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뜨게될 제3지대 신당, 성공할까
입력 : 2019.10.27 09:38 수정 : 2019.10.27 09:39
바른미래당내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인 유승민 의원이 10월 23일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너무 많은 경우의 수가 남아있어 지금은 시나리오도 짤 수 없다.”
‘제3지대 신당’에 대한 바른미래당 측의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아닌 제3의 세력들에게는 총선 시계가 더 빨리 돌아가고 있다. 연대든 신당이든 지금이라도 준비를 해야 할 시기다. 이 시기를 놓치면 죽도 밥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행동의 출발점을 11월 말로 보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됐던 선거법안이 11월 27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부의되기 때문이다. 선거법은 선거의 룰을 다루고 있다. 바로 룰이 확정되는 순간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민주평화당을 탈당한 대안신당(가칭)은 11월 중 창당 발기인대회를 연다고 발표했다. 바른미래당의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도 12월 창당을 언급했다. 비당권파는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내부 갈등만 일으키다가는 시간만 허비할 수 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후 곧바로 행동할 것임을 선언한 셈이다.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안철수계,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유승민계 등 세 계파가 있다.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변혁 모임에 있지만 앞으로도 동행할지는 미지수다. 변혁은 보수통합을 목표로 하느냐, 아니면 제3지대를 선점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안철수계 의원 대부분은 비례대표라서 탈당이 마땅치 않은 데다 안철수 전 대표의 의중이 분명하지 않아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유승민계의 의중이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으로 무게추가 기울어가면서 안철수계에게는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 쪽 한 핵심 인사는 “유승민계 의원들이 나가겠다는 입장을 표시하면서 이제는 분명하게 선이 그어졌다”며 “안철수계 의원들이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제는 손학규 대표체제에서 제3당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제3지대의 중심에 서겠다는 것이다. 이 핵심 인사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민주당도 아니고 한국당도 아닌 제3의 당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면서 “그동안 바른미래당은 도대체 어떤 당이냐고 하면 대답을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색깔을 분명히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진보도 보수도 아닌, 이념과 진영을 떠난 혁신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핵심 인사는 “우리가 제대로 된 색깔을 보여준다면 ‘6%(바른미래당 정당지지율)의 늪’을 벗어날 것이고, 안 전 대표도 바른미래당의 대권후보로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철수의 선택이 제3지대의 관건
제3지대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세력은 바른미래당의 당권파와 대안신당이다. 두 세력은 공통분모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 있었다. 바른미래당의 한 핵심 인사는 “국민의당으로의 복원 가능성은 과연 선거에서 많은 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냐, 그리고 안 전 대표가 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같이한다면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신당의 한 의원 측 역시 제3지대의 결합에 대해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갈라선 민평당 역시 기득권을 버리고 함께한다면 같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안신당과 민평당 일부 의원들이 10월 23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을 만난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다.
대안신당의 한 의원 측은 “크게 보면 내년 총선은 영남에서는 한국당 대 변혁의 대결이 벌어지고, 호남에서는 민주당 대 옛 국민의당이 붙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제1당과 제2당이 영남과 호남에서 각각 다른 제3당과 붙는 구도를 예상한 것이다. 민주당의 한 호남 의원 측은 “호남은 문재인 정부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국 사태에도 흔들림 없이 여당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내년 총선에서도 제3지대 정당에서는 의원 개인은 영향력을 발휘할지 모르지만 제3지대 정당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에서는 또 다른 차원의 통합 또는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 한국당의 한 인사는 “한국당과 유승민계의 보수통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유승민 의원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에 황교안 대표가 당 대 당 통합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당 중심의 통합이라면 모를까, 당 대 당식 보수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보수통합은 안 전 대표를 포함해야 큰 의미가 있다”면서 “그래야 보수·중도 통합으로 민주당과 일 대 일 승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이 4자구도가 아닌 3자구도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바른미래당의 한 핵심 인사는 “최근 기류를 보면 유승민계는 보수통합에 방점을 찍는 듯해서 결국 플랫폼 ‘자유와 공화’까지 포함해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통합으로 갈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면서 “결국 민주당과 한국당, 그리고 제3지대 정당이 붙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안신당 장병완 의원(왼쪽 세 번째)이 10월 21일 국회의원·창당준비기획단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력 차기 대권주자가 있어야 제3신당 성공
‘3자 구도’냐 ‘4자 구도’냐는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선거법의 통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50%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되면 소수정당으로서는 일정한 지지도만 있으면 비례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굳이 거대 당에 통합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여론전문가들은 제3지대 신당의 성공 가능성을 다른 측면에서 보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제3신당은 총선 바로 전에 등장해도 관계가 없지만,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있어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이 대표적인 예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일(2016년 4월 13일)을 불과 두 달 앞둔 2월 13일 창당됐다. 국민의당은 총선에서 38석(지역구 25석, 비례 13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정당투표에서는 민주당을 앞섰다. 안철수 전 대표라는 차기 대권후보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같은 성공적인 사례는 1985년 12대 총선 때에도 있었다. 2월 12일 총선일을 앞두고 불과 한 달 전에 신한민주당(약칭 신민당)이 창당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가 대거 참여했다. 여당인 민정당과 야당인 민한당의 틈바구니를 뚫고 신민당은 67석(지역구 50석, 비례 17석)을 확보해 한 달 만에 일약 제1야당이 됐다. 제2야당이 된 민한당은 나중에 사실상 와해됐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지금은 어떻게 보면 민정당·민한당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면서 “이제는 산업화 정당과 민주화 정당을 뛰어넘어 새로운 테크노크라트(과학기술인력) 정당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여전히 제3지대 정당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이들 정당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를 만한 인물이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안 전 대표는 입장이 모호하고, 유승민 의원의 앞에는 험로가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금 상태로는 보수는 황교안 대표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지고 제3지대는 아무리 모아도 옛 국민의당 정도여서 제3신당의 파괴력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0270938001&code=910100#csidx4ebed8cbf9c8576ab686c0a8e79406a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0270938001&code=910100#csidx4ebed8cbf9c8576ab686c0a8e79406a
评论
发表评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