갹출·거출·각출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116] 갹출·거출·각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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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쓰이는 표현 가운데 ‘더치 페이(Dutch Pay)’라는 말이 있다. 2명 이상의 모임에서 돈을 계산할 때 각 개인이 취한 부분에 대해 돈을 따로 치르는 계산 방식이다. 우리말로는 ‘각자 내기’가 가장 적당하다. 예전에는 일본어로 ‘뿜빠이(분배·分配)’라고 많이 해 왔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각출·갹출·거출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람들 중엔 ‘갹출’이라는 용어를 처음 듣는다는 이도 있다.
갹출(醵出)은 ‘어떤 목적을 위하여 여러 사람이 각기 얼마간의 돈이나 물건을 냄’이라는 말이다. 예문으로는 ‘모인 사람들이 갹출하여 구제기금을 마련하였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이 갹출이라는 단어가 거출로도 읽힌다. 한자어로 醵出이라고 쓰다 보니 이것을 ‘거출’로 읽은 사람이 많았는데, 이것이 굳어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갹출만 써 왔다.
‘각출(各出)’이라는 말은 ‘1. 각각 나오다, 2. 각각 내놓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예문으로는 ‘재벌 기업마다 수재의연금의 각출을 약속하였다’ 혹은 ‘학교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각출하여 앞으로의 사업 진행에 도움이 될 것 같다’와 같이 쓸 수 있다. 현실에서는 이 세 가지가 모두 별 차이 없이 쓰이고 있어서 훗날 동의어로 될 가능성이 높은 단어들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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