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력 여왕’인 대어를 잡지 말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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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크기만 잡아도 생산량 비슷…나이 들수록 양질의 알 많이 낳아
» 크로아티아의 한 호수에서 낚시꾼이 낚은 대형 강꼬치고기. 나이 든 대형 암컷은 집단을 유지할 핵심 번식력을 보유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낚시꾼의 꿈은 대어를 낚는 것이다. 어선도 잡지 못하는 작은 물고기 기준은 있어도 큰 물고기는 제한 없이 잡는다. 그러나 물고기 집단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하게 잡으려면 작은 물고기뿐 아니라 번식력이 탁월한 나이 든 대형 암컷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직 번식하지 않은 작은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은 수산업의 오랜 관행이다. 적어도 한 번은 번식에 참여한 물고기만을 지속해서 솎아내는 방식으로 어획량을 극대화한다.
일정한 기준을 정해 그 길이까지 자라지 못한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하는 ‘포획 금지 체장’은 그런 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공고한 기준은 넙치·고등어 21㎝, 대구·방어 30㎝, 갈치 18㎝(머리에서 항문까지), 감성돔 20㎝ 등이다.
그러나 어획량이 아니라 바다 생태계 전체를 보면, 번식력이 왕성한 큰 물고기의 포획도 어린 물고기처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커지고 있다. 물고기가 커질수록 번식력이 비례해서 커지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질적으로도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에고 바르네체 오스트레일리아 모나쉬대 생물학자 등은 2010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해산어 342종을 대상으로 몸 크기별 번식능력의 차이를 조사한 연구는 그런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연구에서 이제까지의 통념과 달리 몸무게 2㎏짜리 암컷 1마리의 번식력은 1㎏짜리 2마리를 합친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30㎏짜리 대서양대구 암컷은 2㎏짜리 암컷 15마리가 아니라 28마리가 낳는 양의 알을 낳았다. 게다가 알 하나하나의 부피와 에너지양도 튼실해, 30㎏짜리 대구 암컷이 한 번에 낳은 알의 에너지 함량은 1㎏짜리 암컷 37마리의 알에 해당했다.
» 30㎏짜리 대형 대서양대구 암컷은 2㎏짜리 암컷 15마리가 아니라 28마리가 낳는 양의 알을 낳았다(A). 게다가 알 하나하나의 부피와 에너지양도 튼실해, 30㎏짜리 대구 암컷이 한 번에 낳은 알의 에너지 함량은 1㎏짜리 암컷 37마리의 알에 해당했다(B). 바르네체 외 ‘사이언스’ (2010) 제공.
그렇다면 크고 성숙한 암컷을 잡지 않으면 어획량에 어떤 영향이 끼칠까. 로버트 아렌스 미국 플로리다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어류 및 수산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미성숙 어린 물고기와 아주 큰 물고기를 모두 포획하지 않더라도 어린 물고기만 제한하는 기존 어업과 비슷한 어획고를 올릴 수 있으며, 잡는 물고기의 평균 크기를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밥상에 오르기 적당한 중간 크기 물고기만 잡자’는 주장이다.
연구자들은 유라시아와 북미에 널리 분포해 상업용 및 레저용 어획 대상인 강꼬치고기를 대상으로 모델링 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연구에 참여한 로버트 아를링하우스 독일 훔볼트대 교수는 “대형 산란어를 보호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수산업계에 뿌리 깊지만, 이번 연구로 볼 때 시대착오적이다. 큰 개체를 보호하면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개체군을 안정시킬 뿐 아니라, 잡는 물고기의 평균 크기를 늘린다. 특히 강도 높은 어획 대상 종에서는 중간 크기만 잡는 방식이 기존 어획보다 생산량 측면에서도 낫다”고 베를린 연구협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어린 개체와 아주 큰 개체를 모두 잡지 않았을 때도 어린 개체만 규제할 때에 견줘 생산량의 95%를 어획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나이 많은 큰 암컷은 이미 다음 세대를 배출했기 때문에 제 몫을 다 한 것이라고 이제까지 보았지만, 실제로는 나이가 들수록 성장 대신 번식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다산성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또 “크기와 나이가 다른 물고기들은 산란하는 시기와 장소가 달라 환경사고가 나더라도 살아남을 확률이 커지며, 나이 든 물고기의 이동 경로와 먹이 확보 장소, 습성 등을 어린 물고기가 학습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1m가 넘는 초대형 대서양대구. 남획으로 집단이 붕괴하면서 절반 크기로 절반으로 줄었다. 가두스 모루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형 물고기 남획은 어종의 왜소화를 낳고 있다. 남획으로 어장이 붕괴하기 전 포획된 대서양대구는 길이 120∼130㎝에 무게 20∼26㎏이 보통이었지만 요즘은 그 절반 크기가 대부분이다. 또 기후변화도 물고기를 작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지중해에서 바닷물 표층 온도가 1.5도 올라가면 물고기의 길이는 15%까지 줄어든다고 예측됐다.
