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교가 쏘아올린 작은 공'. 요즘 SNS에서는 버닝썬 사건을 이렇게 부릅니다. 강남의 한 클럽에서 일어난 폭행사건에서 시작된 이 사건이 지금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버닝썬 직원의 손님 폭행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경찰의 폭력,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마약 판매, 경찰 유착, 성접대 의혹으로까지 번졌고, 가수 정준영씨 등의 심각한 성폭력 행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더니 급기야 ‘경찰청장’ 유착 의혹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12월14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김상교씨가 쓴 글이 하나 올라옵니다. ‘11월24일 클럽 ‘버닝썬’에서 곤란에 빠진 여성들을 도우려다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런데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이 되레 나를 체포하고 폭행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방적인 주장이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끌진 않았습니다.
해가 바뀐 뒤인 1월28일 MBC가 영상 하나를 보도합니다. 김씨가 클럽 앞에서 직원들에게 폭행당하고, 지구대 안에서 경찰관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이었죠. 방송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찰이 버닝썬에서 뇌물을 받는지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왔고, 청원 동의자가 하루 만에 20만명을 넘겼습니다.
사건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버닝썬은 직원의 폭행을 사과했습니다. 다만 김씨가 클럽 여성을 추행한다는 민원이 들어와 어쩔 수 없이 끌어내다 벌어진 일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여성 2명은 김씨를 강제 추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김씨는 성추행을 부인했습니다. 다시 진실공방이 시작됐죠. 하지만 여론의 관심은 벌써 버닝썬 등 몇몇 클럽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져 온 약물 흡입,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등으로 옮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증언이 쏟아졌기 때문이죠. 실제로 클럽 버닝썬 직원이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문호 버닝썬 대표와 영업사장 한아무개씨의 모발에서도 마약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클럽이 어떻게 정상적으로 영업을 해왔을까요? 당연히 경찰과 유착 의혹이 증폭됐습니다. 결국 ‘사건 무마를 위해 버닝썬 돈을 경찰에 전달했다’는 전달책의 구체적인 진술까지 폭로됐습니다.
그룹 빅뱅의 ‘승리’는 이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버닝썬이 클럽 내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을 용인했는지, 그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경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는지, 이 모든 과정에 버닝썬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승리가 묵인·방조 혹은 지시했는지가 핵심이었기 때문이죠.
언론의 취재는 승리에게 집중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의 ‘카카오톡’이 공개됩니다. 승리를 포함해 남자 연예인 여럿이 들어와있는 이 대화방에서는 여러 충격적인 대화들이 오갔습니다. 그 중 하나가 승리가 성접대를 지시하는 듯한 내용의 대화였죠. 승리 소속사 YG는 ‘조작된 것’이라고 맞섰지만, 경찰은 ‘조작되지 않았다’며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승리를 피의자로 입건했습니다.
가수 정준영씨도 이 대화방의 멤버였습니다. 문제의 대화방에서 정씨가 공유한 불법촬영물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습니다. 정씨가 여성들과 성관계 맺으면서 몰래 촬영한 영상들이 다수 나왔고, 피해자가 최소 10명에 달했습니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정씨는 "모든 죄를 인정한다.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분들에게 무릎 꿇어 사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문제의 대화방은 경찰청장 연루의혹까지 터트립니다. 13일 카톡을 국민권익위에 공익신고한 방정현 변호사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경찰 최고위급인사 연루 의혹’을 언급했습니다. 그러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의혹이 제기된 최고위급인사는 당시 경찰청장인 것 같다’라고 밝힌 뒤 126명의 합동수사팀을 꾸려 엄정 수사하겠다고 했죠. 반면 권익위는 경찰 연루 의혹을 검찰로 넘겼고, 검찰도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기세입니다. 14일 경찰은 가수 정준영씨와 승리를 소환조사했습니다.
13일은 김씨가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지 110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 기간 동안 버닝썬은 우리 사회에 다양한 문제들을 던졌습니다. 경찰과 유흥업소의 유착, 클럽 내 성폭력, 여성착취에 기반한 유흥업, 마약 문제 등이었죠.
그런데 지금 세간의 관심은 섹스스캔들로 급격히 옮아가고 있습니다. ‘피해여성이 누구라더라’라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마약, 성폭력, 경찰과의 유착 등 본질은 사라지고 2차 피해자만 양산되고 있습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12일 성명을 내고 클럽 “사회 전반에 흐르는 ‘성접대’ ‘성상납’을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연예인 누군가를 처벌하는 차원에서 수사가 그쳐서는 안 된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폭력, 성착취, 성매매 알선, 불법촬영·유포, 경찰유착비리와 부정부패 등을 총체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상교가 쏘아올린 작은 공', 최종 도착지는 어디일까요.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评论
发表评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