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 동아닷컴에는 <복직 박성호 기자, 신동호 저격 “기왕이면 사표 쓰시지>라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MBC에서 해직됐다 <뉴스데스크> 신임 앵커로 낙점된 박성호 MBC 기자가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을 저격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는 내용입니다. 이 기사는 오보였습니다.
MBC 신동호 국장이 물러난다는 동아일보의 기사를 공유하고 ‘기왕이면 사표도 쓰시지’라는 글을 쓴 사람은 MBC 박성호 기자가 아니라 동명이인인 일반 시민이었습니다.
동아닷컴의 기사가 나오자 여러 매체에서 앞다퉈 같은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당연히 모든 보도 내용은 ‘오보’가 됐습니다.
이런 오보가 나오게 된 배경은 최승호 PD가 MBC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과거 언론 부역자들에 대한 거취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이들의 싸움을 부추기려고 했고, 때마침 MBC 기자와 같은 이름의 계정에 글이 올라오자 옳다구나 하고 검증 없이 쓴 것입니다.
언론의 오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오보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오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언론이 여론을 어떻게 조작하려고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북풍을 위한 외신의 오역’
▲연합뉴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페리 전 미국 국방 장관의 말을 오역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12월6일 <페리 전 美국방 “北, 실전형 ICBM보유때까지 시험발사 안멈출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전직 국방 장관이 무기 관련 세미나에서 ‘미국과 일본이 독립적인 핵전력을 갖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보도했지만, 이 기사는 오보였습니다.
특히 발언 당사자인 월리엄 페리 전 장관은 직접 트위터에 연합뉴스와 조선일보 등을 지목하며 “나는 한국이든 일본이든 어떤 나라에서든 핵무기 배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서 기름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Long gas lines forming in North Korea)라며 북한 상황이 ‘나쁘다’고(Too bad!) 말한 내용을 ‘가스관’이라고 오역한 적도 있습니다.
외신 오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북한과 관련한 일명 ‘북풍’ 때문입니다. 북한과 관련한 기삿거리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보도하니 오역과 오보가 난무합니다. 단순 오역의 문제가 아니라, 북풍을 통해 정치적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될 수 있습니다.
‘오보라도 괜찮아, 노무현만 죽일 수 있다면’
▲참여정부 시절,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 보도했다.
오보 사례를 조사하면 제일 많이 나오는 언론사 중의 하나가 ‘조선일보’입니다. 참여정부 시절, 아니 훨씬 이전부터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오보를 수십 차례 쏟아냈습니다.
2004년 조선일보는 <검찰 두 번은 갈아 마셨겠지만>이라는 제목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의 측근 비리 수사에 불만을 나타냈다고 보도했습니다. 검찰 수사권의 독립을 강조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무너뜨리는 보도였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05년 조선일보는 “확인 결과 (갈아 마시겠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바로 잡는다”며 정정 보도를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 책임 있습니다. 회피하지는 않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민생파탄 책임 없다”라고 보도했습니다. AP통신의 기사를 인용해 노무현 대통령이 ‘수개월 간에 걸친 비판’을 받았다고 보도했지만, AP통신 원문에는 노 대통령이 ‘악의적인 비판을 받았다’고 나와 있습니다.
분명 오보임을 알면서도 조선일보가 왜곡 보도를 한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매장하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악의적인 왜곡 보도가 연일 언론에 등장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내내 ‘무능한 대통령’으로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소릴 들었습니다.
‘속보 경쟁, 검증 따윈 필요 없어’
▲ 메르스 사태 당시 보건복지부는 한국일보의 오보를 지적했다. 그러나 YTN은 해명 자료가 나온 뒤에 오보를 냈다. 연합뉴스는 기상청 직원의 통지문을 검증 없이 보도했다.
재난 사고 때마다 오보는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세월호 참사 때는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나와 국민의 분노를 유발했습니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던 2015년 6월 11일 저녁 8시 30분경 YTN은 ‘메르스 감염 삼성병원 의사 사망’이라는 속보를 내보냈습니다. 메르스 감염 사망자가 대부분 나이가 많은 노인이었기에 젊은 의사의 사망 소식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그러나 YTN의 뉴스 속보는 오보였습니다.
YTN보다 먼저 오보를 낸 언론은 한국일보입니다. 한국일보는 오후 6시 33분 ‘메르스 감염 삼성서울병원 의사 뇌사’라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8시 10분 해명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그런데도 YTN은 검증 없이 8시 30분에 오보를 냈습니다.
2016년 연합뉴스는 강원도 횡성에서 6.5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속보를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지진은 횡성이 아니라 에콰도르에서 발생했습니다. 기상청 직원이 실수로 보낸 통지문을 검증하지 않고 보도해서 난 오보입니다.
포털사이트로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에서 먼저 속보를 내는 언론사는 수십 만의 조회수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검증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무조건 포털 사이트 메인에 배치될 수 있고, SNS에 공유될 수 있다면 오보라도 괜찮습니다. 이제 언론은 ‘저널리즘’이 아니라 ‘클릭 수 ‘장사를 하는 인터넷 회사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오보’
▲ 해외 언론은 오보를 낸 기자에게 징계를 내리고, 방송사 사장 등은 오보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도 했다.