인용 저널: Fish and Fisheries, DOI: 10.1111/faf.1244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낚시꾼의 꿈은 대어를 낚는 것이다. 어선도 잡지 못하는 작은 물고기 기준은 있어도 큰 물고기는 제한 없이 잡는다. 그러나 물고기 집단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하게 잡으려면 작은 물고기뿐 아니라 번식력이 탁월한 나이 든 대형 암컷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직 번식하지 않은 작은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은 수산업의 오랜 관행이다. 적어도 한 번은 번식에 참여한 물고기만을 지속해서 솎아내는 방식으로 어획량을 극대화한다.
일정한 기준을 정해 그 길이까지 자라지 못한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하는 ‘포획 금지 체장’은 그런 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공고한 기준은 넙치·고등어 21㎝, 대구·방어 30㎝, 갈치 18㎝(머리에서 항문까지), 감성돔 20㎝ 등이다.
그러나 어획량이 아니라 바다 생태계 전체를 보면, 번식력이 왕성한 큰 물고기의 포획도 어린 물고기처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커지고 있다. 물고기가 커질수록 번식력이 비례해서 커지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질적으로도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에고 바르네체 오스트레일리아 모나쉬대 생물학자 등은 2010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해산어 342종을 대상으로 몸 크기별 번식능력의 차이를 조사한 연구는 그런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연구에서 이제까지의 통념과 달리 몸무게 2㎏짜리 암컷 1마리의 번식력은 1㎏짜리 2마리를 합친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30㎏짜리 대서양대구 암컷은 2㎏짜리 암컷 15마리가 아니라 28마리가 낳는 양의 알을 낳았다. 게다가 알 하나하나의 부피와 에너지양도 튼실해, 30㎏짜리 대구 암컷이 한 번에 낳은 알의 에너지 함량은 1㎏짜리 암컷 37마리의 알에 해당했다.
그렇다면 크고 성숙한 암컷을 잡지 않으면 어획량에 어떤 영향이 끼칠까. 로버트 아렌스 미국 플로리다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어류 및 수산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미성숙 어린 물고기와 아주 큰 물고기를 모두 포획하지 않더라도 어린 물고기만 제한하는 기존 어업과 비슷한 어획고를 올릴 수 있으며, 잡는 물고기의 평균 크기를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밥상에 오르기 적당한 중간 크기 물고기만 잡자’는 주장이다.
연구자들은 유라시아와 북미에 널리 분포해 상업용 및 레저용 어획 대상인 강꼬치고기를 대상으로 모델링 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연구에 참여한 로버트 아를링하우스 독일 훔볼트대 교수는 “대형 산란어를 보호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수산업계에 뿌리 깊지만, 이번 연구로 볼 때 시대착오적이다. 큰 개체를 보호하면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개체군을 안정시킬 뿐 아니라, 잡는 물고기의 평균 크기를 늘린다. 특히 강도 높은 어획 대상 종에서는 중간 크기만 잡는 방식이 기존 어획보다 생산량 측면에서도 낫다”고 베를린 연구협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어린 개체와 아주 큰 개체를 모두 잡지 않았을 때도 어린 개체만 규제할 때에 견줘 생산량의 95%를 어획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나이 많은 큰 암컷은 이미 다음 세대를 배출했기 때문에 제 몫을 다 한 것이라고 이제까지 보았지만, 실제로는 나이가 들수록 성장 대신 번식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다산성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또 “크기와 나이가 다른 물고기들은 산란하는 시기와 장소가 달라 환경사고가 나더라도 살아남을 확률이 커지며, 나이 든 물고기의 이동 경로와 먹이 확보 장소, 습성 등을 어린 물고기가 학습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대형 물고기 남획은 어종의 왜소화를 낳고 있다. 남획으로 어장이 붕괴하기 전 포획된 대서양대구는 길이 120∼130㎝에 무게 20∼26㎏이 보통이었지만 요즘은 그 절반 크기가 대부분이다. 또 기후변화도 물고기를 작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지중해에서 바닷물 표층 온도가 1.5도 올라가면 물고기의 길이는 15%까지 줄어든다고 예측됐다.
인용 저널: Fish and Fisheries, DOI: 10.1111/faf.1244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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