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전기 뜻 아나요? 다른 세대의 말은 일종의 외국어
낮 전기 뜻 아나요? 다른 세대의 말은 일종의 외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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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말들-말과 사회사』와 시집 『충북선』을 동시에 낸 유종호 선생.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낮 전기’는 발전량이 부족해 밤에만 제한 송전하던 1950~60년대 병원 등 필수시설에 낮에도 공급되던 전기를 뜻한다. 요즘 사람들은 알 길이 없는 표현이다. 겨울철 썰매나 비속어인 등신은 모두 한자에서 왔다. 각각 설마(雪馬), 돌·쇠·흙으로 만든 사람 형상을 뜻하는 등신(等神)이 원어다. 진검승부는 일본어 표현. 일본 검도에서 죽도나 목도가 아닌 진짜 칼로 벌이는 승부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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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말들
사실상 사라졌거나 무심코 사용하는 말들인데, 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87) 선생이 최근 펴낸 『사라지는 말들-말과 사회사』(현대문학)에서 소개했다. 모두 207개를 표제어로 다룬 책에서 선생은 사라지는 말들을 외국어에 빗댔다. 과거는 일종의 외국, 과거의 말은 외국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의 일상어도 서로에게 외국어나 마찬가지다.
외국어 같은 옛말들을 되살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변하는 것이 언어의 특성이고 세월 앞에 장사 없듯 변화하는 시속(時俗) 앞에 성길사한(成吉思汗·칭기즈 칸)이나 나파륜(拿破崙·나폴레옹) 같은 표현은 발붙일 자리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살릴 수 있다면 살리는 게 좋다. 옛말과 그에 얽힌 정서가 대체불가능인 경우도 있다. 치매보다 상대적으로 덜 쓰이는 망령이라는 단어를 활용한 ‘철들자 망령’ 같은 표현이 그런 사례다. 가장 간결한 인간론, 가장 슬픈 인생론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인이 특히 유념해야 할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20일 선생을 전화 인터뷰했다. 정확한 미문(美文)을 자랑하던 당대의 평론가는 이제는 동년배 최강 기억력으로 공인해야 할 것 같다. 책에서나 말에서나 막힘이 없었다.
- 기억력의 비결이 있나. 수십 년 전 풍경을 책에서 생생히 되살렸다.
(※평론가인 선생은 생애 두 번째 시집 『충북선』(서정시학)을 이번에 함께 출간했다. 어휘구사력 쇠퇴 방지가 시를 쓰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 자료조사량도 만만찮게 느껴진다.
선생은 말은 사회적이면서 동시에 개인적이라고 했다. 같은 단어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뜻이 미묘하게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세대 차는 더 크다. 가령 노망이나 망령은 노인들이 흔히 겪는 정신상의 일탈, 그에 비해 치매는 구제할 길 없는 질병을 뜻한다고 했다. 사람에 따라 치매가 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표현이라고 느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 일상어가 다르면 세대 갈등이 생기나.
- 공감대를 넓히려면.
- 책에서 속담이 풍부한 문학 자산일 수 있는데 우리의 경우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 국어사전의 문제도 지적했다.
-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을 질타하는 대목도 적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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