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부터 쉽고 바른 우리말 사용을

 공공기관부터 쉽고 바른 우리말 사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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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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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세계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우리 안에서는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받는 사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일들이 개인뿐 아니라 공공의 영역에서조차 빈번하다는 것이다.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이 최근 발간한 제주지역 공공언어 개선을 위한 조사 및 홍보 사업 결과 보고서만 봐도 그렇다. 

제주대 국어문화원이 지난해 8, 9월 제주도청과 제주시청, 서귀포시청 등 3곳의 누리집에 게시된 공고문과 보도자료 등을 조사한 결과 개선이 필요한 공공언어로 264개가 선정됐다. 개선 대상 용어 기준은 일본어 투 용어, 불필요한 외래어 한글, 불필요한 외래어 로마자, 어려운 한자어 등 네 가지다.

기관별 개선 대상 용어 개수는 서귀포시청 109건, 제주도청 81건, 제주시청 74건이었다. 기준별로는 외래어 한글 108건, 한자어 91건, 외래어 로마자 36건, 일본어 투 29건 등이다.

이들 기관에서는 개소, 익일, 샷시, 음용수 등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대신해 곳, 다음 날, 창틀, 먹는 물 등을 사용하면 불필요한 일본어 투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도민들이 알기 쉽게 표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거버넌스, 모니터링, 바우처, 온택트 등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외래어 한글은 정책, 점검, 이용권, 영상 대면 등을 사용하면 된다. ARS, EV, LED, MOU 등의 외래어 로마자는 자동 응답 시스템, 전기차, 발광 다이오드, 업무 협약 등이 순화어로 제시됐다. 기부채납, 예찰, 차광, 발주 등의 한자어도 기부받기, 미리 살피기, 빛 가림, 주문 등을 사용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 나왔다.

공공언어는 국가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업무 활동에 사용하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생산하는 모든 종류의 언어를 말한다. 사회 구성원이 보고 듣고 읽는 것을 전제로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쉬우면서도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제주도가 공공기관부터 우리말 사용을 추진하기 위해 제주대 국어문화원과 공동작업을 벌인 결과다. 불필요한 한자어와 외래어, 의미가 불분명하고 난잡한 내용, 권위적·차별적으로 느꼈던 게시물 등에 대한 사례별·유형별 조사를 거쳐 개선방안이 마련됐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이다.

수십 년간 사용하면서 몸에 밴 잘못된 언어 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을 넘어 인간의 의식을 지배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조사가 실적 쌓기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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