2015년 1월 조선일보는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종편을 운영하는 조선일보 입장에서 광고가 지상파에 몰린다면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됩니다. 이 기사는 자사 언론사를 보호하기 위한 오보였습니다.
오보를 낸 기사의 지면을 보면 대문짝만합니다. 그러나 정정 기사는 구석에 아주 조그맣게 나옵니다. 왜 정정기사는 오보의 크기만큼 나오지 않을까요? 자신들의 실수를 드러내기 싫다는 언론의 오만함입니다.
트럼프 관련 오보를 낸 미국 ABC방송은 담당 기자 브라이언 로스에 대해 1개월 정직 징계를 내렸습니다. 일본 니혼TV 사장은 허위 증언에 따른 단 한 건의 오보에 책임지고 사퇴를 했습니다. 정치인 성범죄 오보를 보도한 영국 공영방송 BBC 사장 조지 엔트위슬은 “방송국의 최고 편집권자로서 ‘뉴스나이트’가 보여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unacceptable) 언론 보도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명예로운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라며 사퇴했습니다.
오보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 언론은 오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 누구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기자들은 처벌도 없고 징계도 무겁지 않으니 오보를 내도 무감각해집니다. 당연히 오보가 사라지지 않고 또 나옵니다.
과거에는 오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민들은 캡처 또는 특정 사이트의 페이지를 영구 저장하는 방식 등을 통해 오보를 기록하고 공유하기도 합니다. 가짜 뉴스가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뉴스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과 판단력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는 ‘저널리즘’의 원칙과 기본을 지키기보다 ‘클릭 장사’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오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수록 신뢰도는 떨어지며,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상임대표 고희철 기자 khc@vop.co.kr 발행 2024-06-06 16:14:31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전면으로 부상해 4.10 총선 결과 민주당의 한 축을 이뤘다. 대개 언론에는 ‘친명 강경파’ 조직으로 소개된다. 지난 2일 2기 강위원 상임대표가 선출됐다. 한총련 의장을 거친 강 대표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여민동락 공동체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민형배 구청장 시절 광산구노인복지관장 등을 거쳐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일정을 총괄했고, 그 뒤 당대표 특보와 혁신회의 1기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혁신회의는 국회의원 31명을 배출해 당내 최대 정치세력으로 불린다. 강 대표 본인은 경선에서 사퇴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지만 상임대표가 됐다. 그러나 혁신회의와 강 대표는 언론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언급된다. 친명, 강경, 팬덤, 개딸 등의 연관어와 함께. 특히 국회의장 후보 경선으로 촉발된 당원민주주의 논쟁은 부정적 보도 증가에 기여했다. 3일 여의도의 오피스텔에 자취방처럼 차려진 혁신회의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묻고자 한 것은 간단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을 장악했다는 비판과 극성 팬덤을 앞세워 국회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3 ⓒ민중의소리 1시간을 예정한 인터뷰는 2시간 30분을 넘겨 간신히 ‘중단’됐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할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은 영광군과 광산구와 경기도를 넘나들었고, 5.18정신과 김대중, 노무현도 수시로 언급됐다. 특히 언론의 당원민주주의 폄하에 강하게 반박했다. 친명만 공천되고 비명은 탈락한다는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에 강 대표는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작업을 한 ...
우드사이드 사업 철수 과정 해명 석연치 않아, 경쟁입찰 했다는데 공개된 기록 없어…검증 과정도 불투명 홍민철·조한무 기자 발행 2024-06-07 15:16:28 미국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6.07. ⓒ뉴시스 동해 영일만 석유·가스 탐사 사업과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사업성 분석업체 액트지오가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 대형 석유회사가 사업성 없다고 판단한 사업을 재추진한 이유, △ 사업성 분석 주체로 영세 업체인 액트지오를 선정한 이유, △ 매장량 및 성공 가능성을 추산한 근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그 흔한 그래프, 도표 한장 제시하지 않았다. 원론적 설명에 그쳤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쟁점별로 정리했다. 15년 탐사한 대형 업체 우드사이드와 액트지오 판단, 왜 달랐나? 이번 사업은 당초 석유공사와 함께 탐사를 진행했던 호주 대형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철수한 뒤 사실상 재추진됐다. 때문에 ‘경제성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우드사이드는 지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동해에서 석유공사와 공동으로 탐사를 진행했다. 2D 광역 탐사를 시작으로 시추공 2개를 뚫고, 3D 탐사로 자료를 구체화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7월, 돌연 사업 중단을 통보했다. 이와 관련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국내사업개발처 수석위원은 “배경을 보면 우드사이드가 다른 회사와 합병 후 글로벌 탐사 전략 변경 과정에서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사업 중단이 동해 영일만 탐사의 사업성이나 경제성 문제라기 보다는 우드사이드 자체 사정이라는 취지다. 추가 설명도 내놨다. 우드사이드가 실시한 대규모 3D 탐사 결과를 충분히 평가하지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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