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갈등 조정자 역할 강화해야

시민단체, 갈등 조정자 역할 강화해야

이은주 2017. 12. 19
조회수 607 추천수 0
첨예한 사회갈등에서 정부 중재 한계 드러내
시민단체가 대안제시와 당사자 참여 끌어내야

00973754_P_0-1.jpg» 정부가 조정하지 못하는 심각한 사회갈등은 시민단체가 나서 풀어야 한다. 2004년 전북 부안 주민들의 삼보일배 시위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명성교회의 부자세습과 종교인 과세를 계기로 종교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과 책임을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또 일 년 가까이 계속되는 태극기 집회를 지켜보며 시민단체의 주장을 어떻게 수렴해 분쟁을 줄여야 하는지 이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데 많은 시민이 공감하고 있다. 때론 억지이거나 불의로 인한 분쟁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분쟁을 해결하지 않고는 미래를 향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작가이자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도움이 된다. 그는 자신을 찾은 한 한국인과의 대화에서 21세기 한국이 올바르게 나아가기 위해서 2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는 건전성에 바탕을 둔 건강한 종교의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합리성에 뿌리를 둔 적극적인 시민단체(NGO)의 활동이라는 것이다.

첫째, 건전성에 바탕을 둔 건강한 종교의 역할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종교적 열성이 다른 어느 나라 국민보다 뜨겁다. 이웃 일본과 중국을 보더라도 매 주일 자기가 믿는 종교의 예배를 드리거나 설법을 듣지는 않는다. 미국도 종교에 기반을 둔 국가이지만 개인의 생활을 보면 많은 시간을 종교활동에 보내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종교적 열성이 때로는 지나쳐 개인이나 가정생활이 어렵게 된 경우를 언론을 통해서 많이 보았다. 이러한 우리 국민의 열성이 건전성의 바탕을 가진 건강한 종교로 승화될 때 한국사회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예측한 것이다.

05857238_P_0.JPG»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공동대표인 김동호 목사가 11월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와 장남 김하나 목사의 교회세습을 비판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두 번째는 합리성에 뿌리를 내린 적극적인 시민단체 활동이다. 시민단체란 비정부기구를 의미한다. 더 쉽게 풀면 지역-국가-국제적으로 조직된 자발적인 비영리 시민단체를 말한다. 공동의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조직한 시민단체는 다양한 서비스와 인도주의적 기능을 수행하며, 정부정책을 감시하고, 정보제공을 통해 시민의 정치참여를 장려하며 인권, 환경, 보건, 성차별 등의 특정 이슈를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내 시민단체의 수는 1000여개로 1980년 말 이후 민주화 세대와 비판적 지식인들이 합법적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시민운동에 가담하면서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 침체 분위기가 느껴진다.

소수의견을 조직화하고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시민단체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이루고 그 외연을 넓혀온 주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해 시민의 관심이 시들해진 것은 시민사회의 선명성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시민단체의 실질적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가 스스로 진단하듯이 문제 해결 능력 부족이 전문성이 모자란 결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조정 능력의 부족이 더 큰 원인으로 보인다. 갈등의 이해당사자를 조정의 장으로 끌어내는 일을 그동안 정부가 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시민단체가 그 일을 해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때론 갈등의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갈등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낼 조정자 구실을 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왜 합리성에 뿌리를 둔 적극적인 시민단체 활동이 필요할까? 그것은 지난 10여 년간 정치적인 입장에 따른 대립이 심각해지면서 정부를 조정자로서 인정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조정자 역할을 대신 해 줄 단체나 행정서비스가 없는 한국사회에서 이익 단체가 첨예하게 부닥칠 때 합리적으로 원만하게 조정하는 일을 누군가는 꼭 해야 한다.

05838098_P_0.JPG»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둘러싼 공론화 위원회 시민참여단의 종합토론회 모습. 모든 환경갈등을 이처럼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 해결할 수는 없다. 천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누가 이러한 일을 원만하게 풀 수 있을까. 정부의 사법기관? 중앙 또는 지방 행정기관? 텔레비전과 신문 같은 언론기관?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과거 극심한 갈등을 부른 부안 방사성 폐기장 설치, 새만금 간척사업, 북한산 관통 외곽순환도로 공사 예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정부나 시공기관과 주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합리성 위에 두 당사자를 이해시키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내는 일을 시민단체가 수행해야 한다. 합리성을 지닌 건전한 시민단체가 국가이익과 주민 복지를 최대화하는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이해 당사자들을 해결의 장으로 불러드려 조금씩 풀어나가야 한다. 이런 일들을 시민단체들이 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다가오는 새해 2018년은 평창 동계올림픽, 러시아 월드컵 등과 같은 굵직한 스포츠 행사가 있지만, 원전건설의 지속 여부, 미세 먼지 문제, 4대강 사후 관리 같은 큰 환경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하는 해이기도 하다. 합리성에 뿌리를 둔 적극적인 시민 환경단체의 활동에 대한민국의 미래, 한반도의 환경이 달려있다.

피터 드러커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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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재부흥과 정보·지식사회의 도래를 예견한 피터 드러커(사진·1909~2005)는 190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2005년에 작고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문 기고가로 활약하면서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공법 및 국제법 법학박사를 취득한 후 영국 런던에서 국제 금융기관의 경제전문가로 근무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서 1937년 미국으로 간 2년 뒤 최초의 저술인 ‘경제인의 종’을 출판했다. 그가 쓴 경영학 저술과 경제 및 사회분석 책은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었고 호평을 받았다. 또한 생기 넘치는 자서전 한 권, 소설 두 권 그리고 여러 권의 수필집을 출판했다. 각종 유명 잡지와 신문에 자주 기고했던 그는 1975년부터 1995년까지 ‘윌 스트리트 저널’의 편집위원을 지냈다. 교수로서도 뛰어난 경력을 쌓았는데, 버몬트 주 베닝턴대학에서 정치학 및 철학교수로 출발하여 1950년부터 뉴욕대학 경영대에서 경영학 교수로서 20년 이상 봉직했다. 1971년부터는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대학의 피터 F. 드러커 경영대학원에서 클라크 사회과학 석좌교수로 재직하였다. 그는 '지식사회'의 도래를 처음으로 예견한 미래학자로 알려져 있다. 정작 본인은 미래를 예언하는 미래학자가 아니라 사회생태를 분석해 이미 일어난 미래를 관찰하고 새로운 현실을 제시하는 사회생태학자(Socioecologist)라고 주장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은주/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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