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사의 오진과 기만이 보장된 야만사회 대한민국

 


프레스아리랑  | 입력 : 2020/09/08 [09:57]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의사 수를 증원하겠다고 했더니 의사들이 파업을 했다. 간호사들은 파업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의사들 비운 자리에 간호사들이 수고한다고 문대통령이 감사를 했더니 난리가 났다. 그 감사의 말씀이 의사와 간호사를 서로 이간질 시키기 위한 것이란다.

 

그래서 난감한 청와대에서 그 감사가 대통령이 아니라 아래 비서진들이 쓴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랬더니 전 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있었던 현 고민정 의원이 거짓말했다고 또 난리가 났다. 대통령이 SNS에 올리는 글은 직접 쓴다고 그이가 말했기 때문이란다.

 

고민정의 말은 문대통령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직접 쓴다는 뜻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상식적으로, 누구라도, 어느 나라 대통령이라고 해도 보좌관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는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나 오직 비난이 목적인 이들에게 어떤 양해도 여기에는 없다.  

 

의사가 파업을 했는데 간호사가 자리를 지키고 환자를 돌보니 당연히 고마운 것이다. 그래서 고맙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왜 그것이 문제가 되고 이간질이라고 보는 것일까? 문제는 간호사나 문대통령의 감사가 아니라 의사 측의 독선에 있다. 평소에 의사는 자신만이 칭찬을 들어야 할 가치가 있고, 간호사는 칭찬을 들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뿐이다.   

 

제 잘난 줄만 아는 의사협회는 두 가지 면에서 염치가 없다.

 

하나는 자기들만 대우를 더 잘해달라고만 요구할 뿐, 옆에 동료들이 그 개고생에 얼마 만큼한 보수를 받는지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의사가 아닌 자는 동료로 보이지도 않는 것이다. 간호사가 같이 고생하는 보건 의료인 동료로 보였다면, 문대통령이 감사를 할 때 같이 기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환자가 오진의 피해를 보는 데 대해 최책감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만일 의사가 그런 점을 반성하고 있었다면, 이번 의사 수를 늘린다는 데 대해 쌍수로 환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증원을 반대하는 이들은 여전히 의료의 공백으로부터 오는 사고에 대해 예의 거짓말 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만사형통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이다. 이들의 안중에 간호사나 민초는 인격체가 아니라 도구일 뿐이고, 지향하는 바는 상식이나 공정이 아니라 특권과 권위, 그리고 돈이다.   

 

간호사도 의사처럼 개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간호사는 참으로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받는 보수는 쥐꼬리만 하다. 의사도 환자를 돌보느라 고생을 하지만. 간호사가 감당해야 할 궂은일은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런데 의사가 보기에 자신은 잘났으니 당연히 보수가 많아야 하고, 간호사는 못나고 비천해서 당연히 보잘것없는 보수에 찌질이 고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듯 의사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같이 계급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문대통령이 간호사에게 감사한 것을 두고 시비 거는 것은 간호사를 향한 감사가 생소하기 때문이고 평소에 의사나 사회나 간호사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도 간호사는 불평등하다. 의사는 개인 개업을 할 수가 있는데, 간호사는 그게 안 된다. 영국에서는 간호사가 개인 사업을 할 수가 있다. 남의 병원에 취직하는 것보다 개인 사업을 하면 득이 될 때도 있고 손해를 볼 때도 있겠다. 그러나 적어도 보수나 노동조건의 결정에서 병원의 독주를 막을 수가 있다. 죽으나 사나 병원에 종속되어 있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창의력과 능력, 노력에 따라서 보수를 빵빵하게 올릴 수도 있다.

 

차제에 의사 수뿐 아니라 불평등에 시달리는 간호사의 인권과 사회적 지위 개선을 위해 개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입법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의사의 오진율은 세계적으로 30%가 넘는다. 인간은 머리가 좋다고 완벽한 것이 아니다. 세계적 통계에 따르면, 의사의 오진은 30%를 넘는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나 물리치료사도 잘못을 범하는 수 있다. 그래서 보건의료에 종사하는 이들은 책임보험을 넣을 필요가 있다. 부족한 인간이기에 부득이하게 벌어지는 상황을 도대체 누가 막을 것이며, 누가 책임을 질 수 있나?   

