 멀리  수있는 기록을 가진 활이라며 자랑스럽게 설명합니다
전시 테이블 한쪽에는 접시에 한국 사탕을 가득 담아 놓고는 오직 젖가락만 사용해 집으세요.’라는 글귀와 함께 젖가락을 그릇 옆에 놓아 두었습니다행사가 끝나고 로비에 가보니 식기에 가득 담아 놓아던 사탕이 하나도 남지않았습니다. “아니 모두들 젖가락 질을 이렇게 잘하나?” 혼자 속으로 생각했습니다다이닝  테이블 위에는 하얀 식탁보를 깔고   위에다가 한국을 상징하는 빨강색과 파랑색 초와  같은 색의 네프킨으로 장식하고오늘의 메뉴와 함께 한국에 관한 OX퀴즈가 담긴 팜플렛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모두들 들뜬 마음으로 즐겁게 자리에 앉자 그날 함께한  350명이 한목소리로 흥이 절로 나는 한국 노래를신나게 부름으로 설날 만찬이 시작되었습니다젊은 청년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준비한 음식을식탁으로 나르자 마자 여기 저기서이렇게 연하고 맛있는 소고기는 처음 먹는다며 탄성을 지릅니다역시한국의 불고기가 인기 최고입니다보통 식사 때에는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지만 오늘은 누구나 젖가락을 사용   있도록 식탁위에 젓가락을 놓았습니다우리 가족과 같은 테이블에 앉은  친구 데릭은 나와 함께 종종 한국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이젠 젖가락질이 제법입니다하지만 다른 이들의  서투른 젖가락질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만찬 도중에 내가 젖가락으로 완두콩  그릇을  먹는 사람에게는푸짐한 상품을 줍니다.”라고 광고를 했습니다식사가 끝나고  형제가 찾아와 그렇게 하려고 했어요근데 다른 맛있는 음식들이 너무 많아 그것들을 먹느라고 포기했어요.”라며 은근히 자신의 젓가락질 솜씨를 자랑했습니다. 

남생-.jpg 수염남생-.jpg 어린이-.jpg
호명된 연령대들이 함께 가운데로 나와 남생이(거북이) 흉내를 내며, 남생이춤을 추고 있다.

식사가 어느정도 끝나가고 한국의 관한 상식 퀴즈 정답을 맞추는 시간입니다정답을 모두 맞춘 자매와 형제가 한국 배와 유자차를 상품으로 타가자 모두들 너무 부러워합니다한국 배는 이곳 배와 달리 달고 아식하며 즙이 많아 한번   사람들은  맛을 잊지 못합니다유자차 또한 이곳에서 맛보지 못하는 상큼하고 새콤달콤한 맛으로  이곳 사람들에게 아주 인기 만점입니다.  유자차 맛에 반한  자매는 오렌지로유자차처럼 만들어 보았지만  맛이 안난다며 아쉬워 합니다

한국 상식문제가 끝난  그동안 우리가 야심차게 준비한 브루더호프 형제들 불닭 볶음면 도전’ 비디오를보여 주었습니다얼마  우연하게 영국남자 불닭 볶음면 도전’ 동영상을 보고는 너무 웃겨 우리도 한번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평소 매운 맛을 아주 즐기는 몇몇 형제들과 그렇지 않은 형제들을 섞어서 9명이  불닭볶음 컵라면에 도전했습니다우리도 사람들이 하도 맵다고 해서 시도할 엄두를  못내 아직 먹어본 적이 없어 아내가 그만물을 일반 컵라면처럼 부었네요그래서 그런지 매운 맛에 익숙한 형제는 생각보다 별로 안맵다며  매운것 없냐며 금새  먹어 버렸지만  반면에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형제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너무 매워서 2리터 짜리 우유  병을 통째로 마시며 난리가 났습니다 공동체가  모습을 보며 배꼽을 잡고뒤집어 졌습니다

나중에 몇몇 형제들이 제게 찾아와 자기들도 도전해 보고 싶었다며 아쉬워 합니다스컹크 소동  유빈이를 격려한 유빈이 친구 댄절은 가만히 제게 오더니 자기도 매운 맛을 보고 싶다고(?) 해서 붉닭 컵라면을선물로 주었습니다.   

맛있는 저녁 만찬이 끝난   식탁들을 치우고 모두들 원을 그리고 앉아 설날 세배를 설명한  모든 어린이들과 학생들이 할아버지할머니들께 세배를 드렸습니다세배를 받은  분의 할아버지께 아이들에게덕담(Wish) 들려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왠일인지 혀가 자꾸 꼬여 wish 발음이  안되어  번이고 헤매자 랜디 할아버지께서 자기 고향에선 wish 성훈처럼 발음한다고 위트있게 말하자 모두들 박장대소합니다주로 부모님 말씀  들으라 덕담과 함께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모님 말씀 잘듣는  가장 중요한 같습니다^^) 할머니들께서 세배돈 대신 미리 준비한 빼빼로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세배   공동체가 함께하는 강강술래 시간입니다사실 공동체에 와서야 한국을 알리는 춤으로 강강술래를 접하다 보니 보통 우리가 아는 손잡고 빙글빙글 도는 강강술래외에 문지기놀이남생이놀이청어엮기덕석말이기와밟기등 다양한 춤이 강강술래 춤에 함께  있다는  알게 되었습니다손잡고 도는건  한국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자주 봐서 알겠는데 외의 춤들은 잘몰라 아내가 여기 저기 묻고유튜브를통해 배웠습니다그러나 350명이 강강술래를 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 유빈이 선생님인 어니 형제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어니는 오랜 세월 아이들 가르친 경험이 있고 댄스를 가르치는데도 일가견이 있습니다먼저 어니와  유빈이반 아이들이 강강술래를 배웠습니다

