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톺아보기 '득점왕'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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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왕'의 탄생

입력
 
2022.05.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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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왕 트로피를 들고 있는 손흥민. 토트넘 구단 SNS

얼마 전 손흥민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득점왕'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많은 사람들이 기뻐했다. '왕(王)'은 원래 '임금'을 뜻하는 말인데 축구에서 골을 가장 많이 넣은 선수를 '왕'이라 부르는 걸 보면 말이 사회 변화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한자어 '왕'의 쓰임은 꽤 흥미롭다. '왕'은 자립적으로 쓰이는 명사이며 다른 말에 붙여 쓰는 접사로도 사용된다. '왕'은 '보다 큰 종류'의 뜻을 더해 주는 접두사로 '왕개미, 왕밤' 등 동식물과 관련된 단어와 어울린다. '발명왕, 저축왕, 산중왕'에서처럼 '일정한 분야나 범위 안에서 으뜸이 되는 사람이나 동물을 뜻할 때'는 접미사로 활약한다. 우리말에서 한자어로 된 접사는 '표준국어대사전'에 330여 개가 등재되어 있는데 '왕'의 경우처럼 명사뿐만 접두사, 접미사로 모두 쓰이는 한자어는 흔하지 않다.

명사 '왕'이 언제부터 접두사, 접미사로 쓰였을까? 지난 100여 년간 편찬된 사전에서 ‘왕’의 변신을 가늠할 수 있다. '한불자전(1880년)'에 '왕고모', '왕방울'의 단어가 보여 접두사로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5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의 국어사전에서 표제어 '왕'은 명사와 접두사로만 처리했다. 광복 전에 가장 많은 단어를 수록한 문세영의 '수정증보 조선어사전(1940년)'에서도 '접미사'로 쓰인 단어는 확인할 수 없다. '왕'이 국어사전에 접미사로서 생산적인 쓰임을 인정받아 실리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에서의 일이다. 최근에는 '왕 좋아, 왕 맛있어'처럼 '왕'이 관형적으로 쓰이는데, 앞으로 새로운 '왕'의 탄생도 기대해 볼 만하다.

황용주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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