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국문학] 꽈배기의 말맛

 [우리말과 한국문학] 꽈배기의 말맛

  • 안미애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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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8   |  발행일 2022-07-28 제22면   |  수정 2022-07-28 06:53
밀가루 튀겨낸 과자 꽈배기
사물을 비꼬아 말하는 태도
마음이 뒤틀린 모습을 표현
꽈배기에 얽힌 일화를 통해
우리말의 힘을 엿볼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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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애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집에 오니 식탁 위에 꽈배기가 놓여있었다. 웬 꽈배기인가 했더니 아빠에게서 얻어낸 아이의 전리품이었다. 한창 한글을 읽기 시작한 아이가 꽈배기 가게의 '꽈배기'를 읽어내 기특하기도 하고, 꽈배기가 뭔지 알려주고도 싶어서 샀다고 한다. 꽈배기를 처음 맛본 6살 난 아이는 "꽈배기는 왜 꽈배기야?"라는 아이다운 질문을 던졌다. 꼬다가 '-아'를 만나 '꽈'가 되었고, 여기 '그런 물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인 '-배기'가 붙어 된 것 같은데 말이지 어쩌고저쩌고 설명하다가 어리둥절해 하는 아이 얼굴을 보며 말문이 막혔다. 결국 찰흙을 들고 엮어가며 '이게 꼬는 거고, 모양이 이렇게 비비 꼬인 걸 꽈배기라고 해'하고 설명을 마무리했다. 6살 인생에 꽈배기란 말을 처음으로 보고, 듣고, 맛본 아이는 '그렇구나'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아이에게 꽈배기란 말을 한 번도 안 한 것 같다. 옛날에는 몸을 꽈배기처럼 비비 꼰다, 너 꽈배기처럼 심사가 꼬였구나와 같이 꽈배기를 일상 말하기에서도 꽤 사용한 것 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요즘 신문 기사에서는 꽈배기를 비유적 의미로 기사에서 쓰는 일이 드물지만, 예전 신문 기사에서는 꽤 사용했던 것 같다.

1957년 동아일보 12월19일 기사의 '잡기장'과 1958년 9월22일자 조선일보의 신간 서평에서의 꽈배기의 쓰임을 소개한다. 1957년 동아일보에서는 당시 대통령이 비꼬아 말하는 것을 '꽈배기로 일침을 놓는다'라고 표현했다. ""허! 난 우리나라엔 법률가가 많은 줄만 알았는데 우리 법률가는 말짱 일본 법률밖에 모르는 모양이지?"하고 도리어 꽈배기로 일침을 놓기도 하며…"란 표현에서이다. 1958년 조선일보의 신간 서평에서는 '꽈배기 같은 한 줄 한 줄의 대화보다도'란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맛있는 표현이다.

어쨌든 '꽈배기'의 첫 번째 뜻은 밀가루나 찹쌀가루 따위를 반죽하여 엿가락처럼 가늘고 길게 늘여 두 가닥으로 꽈서 기름에 튀겨 낸 과자란 뜻이다. 두 번째 뜻은 꽈배기의 모습에서 유래된, 비유적인 뜻이다. 사물을 비꼬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뜻으로 쓰인다. 좋게 대하려던 마음이 뒤틀릴 때 '꽈배기처럼 심사가 뒤틀린다'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꽈배기는 마음이 뒤틀린 모습을 표현할 때도 쓰인다. 아쉽게도 꽈배기는 15세기에서 19세기 우리 문헌 자료에서는 쓰임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조야집요(朝野輯要)'에 나오는, 밀가루를 꼬아 튀겨 만든 마화병(麻花餠)과 꽈배기가 같은 과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광해군이 왕으로서 마지막으로 먹은 과자라고 한다. 이 '마화'는 18세기 문헌에서 '꼬아 만든 과자'라는 설명으로 등장한다. 중국에서도 꽈배기와 비슷한 유타오(油條)란 과자가 있는데, 이 과자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다. 송나라의 간신인 진회가, 충신인 악비 장군을 모함해 죽인 것에 분노한 백성들이 밀가루를 반죽해 사람 모양으로 만든 후, 몸통을 비틀어 이를 간신 진회인 양 펄펄 끓는 기름통에 집어넣어 분을 풀었다는 이야기이다. 꽈배기의 비틀린 몸통이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간신 진회에 대한 분풀이 일화를 가진, 꽈배기는 보통 빵 과자는 아닌 듯하다. '꽈배기' 한 단어로 상황을 정리하는 것도 꽈배기가 가진 말의 힘이다. 달콤한 빵 꽈배기에서부터 뒤틀린 심사를 표현하는 꽈배기, 비꼬는 꽈배기, 다양한 꽈배기로 우리 말맛을 살려보는 건 어떨까? 물론 꽈배기 같이 꼬인 상황을 마주하지 않는 게 제일 좋은 건 당연하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만난 꽈배기 덕분에 일상에서 쓸 말이 하나 더해져 기쁘다.

안미애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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