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더 강한 어필 표정


법인 스님 2020. 04. 12
조회수 201 추천수 0

표정도 말이다.

18-.jpg

대화할 때 실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서 대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실수는커녕 대단한 언변으로 말솜씨를 뽐내며 좌중을 웃음으로 휘어잡았어도 결과는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반면 실수투성이에 어눌한 말투라 할지라도 함께 대화한 사람들과 훈훈한 가슴으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관건은 감동과 이해이다인생의 어느 한때 큰 감동을 받은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으며한번쯤 또다시 찾아보고 싶게 만들곤 한다.

대단한  말솜씨로 좌중은 휘어잡았지만 감동과 이해가 전혀 없는 대화는 그때만 느끼는 재미로 끝난다그렇다면 큰 감동과 깊은 이해를 수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가장 중요한 점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소박한 마음과 함께 작은 성의만 보태면 된다.

12-.jpg

15-.jpg



어느 날 한 사찰의 공양간사시예불이 끝나면 곧 점심공양이다공양주 보살은 심히 걱정이었다. 30분전에 종무소에서 갑자기 성지순례객 100명이 당도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던 것이다. 50명도 아니고 100명이면 큰일이었다밥이야 늘 넉넉하게 해두니 상관이 없지만 반찬이 문제였다공양주 보살은 서둘러 장아찌와 김치 등을 준비하고 된장국을 더 끓이고 갖은 채소로 부침개를 만들었다.

점심공양을 알리는 목탁이 울리자드디어 성지순례객이 몰려들었다질서정연하게 공양을 한 순례객은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그런데 그 다음이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맛있게 공양한 순례객이 공양주보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공양이 임박해서 갑작스레 절에 왔으니 공양주 보살에게 은근 미안한 마음도 있었던 것이다.

공양주 보살님… 공양 잘 했습니다수고하셨어요.”
  그런데 공양주 보살은 인사한 신도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그저 무표정하게 대답한다.

.”
  “ 보살님반찬 모두 아주 다 맛있네요.”

또 역시 무표정이다.
  .”

11-.jpg


13-.jpg


많은 신도들의 인사에 공양주 보살은 그렇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짤막하게 대답했다사람들은 무안하고 당황스럽다.
  공양주 보살의 얼굴이 안 좋은데 우리가 실수한 거 있어?”

성지순례객은 모두 어리둥절한 얼굴로 산문을 나섰다 
  공양주 보살은 나름 애를 썼지만 친절하지 못한 무뚝뚝한 대답에는 문제가 있다누가 뭐라 하든 묵묵부답이라면 말을 건 사람은 얼마나 무안할 것인가살갑게 대하라는 것은 그리 거창하거나 어려운 말을 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조금만 한 발 더’ 마음을 내면 된다그 한발은 성의 있는 표정과 말 한마디다. 

16-.jpg
반면 어느 절의 공양주 보살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 이렇게 말한다.
많이 드셨어요나름 한다고 했는데 맛은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요맛 있다니 저도 좋네요.”
이렇게 응대하면 고승대덕의 심오한 법문이 아니더라도 절은 찾은 사람들은 크게 감동받는다.
   
아무런 대답 없이 무뚝뚝한 표정은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공덕을 깎아먹는 일이기도 하다절집을 찾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담아 말을 해야 할 일이다상대방의 마음과 처지까지 헤아려서 응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겉으로 드러나는 실수만 하지 않았다고 해서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돈 들이지 보시할 수 있는 덕목 중에 '화안시'가 있다밝은 표정으로 사람을 맞이하는 태도다오늘날로 말하면 표정도 기부라고 할 수 있다.

评论

此博客中的热门博文

[인터뷰] 강위원 “250만 당원이 소수 팬덤? 대통령은 뭐하러 국민이 뽑나”

‘영일만 유전’ 기자회견, 3대 의혹 커지는데 설명은 ‘허술’

윤석열의 '서초동 권력'이 빚어낸 '대혼돈의 멀티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