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은 정신을 담는 그릇인데...-7
말에도 생명이 있는 걸까? 한동안 많이 쓰이던 말들이 어느날 사라지고 새로운 말이 나타나 대신 사용되거나 더 정확한 어감을 전달한다. 그래서 새로이 사용되고 있는 말을 신조어(新造語)라 하고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말을 고어(古語)라 한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고어는 아니지만 다른 대체어의 등장으로 점점 잊혀져 가서 어느 시점에 가서는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말인 단어(斷語)가 있을 듯 하다. 단어(斷語)는 내가 만든 말인데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물건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고 중단되었지만 사용 중인 상태를 뜻하는 단종(斷種)이라는 말에서 유추하여 만든 말이다. 단어(斷語)가 단종된 제품처럼 그 상황이 비슷하다. 신조어인데 등장하자 마자 대박을 친 말이 바로 대박이라는 말이 눈에 띄고 지난해에 생긴 말인 영끌과 빚투도 그에 못지 않다. 그 외에도 왕따, 코로나로 인해서 생긴 말인 비대면, 퀵 서비스, 헐! 등 아주 많고, 고어로 우리가 거의 뜻을 모르거나 알고는 있지만 들으면 생소한 말도 동무, 뫼, 벗, 맹글다, 영감 등 아주 많다. 사실 동무라는 말은 우리도 쓸 수 있는데 북조선 동무들이 선점(先占)하여 사용하여 혹 잘못 쓰다가 잡혀 갈가봐 사라진것 같기도 하다. 아마 맞는 해석일 게다. 그리고 단어(斷語)는 아줌마 ㆍ아저씨, ○,○,○,○라는 말들이 있는것 같은데 어느덧 잊혀져 가고 있고 근래에는 들어 보지 못 했다. 대박은 말의 정확한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어떤 일이나 행사가 크게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로 뜻의 전달이 너무나 적절하여 짧은 시간내에 두루 사용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 근어(根語)가 쪽박이 아닌 듯 싶다. 쪽박의 의미와 가장 반대되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줌마는 어디가셨는지 요즘 이모들만 있고 아저씨는 일하러 가셨는지 사장님이나 삼촌들만 있다. 아줌마 ㆍ아저씨를 대신해서 이모ㆍ삼촌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은 조금 유감이지만 아빠ㆍ 엄마와 아주 가깝게 지내는 친구를 이모 ㆍ삼촌이라고 부르는 것은 가깝고 친밀함을 나타내는 표현이기에 아주 좋은 듯하다. 아마 머지않아 친이모ㆍ친삼촌이라는 말도 생겨나지 않을까 한다. 어차피 말이라 함이 필요에 의해서 생겨나고 또 시대가 바뀌면 사라지는 것이 동물의 생사와 같은 듯하니까. 지금 사용되고 있는 말들이 어떠한 연유로 언제부터 사용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오랜 시간속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쓰게 되면 표준어가 되어 국어사전에도 오르는 영광을 얻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투리나 은어 신세를 벗어날 수가 없다. 말도 복이 있어야 오랜 세월 동안 애용되는가 보다. 모든 사람이 바라고 열망하는 사랑 이라는 말은 출세에 장수까지, 게다가 가장 고귀한 신분인듯 하니 나보다 팔자가 나은가 보다. 반면에 그렇지 못한 말들도 많다. 우리들이 가끔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 붙였다가 바로 허락없이 뱉었다고 괜히 입을 때리곤 하는 18이라는 말은 지지리도 팔자가 사납다. 어쩌다 천하디 천한 욕으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누구를 원망하랴 지 팔자인 것을. 욕으로 태어난 말들이 어쩌면 다 같은 신세가 아닌가 싶다. 고귀한 말 천한 말도 있지만 짝이 없어 외로운 말이나 그 위치가 어정쩡해서 언제 교체 될지 모르는 말들도 더러 있는듯 하다. 무엇보다. 문명의 빠른 발전으로 인하여 사라지는 직업이나 물건을 뜻하는 말들과 그에 따른 사회적 관계 변화로 인한 직위나 신분 등에 관한 말들이리라. 문명의 발전에 의한 면에서 쓰여지지 않는 말들을 보자면 물레방아, 달구지, 나룻배, 우물, 성냥, 짚신 등 너무 많다. 그러니 그들과 교체된 말들도 그만큼 많다. 믹서기, 트럭, 여객선, 정수기, 라이타, 운동화 등이 그자리를 대신 하고 있다. 이들에게 밀려난 단어(斷語)들은 지나간 세대의 말들이라 알고는 있지만 불러내서 쓸일이 거의 없기에 그 옛날 영화나 소설 속 아니면 먼 세월을 한 잔 술에 그리워 해야할 중ㆍ노년들의 마음속에 묻혀 있을 듯하다. 그나마 사회나 문화속에서 사용되는 말들은 문명에 관련된 말들보다 수명이 긴 듯하다. 문명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바뀌지만 사회와 문화 는 오랜 세월을 두고 지속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잘 사용하여 지켜야 되는 것이다. 많은 말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어머니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찡한 아름답고 소중한 말이기에 영원해야 할 듯하고 아기, 아들, 딸 등도 그러하면 좋겠다. 그래도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 왕정(王政)에서 민정(民政)으로 바뀌면서 확 바뀐 사회만큼 사용했던 용어들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를 들어 신분을 나타내는 용어인 양반, 상놈, 노비, 머슴등의 말은 고어는 아니지만 단종된 말이라고 표현을 하는 것이 적절 할것도 같다. 단종되고 그 자리에 종업원이나 직원이란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지도 꽤 오래 됐으니 말이다. 이처럼 사라지고 생겨났다. 몰라서 그렇지 사라진 말들이 수도 없이 많을 것 같다. 