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 대국민 사과 입장 표명 기자회견 하고 있다. 2022.11.01. ⓒ뉴시스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기 약 3시간 30분 전부터 이미 경찰에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의 안일한 대처로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참사 당일 오후 6시 34분 첫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그날 오후 10시15분경 참사가 벌어진 장소 일대에서 신고가 이뤄졌다. 첫 신고자는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다”며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거 인파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 주셔야 될 거 같다”고 요청했다.
나아가 “메인스트리트에서 나오는 인구하고, 그 다음에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사람들이 다 나와서 그 골목으로 다 들어간다”는 구체적인 상황도 첫 신고에서 언급된다. 실제 이 내용은 참사가 발생한 좁은 골목에 사람들이 양쪽에서 밀려들어온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8시 9분, 8시 33분, 8시 53분, 9시, 9시 2분, 9시 7분, 9시 10분, 9시 51분, 10시, 그리고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인 10시 11분까지 10차례 더 비슷한 신고가 잇따라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자들은 한 목소리로 “사람들이 압사 당하고 있다”,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다”, “진짜 죽을 것 같다”며 경찰에 거리 인원 통제를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는 오후 10시 15분경 발생했는데, 그 직전까지 참사를 예고하는 신고가 무려 11차례나 있었던 것이다.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 112 신고 녹취록1 ⓒ민중의소리
11건 신고 중 경찰이 현장 조치한 건 단 4건
하지만 경찰의 대응은 전반적으로 안일했다. 경찰에 따르면 거리를 통제하는 등 현장에서 경찰관이 직접 대응한 것은 11건의 신고 중 단 4건에 불과했다. 그 외 6건에 대해서는 신고자와 전화통화로 주변에 경찰관이 배치돼 있다고 안내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1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청이 공개한 자료에는 8번째 신고에 대해 “상담안내 경비 인력 배치 요청”으로 대응했다고 나와있는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조사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장 조치는 신고 초기에만 이뤄졌다. 오후 6시 34분 최초 신고에 대해 경찰청은 “강제 해산 조치”를 했다고 밝혔고, 오후 8시 9분 두번째 신고에 대해선 “대상자들 인도로 안내 후 종결”했다고 밝혔다. 오후 9시와 9시 2분에 접수된 다섯번째, 여섯번째 신고에 대해서는 일대 또는 인근 시민을 통제해 종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오후 9시 7분부터 들어온 신고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전화상담에 그쳤다. 특히 참사 직전인 오후 10시 11분 신고에 대해서는 ‘경찰 도움이 필요 없음’을 신고자와의 전화로 확인하고 대응을 종결했다고 경찰청은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전화상담은 통상적으로 신고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거나 대면을 못하거나 신고자가 이미 자리를 떠난 경우 출동 경찰관이 전화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이뤄진다. 수차례 ‘압사를 당할 것 같다’는 긴박한 신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 경찰청 관계자는 ‘첫 신고 내용부터 사고 위험성이 높아 보인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평상시에 ‘아 죽을 것 같다’고 말하듯이, 그분은 공포심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간대나 장소적으로 볼 때 최초 신고 때는 사고 날 정도까지의 위험도가 있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경찰청은 각 신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향후 감찰 조사를 통해 밝힌다는 계획이다. 이날 기준으로 156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인 만큼,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윗선도 책임을 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서울경찰청 수사본부 수사관들이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서 발생한 핼리윈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2022.10.31 ⓒ민중의소리
수차례 ‘압사’ 경고에도 경찰 증원 등 적극적 조치 하지 않은 경찰 최초 신고 시각 뒤늦은 공개도 논란
통상적으로 시도경찰청이 전화로 신고를 접수하면 이를 일선 경찰서로 하달한다. 하지만 당시 서울경찰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많은 인원이 좁은 골목에 몰렸던 만큼 그에 비례하는 경찰력을 배치하거나 경찰차가 출동해 경고 방송을 했다면 참사가 나기 전에 현장을 통제할 수 있었을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관계자는 ‘최초 신고 후 경찰력 운영을 변경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137명 근무자들 그대로 근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찰차도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쪽은 좁은 골목이라 경찰차량이 안 갔다”며 “경찰차량은 외곽에서 주로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를 경찰이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았던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 진입로 인근에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었고, 첫 신고에서도 언급됐듯이 1번 출구에서 사람들이 몰려 나와 골목에서 정체가 더 심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찰은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이 참사가 발생하기 약 30분 전인 오후 9시 38분경 전화상으로 서울교통공사 측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지만, 