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발언 검증하니 전두환과 ‘판박이 주장’

여야4당 선거법 합의는 대한민국 정치사상 유례없는 부끄러운 일?
임병도 | 2019-03-19 09:32:46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3월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자유한국당 좌파독재 저지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연석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는 작심한 듯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법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자세히 들어다 보면 사실과 다른 점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여야4당 선거법 합의는 대한민국 정치사상 유례없는 부끄러운 일?
▲2018년 12월 14일 선거제 개혁 방안에 합의한 여야5당 ⓒ연합뉴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법을 가리켜 ‘대한민국 정치사상 유례없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의 주장에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지난해 12월 여야 5당 (민주당,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정의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당시 여야 5당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간을 연장하고, 비례대표 확대와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 확대 등을 논의하겠다며 합의문까지 발표했습니다.
그때는 괜찮고, 지금은 자신들이 빠졌으니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자체가 이상합니다. 오히려 아이엠피터가 판단할 때 대한민국 정치사상 가장 부끄러운 일은 지금의 자유한국당의 원조인 ‘민주자유당’을 탄생시킨 ‘3당 합당’이라고 봅니다.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노태우는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민주당 김영삼, 공화당의 김종필과 밀실 야합을 통해 3당 합당을 강행했습니다. 지금껏 보수정당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죄의 시작이었습니다.

공수처와 검·경수사권을 받겠다는 것이 권력 야합?
▲리얼미터가 조사한 공수처 설치에 대한 국민여론. 찬성이 76.9%로 압도적이다. ⓒ리얼미터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러한 제도(여야4당 합의)를 억지로 통과시키고공수처와 검·경수사권을 받겠다는 것이 권력 야합 아니겠나”라며 공수처를 들고 나옵니다.
그런데 공수처와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의석수를 내놓더라도 이번 정부에서 꼭 실천할 과제로 보고 있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또한, 국민 10명 중 8명은 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야합’이라는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좋지 못한 목적으로 서로 어울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공수처 설치가 어떻게 ‘야합’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공수처법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23년 동안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입니다. 자신들과 결탁하여 범죄를 비호하는 집단을 옹호하는 자유한국당의 태도야 말로 ‘야합’이라고 봐야 합니다. (관련기사:조국 민정수석은 왜 국민에게 검찰개혁을 도와달라 했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기형적인 제도?
▲각 나라별 선거제도 형태. 다수대표제, 비례대표제, 혼합형 등 다양한 방식의 선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승수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가리켜 ‘전 세계에 유례가 없으며, 대한민국에서 야합에 의해서 탄생한 기형적인 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나 원내대표가 판사 출신이 맞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세계 각국은 병립형, 연동형 등 다양한 선거제도를 그 나라의 정치 상황에 맞게 변형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선거 제도가 무조건 옳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세계적으로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보다는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이 배분되는 비례대표제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좌경화 단어는 독재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단어
대한민국이 좌경화될 수 있는 그러한 소지는 다분하지 않겠나. (2019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우리는 좌경세력과의 이념투쟁을 정부만의 일이라거나 또는 남이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1987년 전두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을 보면 자신들의 주장은 무조건 옳고, 반대되는 정치 집단은 ‘좌경화’ 운운하며 매도하고 있습니다. ‘좌경 세력’이라는 단어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과 같은 독재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가 무조건 나쁘며, 좌경화 세력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공수처를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합니다. 도대체 지금이 2019년인지, 70·80년대인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선거 논의에 참여도 하지 않고, 오로지 반대만 하며 ‘좌파’ 타령만 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선거개혁과 공수처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에 있으니 정치 개혁, 검찰 개혁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노라면 탄식만 나옵니다. 진짜 부끄러워할 사람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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