세상이 바뀌면 모든 게 바뀌거나 변하는 게 이치이니까. 역사와 사회ㆍ문화의 변화와 흐름 속에서 오늘날 우리들의 사용하는 말들이 형성되어 왔고 그 과정 속에서 오늘날의 우리말이 있게 되었다. 그런데 가끔 말을 주고받으면서 어떤 경우에는 적절한 단어가 없거나 전혀 단어의 짝이 맞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들어 남자 입장에서 본인 보다 나이 많은 남자 형은 형, 여자 형은 누나라고 부르는데 남자 아우나 여자 아우에 대해서는 그러한 호칭이 없어 이름을 부르고, 반대로 여자 입장에서는 본인 보다 나이 많은 남자 형은 오빠, 여자 형은 언니라고 부르는데 남자 아우나 여자 아우를 부를때 호칭이 없어 이름을 부른다. 쉽게 말하면 형과와 누나ㆍ오빠와 언니의 상댓말이 없다. 남동생과 여동생을 뜻하는 호칭이 없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걸맞는 호칭들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불편함 없이 지난 몇 백 년을 지냈다함도 대단하고 불편해 하지 않거나 이상하게 여기지 않음도 대단하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굳이 만들 필요 까지는 없을 것 같다. 불편해 하지 않았고 지금도 아무 탈 없이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으니 말이다. 위의 예와 같이 다른 말들의 경우도 있어야 할것 같은데 없는 말들에 대해 따지고 본다면 제법 많을 것이다. 아마 없다고 새로이 다 만든다면 전세계에서 한글은 배우기가 가장 쉽지만 우리말은 가장 어렵다고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존댓말과 이런 저런 호칭과 표현법 그리고 받침법ㆍ띄워쓰기 등으로 어려운 한국말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기에 그렇다. 그래도 한번 즘 따져는 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듯 다. 한편으로는 생각해보면 조금은 머리가 지끈하겠지만 재미 있을 것 같기도 같다. 상댓말이 없는 것도 있지만 짝이 어색한 말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호칭인 장모님의 상댓말인 장인어른이다. 아내의 어머니가 장모님이면 아내의 아버지는 당연히 장부님이 아닐까? 그런데 어른 아니라 할까 봐 장인어른이라 부른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원래 어른이라는 말은 어느 특정한 대상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의 반대 의미인 성인을 가르키고 좀 더 구체적인 의미로는 회사의 사장. 학교의 교장, 군대의 중ㆍ대대장 이상의 장교, 사회에서는 지역 유지처럼 나이나 지위가 지긋한 사람과 친족 사이에서 항렬이 높은 사람을 가르킨다. 그리고 며느리의 입장에서 남편의 아버지를 시아버지라고 부르면 남편의 입장에서 아내의 아버지는 외아버지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양가의 할아버지를 부를때 친가 쪽은 할아버지 외가 쪽은 외할아버지라 부른다. 그래서 외할아버지의 반댓말로 구별하기 위해서 친할아버지라고도 표현한다. 원래 친(親)이라는 말은 아주 따뜻하고 친근한 의미를 지녔으며 그말 자체에 진실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친어머지, 친정 아버지, 친자식, 친구등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장인어른 보다는 외아버지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어른은 사실상 남이다. 어른이라는 말속에는 가족이라는 의미는 전혀 없다. 그러면 장인어른도 어찌보면 남이란 말인가? 아니다. 아내의 아버지이니 또 다른 아버지이다. 그래서 외아버지라고 불러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듯 말에도 짝짝이가 있나보다. 짝이 맞지 않아서 쓸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정(情)이나 의미가 부족해서 말대로 될 것 같아 걱정된다. 장인어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내를 낳아준 그래서 샛별만큼 예쁜 말썽쟁이 울 딸이 내 곁에 있게해 준 또 다른 아버지인데 아직도 남처럼 가족의 일원이 되지 못해서 어색하게 자리를 찾지 못하고 계시는 것이다. 빨리 아버지로 신분을 격상시켜 드려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사위도 자식이라며 명절날 인사드리러 갈때 마다 바리바리 싸서 챙겨 주실 것 같다. 오늘날처럼 빠른 세대는 역사상 처음이리라. 컴퓨터의 발달로 모든 게 날마다 바뀌어 가고있다. 그래서 말(語)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말(馬)이 빨리 달린다고 이제는 말(語)까지 빨리 변하는 세상이 됬다. 나이가 희긋해져서 그런지 요즘 젊은애들의 말은 도통 어렵다. 빠른데다가 가지치기도 심해서 무슨 뜻인가 잠시 생각할 사이에 벌써 저만큼 가버리고 안 보인다. 지들끼리 하는말을 옆에서 들으려면 딸아이가 통역을 하든지 옛날 영어시험 독해문제 풀듯이 끼워 맞추기를 해야 한다. 거기다 은근슬쩍 욕에다 옷을 입혀서 미안해 하지도 않고 쓴다. 이러다 욕이 대중화 되었으니 표준어로 신분을 격상시켜 국어사전에 등재시켜 달라고 청와대 문교부 사무실 앞에서 데모할 것 같다. 떼쓰며 조를 것이다. 저 봐 젊은애들이 다 사용하잖아 하면서. 졸라는 분명 욕이 근어 (根語)인데 으짜자고 SNS상에서나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아가는지 개탄스럽다. 더 많은 못된 말들이 우리와 우리애들 마음에 자리 잡지 못하게 많은 문학인을 비롯한 교육자들의 노력이 절실한 시대이다. 금수강산처럼 아름다운 우리 말을 잘 지키고 사용하여 우리의 아이들에게 잘 물려주기를 바라자. 광양경제신문 webmaster@genews.co.kr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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