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피로가 회복되면 골병이 든다

 우리말 산책

피로가 회복되면 골병이 든다

세월이 흐르면서 예전에 없던 말이 많이 생겨난다. 이들 말 중에서 사람들이 두루 쓰는 것은 표준어가 돼 국어사전에 오른다. 하지만 모든 게 그런 것은 아니다. 신문과 방송에 자주 나오는 탓에 일반인들도 많이 쓰는 말이더라도 표준어로 인정받기 어려운 말이 적지 않다. 우리말법의 기본 원리에 벗어나거나 우리말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말, 또 특정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표준어로 대접받기 어렵다.

‘희귀병’이 대표적 사례다. ‘희귀’는 ‘드물 희(稀)’와 ‘귀할 귀(貴)’로 이뤄진 말이다. 여기에 ‘병’이 붙으면 “보기 드물게 귀한 병”이 된다. 세상에 그런 병은 없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에게 ‘참 귀한 병에 걸렸다’고 말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다. ‘희귀병’은 보통 ‘난치병(難治病)’으로 쓰면 족하다. “매우 드문 병”이라는 의미에서 ‘희소병(稀少病)’으로 쓸 수도 있다.

‘피로회복’도 표준어가 되기 어려운 말이다. 피로(疲勞)는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한다. 이런 피로는 빨리 없애야 건강할 수 있다. 절대 회복(回復: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피로가 회복되면 결국 골병이 든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 회복해야 하는 것은 ‘원기(元氣: 마음과 몸의 활동력)’이고, 피로는 빨리 ‘해소’해야 한다. 즉 ‘피로회복’은 ‘원기회복’이나 ‘피로해소’로 써야 한다는 소리다.

‘승부욕’ 역시 아주 이상한 말이다. 권력욕(권력을 잡으려는 욕심)이나 명예욕(명예를 얻으려는 욕심)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욕(慾)자가 들어간 단어는 어떤 욕심을 뜻한다. 따라서 ‘승부욕’이라고 하면 ‘승부를 가지려는 욕심’의 의미를 갖게 된다. 하지만 승부(勝負)는 ‘이길 승(勝)’과 ‘질 부(負)’가 더해진 말이다.

이런 승부에 ‘욕’이 붙으면 “이기거나 지려는 욕심”이라는, 아주 괴상한 표현이 되고 만다. ‘승부욕’은 ‘승리욕’으로 쓰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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