서울교통공사 관계자가 ‘승하차 인원이 예년과 차이가 없다’며 정상 운영을 했다고 억울함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통상 절차에 따라 ‘공문’을 보내는 등 무정차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압사 사고 우려 등 현장의 심각성을 적극 피력했는지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오히려 무정차 요청 사실 여부 등을 두고 서울교통공사 측과 진실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참사 발생 전 약 3시간 반 동안 11건의 ‘압사 경고’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사흘 만에 뒤늦게 밝혀진 것을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최초 신고 시각은 소방청에 접수된 오후 10시 15분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경찰은 그 전에 이미 접수된 신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있었다. 참사 이후 경찰은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오히려 인력을 이전보다 증원했다’거나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를 요청했다’고 주장하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청이 최초 신고 시각을 공개한 것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 직전, 행안위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처음부터 대외적으로 공개하진 않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업무보고에 앞서 공개 브리핑을 통해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현장 대응이 미흡했음을 시인하면서도, 최초 신고가 구체적으로 언제 이뤄졌는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338] ‘무례한’과 ‘드잡이’ 류덕엽 교육학 박사·전 서울 양진초 교장 입력 2024.03.13. 03:00 0 일러스트=정서용 *한 시민 단체가 무뢰한 정치인들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요한 경기 전날 저녁 톱스타 두 선수가 드잡이하며 팀 내 갈등이 불거졌다. 위 기사문에 나온 ‘무뢰한’과 ‘드잡이’ 중에서 잘못 쓰인 말을 골라 보세요. 정답은 ‘무뢰한’입니다. ‘무뢰한(無賴漢)’은 성품이 막되어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일정한 소속이나 직업이 없이 불량한 짓을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을 뜻해요. 줄여서 ‘무뢰’라고도 해요. 발음이 비슷한 ‘무례(無禮)’는 태도나 말에 예의가 없음을 뜻하는데 의미상 차이가 있으니 구별해서 써야겠죠. ‘드잡이’는 서로 머리나 멱살을 움켜잡고 싸우는 짓을 뜻하는 말이에요. 유의어는 ‘격투, 난투, 몸싸움’ 등이 있어요. 예를 들면 ‘드잡이 싸움’, 두 친구가 말다툼을 하다가 갑자기 드잡이하는 바람에 말릴 겨를이 없었다’와 같이 써요. 또 빚을 못 갚은 사람의 가마나 솥 따위를 떼어 가거나 세간을 가져가는 일을 뜻하지요. 예를 들면 ‘한때 드잡이를 당할 만큼 어려웠지만 성실하게 일해 극복했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드잽이’ ‘디잽이’는 강원·충청 지역에서 쓰는 방언이고, 간혹 ‘뒤재비’를 쓰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비표준어랍니다. ‘드잡이’는 접두사 ‘드-’와 ‘잡-’이 결합한 ‘드잡-’과 접미사 ‘-이’가 결합한 것으로, 이와 관련된 ‘드잡다’는 ‘매우 세게 잡다’라는 뜻을 가진 북한어예요. -일제는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을 무뢰한이라며 차별했다. -”젊은이와 드잡이하는 어르신을 보고도 말리지 않고 구경만 하다니, 어찌 그럴 수 있나?” 류덕엽 교육학 박사·전 서울 양진초 교장
[우리말 바루기] ‘결실’은 ‘맺지’ 말고 ‘거두자’ 중앙일보 입력 2024.02.08 00:11 지면보기 새해에 세운 계획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점검해 보자. 작심삼일로 끝난 이들도 있겠지만,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의 결과가 잘 맺어지거나 또는 그런 성과를 이루었을 때 많은 이가 이처럼 “결실을 맺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복된 표현이 숨어 있다. ‘결실’은 ‘맺을 결(結)’ 자와 ‘열매 실(實)’ 자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한자 뜻 그대로 풀어 보면 ‘결실’은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이미 단어를 이루는 한자에 ‘맺다(結)’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결실을 맺다”는 ‘맺다’를 두 번 연달아 쓴 중복된 표현이 된다. 그렇다면 ‘결실’을 쓸 때 어떤 낱말을 덧붙이는 게 좋을까. “결실을 맺다” 대신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고 쓰는 게 더 적절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른 기사 이전 [우리말 바루기] ‘물렀거라’ ‘물럿거라’? 실생활에서 ‘살아생전’ ‘처갓집’과 같이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자연스럽게 쓰기도 하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평생을 성실하게 생활하신 부모님의 덕분으로 자식이 모두 성공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예문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중복된 표현이 꼭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의미가 중복된 표현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쓴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굳이 중복된 표현을 쓰기보다 “결실을 거두다” “결실을 보다”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한 언어생활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명료하고 간결한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힘 있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법이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더 중앙 플러스 이상언의 오늘+ 온난화 해법 ‘우주 차양막’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유료 전문공개 민주 공관위원장에 “유퀴즈!” 尹정권 탄생 공신 누구입니까 ...
评论
发表评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