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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원 내는데 택배기사에겐 1,700원만...800원은 누구 주머니에 들어가나

 


화주들 “배송비에 ‘포장비+인건비’도 포함... 부수비용까지 택배비로 봐야” 주장...백마진·리베이트 관행 개선될까

윤정헌 기자 yjh@vop.co.kr
발행 2021-01-26 09:39:17
수정 2021-01-26 09: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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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물량을 싣고 있는 택배기사
택배 물량을 싣고 있는 택배기사ⓒ뉴시스  

택배업계 관행처럼 이어져 온 백마진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택배비 현실화’를 위한 과정에서 꼭 사라져야 할 업계 관행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소비자가 내는 배송비 2,500원 중 1/3에 달하는 800원 정도가 백마진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25일 사회적 합의기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택배비 현실화’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백마진 문제의 심각성이 지적된 바 있다. 당시 논의에선 택배비 현실화를 위해 백마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택배업계 과열 경쟁이 불러온 ‘백마진’

백마진은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배송비보다 더 낮은 단가에 택배 계약을 맺고, 마진을 챙기는 것을 말한다.

2017년 국토교통부가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에 따르면 소비자는 온라인쇼핑업체에 2,500원의 배송비를 지불하고 있지만, 온라인쇼핑업체와 택배사가 계약하는 평균 단가는 1,730원이다. 소비자들은 2,500원의 배송비를 내지만 택배 계약 과정에서 770원이 ‘백마진’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백마진은 택배사가 생산자 혹은 유통업체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택배사나 택배대리점들은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타사보다 더 낮은 단가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따낸다. 결국 경쟁적으로 낮춘 택배 단가가 백마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 대형 택배사 관계자는 “택배사들의 경우 대부분 입찰을 통해 유통사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만큼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금액을 제시하는 것일 뿐”이라며 “입찰가가 소비자가 지불한 배송비보다 낮아 백마진이 발생하는 구조”고 말했다.

리베이트 형태로 발생하는 백마진도 있다. 택배 대리점과 소속 택배기사들은 개별 영업을 통해 온라인쇼핑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이때 타사 대리점들과 경쟁을 벌이면서 택배 단가가 낮아진다. 택배사는 대리점과 기사가 ‘최저 가격’ 이하로 내리지 못하게 하는데, 정해진 가이드라인보다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한 택배대리점 관계자는 “A라는 업체가 CJ대한통운 대리점과 최저단가인 1,700원에 계약을 맺고 있다고 했을 때, 경쟁사가 CJ대한통운을 제치고 A업체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1,700원보다 낮은 단가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택배사가 정해 놓은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단가를 더 낮출 수 없을 경우 공식적인 계약은 1,700원으로 하되, 추가 할인을 약속하고 이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택배기사의 경우 본인이 영업한 택배 물량에 대해 건당 수수료 받는데, 자신이 얻는 수수료 수익에서 일부를 떼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것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식 자료사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출범식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택배비 인상? 택배업계 백마진 문제 해결 먼저”

백마진 문제는 사회적 합의기구 내에서도 ‘택배비 현실화’를 위해 최우선으로 해결할 문제로 지적됐다.

합의기구에 참여한 소비자대표들은 택배업계 내 수익배분 구조와 함께 백마진 문제를 해결해야만 택배비 인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 소비자단체 대표는 “택배사와 택배대리점, 택배노조 모두 ‘택배비가 너무 낮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지만 분배 구조를 그대로 두고 가격만 높이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택배비가 인상되더라도 백마진 관행이 남아 있는 이상 인상된 금액이 택배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택배비가 인상되더라도, 소비자로부터 직접 배송비를 받는 건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다. 이후 유통업체와 택배업체간의 택배단가 계약이 이뤄지는 만큼 자칫 택배비 인상 의도와 달리 유통사들의 배만 불려줄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백마진 문제 등을 해결하고 난 뒤 택배비 인상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면서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택배비가 인상된다면 소비자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자료사진
온라인 쇼핑몰 자료사진ⓒ사이트 캡쳐

배송비에 ‘포장비+인건비’ 포함돼 있다는 대형 화주들
... 소비자단체 “배송비가 아닌 제조원가에 포함해야”

유통업체는 백마진이 택배비의 일부라는 입장이다. 소비자에게 요구하는 ‘배송비’에는 택배 배송료 외에도 포장비와 인건비 등 부수비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합해 택배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송비라고 해서 단순히 택배비를 말하는 건 아니다.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포장하는 포장비와 인건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면서 “화주(화물의 주인) 입장에서는 택배사가 제시하는 적정 단가에 비용을 지불하는 건데, 마치 이걸 화주가 착복하고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배송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가 쟁점이다. 업계 주장처럼 소비자들에게 택배비 명목으로 2,500원을 받으면서 1,700원은 배송비로, 나머지 800원을 포장비 등으로 판단할지 아니면 800원을 불합리한 백마진 혹은 리베이트로 볼지가 관건이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포장비나 인건비가 판매에 꼭 필요하다면 이건 소비자들에게 부과하는 배송비가 아닌 제조원가에 포함해 상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와 공정위 등 관계당국은 백마진과 리베이트 등 거래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1일 발표된 사회적논의기구 1차 합의문에 따르면 국토부는 올해 1분기 내에 거래구조 개선 연구 용역을 발주한다. 온라인쇼핑몰 등 유통업체는 이 과정에 적극 동참하는 한편, 투명한 거래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업체별 의견을 수렴하고 올해 상반기 내 상생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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