跳至主要内容

[양해원의 말글 탐험] [155] 매운 라면, 순한 라면

 

[양해원의 말글 탐험] [155] 매운 라면, 순한 라면

방금 주문한 거 푹 좀 익혀주세요. 기계는 받아주지 않는 부탁인지라 주방에 따로 하려니 구차했다. 어쩌랴, 꼬들꼬들하면 영 먹기 괴로운걸. 2분은 더 끓였으면 하는 아쉬움은 30초 만에 땀과 함께 날아가버렸다. 뜨겁거나 매우면 손수건 없이 배기질 못하는 체질이여. ‘사나이 울리는’ 라면이 밉다. 근데 이놈 발음이 [신나면]인가 [실라면]인가?

‘ㄴ은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발음한다.’ 어문 규정 중 표준발음법 제20항이다. 해서 ‘단련, 순리, 언론, 진루, 천륜’ 따위가 [달련, 술리, 얼론, 질루, 철륜]으로 소리 난다. 그럼 [실라면]이란 얘기? 예외가 있어 섣불리 결론 내기 어렵다.

‘궤변론, 특진료’를 보자. 변론[별론], 진료[질료]만 보면 [궤별론, 특질료]일 듯하지만 [궤변논, 특진뇨]로 소리 난다. 단어 구조가 ‘궤변+론, 특진+료’이기 때문이다. 각 의미 단위의 본모습을 되도록 살리려는 마음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여기서 [실라면]보다 [신나면]이 자연스러움을 유추할 수 있다. ‘신(辛)+라면’이라는 짜임새와 더 비슷하므로(물론 ‘신라시대 특산 면(麵)’이란 뜻으로 ‘신라+면’이 있다면 [실라면]이겠지). 그러니 ‘진라면’ 또한 [질라면]보다 [진나면]이 자연스럽다. 길이가 길다는 뜻의 ‘긴라면’을 우리는 어찌 발음할까. 역시 [긴나면] 아니겠는가.

구성이 같은 ‘강원랜드’도 그래서 마찬가지. ‘부산랜드, 순천랜드, 천안랜드’가 있다면 [부살랜드, 순철랜드, 천알랜드]라 하진 않을 터. 내친김에 ‘그린란드(Greenland)’와 ‘핀란드(Finland)’를 비교해보자. 아마 [그린난드] [필랄드]로 소리 내는 이가 많을 듯한데. 그렇다면 ‘Fin+land’와 달리 우리 눈에 제법 익은 ‘Green+land’ 구조를 반영하고자 함이리라.

그나저나, 단골 분식집이 문 닫고 말았다. 하필 시름시름 장사할 때 겨우 얼굴 익혔더니. 순한 라면은 이제 어디 가서 청할꼬. 매운맛은 통각(痛覺)이라는데, 청춘이라면 모를까….

评论

此博客中的热门博文

[인터뷰] 강위원 “250만 당원이 소수 팬덤? 대통령은 뭐하러 국민이 뽑나”

‘영일만 유전’ 기자회견, 3대 의혹 커지는데 설명은 ‘허술’

윤석열의 '서초동 권력'이 빚어낸 '대혼돈의 멀티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