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아이를 대접해 이르는 말 ‘어린이’

 우리말 산책

아이를 대접해 이르는 말 ‘어린이’

엄민용 기자

‘가정의달’ 5월, 많은 어들들은 ‘어린이’라는 말부터 떠올릴 듯하다. 오래전에 어린이로 사랑을 받았을 것이고, 이제는 사랑으로 어린이를 보살피고 있을 터이니 당연한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어른과 어린이는 서로에게 거울이 돼 사랑을 주고받았다.

그런 만큼 세계의 많은 나라가 어린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그중 그리스는 5월에 ‘어린이 주간’을 두기도 한다. 이때에는 여러 공연과 즐거운 행사가 펼쳐진다. 또 터키는 독립기념일인 4월23일이 어린이날이다. 나라의 미래가 어린이들에게 달려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3월3일을 여자 어린이의날로, 5월5일을 남자 어린이의날로 나누어 기념한다. 꽁꽁 닫힌 사회로 여겨지는 북한에도 어린이날이 둘이다. 6월1일은 ‘국제 아동절’로 유아들이 대상이고, 6월6일은 ‘소년단 창립일’로 초등학생들이 대상이다.

그러나 북한의 어린이날에서 알 수 있듯이 대개의 나라는 ‘아이’를 높여 부르지는 않는다. 다들 우리말로 번역할 때 ‘아이’로 쓰면 충분한 말을 사용한다. 아이를 높여 부르는 말을 일상에서 늘 쓰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처음 만들어 사용한 ‘어린이’가 바로 그것이다. ‘어른’에 대한 대칭어인 ‘아이’란 말 대신에 ‘어린 사람’이라는 뜻을 담아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우하자고 만든 말이 ‘어린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도 ‘어린이’를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이렇듯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귀한 말 ‘어린이’를 쓰는 어른들이건만, 우리말을 잘 몰라 엉뚱한 말을 쓰기도 한다. 어린이날이면 언론에 곧잘 등장하는 ‘조막손’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아이들 손을 함부로 ‘조막손’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조막’은 “떼어 내거나 떨어져 나온 부분”을 뜻하는 ‘조각’의 옛말로, ‘조막손’이란 “손가락이 없거나 오그라져서 펴지 못하는 손”을 뜻하기 때문이다. 즉 장애가 있는 손이다. 아이들의 작은 손을 귀엽게 이르는 말은 ‘고사리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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