 

자동차 책임보험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진실을 말하지 않고 거짓말 시합을 했다고 한다. 생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금 병원에서 일어나는 의료사고가 그런 지경에 있다. 외국인을 받는 소수의 성형외과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형병원도 책임보험을 넣지 않는다. 그 결과는 진실의 은폐이다. 거짓말을 한다는 말이다. 의사들이 거짓말을 한다.  

 

아니 하나같이 숫제 입을 다물어버린다. 자기 진료든 타인의 진료든 의료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침묵의 공모, 집단적으로 공모의 침묵을 연출한다. 문제가 생기면 입을 딱 다물고 앉아서 환자에게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증명을 하라고 요구한다. 자신이 진료한 것에 대해 스스로 증명하지 않고 의료지식 없는 환자에게 증명하라고 하는 것이다. ‘배 째라’고 한다.

 

반대로 독일에서는 의사는 자기가 진료한 것이건 다른 의사가 진료한 것이건 가리지 않고, 모든 의료 정보를 모든 이에 대해서 무료로 제공할 의무가 있다. 어기면 형사 처벌 받는다.   의사가 자신의 허물은 감추고 배타적 특권만 누리려 한다. 

 

머리가 좋고 능력이 있으면 당연히 남달리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남달리 봉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공부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갔다고 본전을 다시 뽑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 덕이거나 남들이 못가지는 수련의 기회를 가진 데 대해서 사회에 감사하고 그 공을 사회에 돌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땅에서의 의사는 서로 협조해서 이(利)를 불릴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돈벌이에 방해가 되는 경쟁상대로 생각한다. 한참 부족한 의료인의 수를 늘리는 데 죽자고 파업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들은 의료사고의 공백에 대해서는 후안무치, 거짓말로 일관한다. 이들의 거짓말이 통용되는 것은 의사와 정계, 사법조직 간의 상호결탁에 의한 것이다.   

 

의사의 거짓말은 검사, 판사, 위정자들의 거짓말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한국의 의료사고 기소 건수나 의료인이 유죄 선고받는 건수는 가물에 콩 나듯 해서, 유럽의 경우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의사가 오류 없이 유럽보다 진료를 더 잘 해서가 아니라, 의사와 위정자, 사법계가 서로 카르텔을 맺어서 결탁해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집안에 의사 하나, 검사 하나, 판사 하나는 꼭 있어야 된다는 말이 회자된다. 그 말은 개인적으로 지주(백)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통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한국은 야만의 국가이다. 공권력이 상식적으로 공정하게 행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의 거짓말은 검사도 판사가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검사는 검은 것을 희다고 불기소하여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한다. 아니면 흰 것을 검다 하고 재판에 넘기는 경우 판사가 그대로 받아서 또 흰 것을 검다고 한다. 의사가 침묵의 공모를 통해 집단적으로 거짓말을 실천하듯이, 검사나 판사도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벌을 받지 않는다. 이들을 감시하고 벌하는 제도를 한국 국회에서 제대로 마련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독재는 박정희나 전두환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말초 신경까지 골고루 독이 되어 잠재해있다. 한국은 이름만 ‘민주’일 뿐, 돈과 권력이 결탁하여 각계각층에 거짓말이 판을 치는 희한한 나라이다.   

 

박봉과 수고에 지친 간호사가 감사를 받으면 난리가 나는 나라, 그 간호사의 처지는 괄세받는 민초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약력:

최자영(崔滋英)은 경북대학교 문리과대 사학과 졸업(1976), 동 대학교 석사학위(1979), 그리스 국가장학생(1987-1991)으로 이와니나 대학교 인문대학 역사고고학과 역사고고학 박사학위(1991), 다시 이와니나 대학교 의학대학 보건학부 의학박사학위(2016)를 취득했다. 그리스 오나시스재단 방문학자(2002.12~2003.2월),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재직(2010-2017), <한국서양고대역사문화학회> 학회장(2016-2017)을 역임했다. 저서로 『고대 아테네 정치제도사』(신서원, 1995)[문화체육부 역사부문 우수도서]; 『고대 그리스 법제사』(아카넷, 2007 [대우학술총서 588 :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역사부문 우수도서]); 크세노폰 지음『헬레니카』(아카넷, 2012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509]); 『시민과 정부 간 무기의 평등』(헤로도토스, 2019, 개정판), 『거짓말 공화국–국회 왜곡법률검증 상임위원회 설치를 촉구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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