공동체 전체가 강강술래를 시작하기 전에  춤은 추석이나설날정월 대보름에 우리 민족이 추던 춤이라는 설명을 하고 나서 어니는 통솔력 있게 강강술래 춤을 이끌었습니다다함께 원을 만들어 손을 잡고 아내가 메기는 소리로 강강술래 앞부분을 부르면  공동체 전체가 받는 소리로 강강술래하며  후렴구를 답하며 중모리자진모리등의 장단에 맞춰 천천히 걷다가 거의 뛰어가며 원무 춤을 열었습니다.   

덕석몰이는 ‘몰자 몰자 덕석 몰자 하는 메기는 소리와 비온다 덕석 몰자’ 받는 소리를 부르면서  앞사람이 달팽이 같이 안쪽으로 둥글게 돌아가면 뒤의 놀이꾼들이 차례로 덕석(멍석) 말듯이 겹겹이 돌아드는 춤입니다이어 풀자 풀자 덕석 풀자  ‘해난다 덕석 풀자 부르게 되면 말아놨던 멍석을 다시 풀듯이 다시 돌아 나와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게 되는데 돌면서 옆으로 비껴가는 형제들의 얼굴들을 보고서로 기뻐하며  활짝 웃는 모습에 마음까지 훈훈해 집니다.  

남생아 놀아라’ 춤은 남생이는 거북이를 지칭하는 말로써 거북이가  껍질에서 고개를 뺏다가 넣었다 하는 모습과 뒤뚱뒤뚱 옆으로 걷는 웃긴 모습을 흉내내 선창하는 사람이 남생아 놀아라 부르면 남생이가앞으로 나와 춤을 추게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촐래 촐래가  논다하며 답합니다어니 선생님이 남생이대신 수염 기른 형제’, ‘이름에 알파벳 S’ 시작하는 사람들을 부르자 거기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정말 가관도 아닌 웃긴 춤을 추면서  가운데로 왔다가 사라져 갑니다   ‘3-4학년 어린이들 놀아라’ 부르자 갑자기 아이들이 땅을 기면서 진짜 거북이처럼 흉내내며 춤을 춥니다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역시아이들 답습니다다른 사람들은  흥겹게 박수치며  ‘촐래 촐래가 잘논다 답하면서 형제들과 아이들의춤을 지켜 보며 웃느라 장난도 아닙니다.


남생이 춤에 이어 기와밟기 시간입니다.  50 미만의 모든 형제들이 나와 허리를 숙여 앞에 있는 형제의허리를 잡고 기와를 만들면 어린 아이들이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형제들의 등을 밟고 지나갑니다 장난끼 있는 형제들 몇몇은 일부러 등을 이리저리 움직여 아이들이 휘청휘청 스릴 넘치게 걷게합니다옆에서 이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습니다마지막 아이가 기와 밟기를 끝내자 모두가 손뼉치며 환호합니다춤이 끝나고 아이들이 와서 춤중에서도 기와밟기가 제일 재미있었다며 여전히 흥분되어 우리에게말해 줍니다 

다이닝 룸에 삼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둥근 원을 그리며 추는 춤은 어린 아이 청년들 노인들 할 것 없이 우리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멀찍감이 떨어져 지켜보니 사람들이 신명나게 노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드문 풍경이였습니다. 이곳이 미국인지 한국인지 나도 잠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춤은 한국 놀이이지만  춤을 추는 이들이 모두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한바탕 춤으로 한국의 열정을 몸으로 경험한 후 끝으로 분단을 상징하는 비무장지대(DMZ)를 소개하며 한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한국의 밤은 막을 내렸습니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우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주었습니다. 


“  모든게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였어요일년에  3번씩은 이런 행사를 해야겠어요.”
한국을 마음으로 몸으로 느끼는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였어요.”
한국의 분단의 현실을 정말 가깝게 느끼게 되었어요.”
어떻게 한국의 미래를 하나님이 인도하실지 기대가 되요한국을 위해 기도할께요.”


  다른 공동체에 살면서   한국의 밤에 초대 받은  형제의 감사 편지입니다
‘….. 어제 한국의  행사는 경이로웠습니다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분의 일을 위해 우리 모두를 함께모이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다이닝룸에 이렇게 많은 형제들자매들어린아이들이 함께 하는 것은 우리에게 훗날 언어를 초월해 모든 민족과 족속이 천국 잔치에 초대되어질 하나님 나라를 맛보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어제 밤은 좋은 시작이었습니다이는 하나님의 도움으로 계속되어지고 성장할  입니다. …..’

 분의 편지를 읽으면서 한국의 밤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전진을 위해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것에 동안의 수고한 모든 피로가 씻겨 나가는  같았습니다우리가 경험한 한국의  초창기 브루더호프에 조인한 스위스 형제 한스 마이어의 말을 생각나게 합니다.  


물줄기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물이 흘러나오는 근원과  만난다” - 한스 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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