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전 접수된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당시 현장 대응을 담당한 이태원파출소에 비난이 가해졌다. 그러나 현직 경찰관들은 제한된 인력으로 적극 대응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한다. 일선 경찰관 대응이 아니라, 대응이 가능하지 못했던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보면, 한 현직 경찰관은 게시글을 올려 참사 당시 이태원파출소가 대응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현장 경찰관 두 명이 사고 전 현장에 갔다고 가정했을 때, 그 두 명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며 “일방통행을 유도한다? 일시적 통행을 통제하고 진입을 막는다? 말단 경찰관 두 명이 10만명을 통제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가능하다고 보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 지점에만 못 올라가게 하면 될 거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출동 경찰관이 신이 아닌 이상 사고 난 곳에서 4시간 뒤에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압사로 사망할지 어떻게 미리 알 것인가”라며 “그곳만 일방통행으로 통제하면 나머지 이태원 골목으로 인파가 쏠려 사고가 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또한 “사실 ‘인원이 너무 많아 통행이 안 된다’, ‘차량이 너무 밀린다’ 등 신고 접수는 연말, 연초, 크리스마스, 명절 연휴 항상 빗발치는 신고 유형”이라고 전했다.
번화가에 있어 신고가 집중되는 이태원파출소가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따른다. 이 경찰관은 “밀린 신고가 수두룩했을 것”이라며 “핼러윈이 아니더라도, 이태원은 서울청 내에서 손꼽힐 만큼 신고가 많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약과 성폭행 등 직접 발생한 범죄 사건만 처리하는 데도 1분 1초가 아쉽다”며 “무전에서는 빨리 마무리하고 다른 신고 출동 가라고 지령하고, 옆 순찰팀에선 공조 요청하고, 신고자들한테는 전화 오지, 이 상황에서 길거리에 가만히 서서 시민들 안전 통제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11건의 신고를 받고도, 참사를 막지 못한, 아니 참사를 막을 수 없는 절대 불변의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 참사 당일 저녁부터 이태원파출소에는 신고 접수가 몰렸다.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참사 당일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접수된 신고는 79건에 달했다. 송병주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지역 경찰관에서 하루 전체 신고 건수 중에서도 많은 편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0시 이후로는 신고가 폭주했다”며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범위를 넓히면 450건 가까이 신고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사고 발생 이후에야 압사 우려 신고가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당시 현장 경찰관은 그보다 급박하게 느껴지는 수십 건의 신고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 쏟아졌다.
‘경찰을 그만두려 합니다’라는 글을 쓴 한 경찰관은 자신을 “이태원파출소는 아니고 서울 바쁜 지구대에 근무하는 20대 후반”이라고 소개하면서, 당시 현장 상황을 유추했다. 그는 “여러분이 경찰관이고, 순찰차 4대가 있고, 동시에 수십 건의 신고가 들어온다고 가정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어 “신고 중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압사당할 거 같다’는 신고도 있겠지만, 동시에 폭력, 성추행, 시비, 행패, 소란, 음주운전과 같은 시민의 생명과 신체에 큰 위험을 줄 수 있는 신고들 또한 있다”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다른 경찰관은 “이태원 그 작은 관할 파출소에서 그날 하루 얼마나 많은 신고가 들어왔을 것 같으냐”며 “사건 4시간 전 압사당할 거 같다고 통제해달라는 신고 그리고 여기저기 싸우고 있다는 신고, 음주운전 했다는 신고, 지금에서야 압사될 거 같다는 신고가 급해 보이지, 당시 현장 경찰관이라면 어떤 신고를 우선했겠느냐”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이태원파출소 관련 게시물 ⓒ블라인드 캡처
경찰청장 꼬리 자르기 발언 향한 거센 비판
이태원파출소 경찰관 가족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비판 여론이 이태원파출소에 집중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그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 가족을 포함한 당시 근무 경찰관 중 바쁘게 일하지 않은 분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며 “다만 인력이 없어 대응을 충분히 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동대 출동 요청을 계속했으나 윗선에서 무시당했다고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언론과 여론을 보니 당시 파출소 근무자들 책임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말단 직원들 탓으로 돌리고 문책해서 대충 다시는 이런 사고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발표하고 치워버리려는 듯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경찰청은 참사 당일 압사 관련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첫 신고가 들어온 18시 34분부터 22시 11분까지 총 11건이다. 이중 현장에 출동해 종결한 사건이 4건으로 발표됐다. 징후가 있었음에도 현장 경찰관이 적극 대응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서는 용산서 측도 설명을 내놨다. 송병주 112상황실장은 “2인 1조로 나가는데 나가서 1~5분 만에 일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두세 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가 한 사건 먼저 해결하고 다음 사건 해결을 위해 신고자에 전화했을 때 ‘다른 데로 이동해서 괜찮다’는 식으로 답하면, 경찰관들이 나가고 있었지만 현장 출동이 아닌 게 돼 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청에서 11건 중 일부는 현장 가지 않았다고 발표한 게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경찰관들은 책임 소재의 화살표가 현장 경찰관이 아닌 지도부를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을 그만두겠다고 한 경찰관은 “물론 경찰 잘못도 일정 부분 있다는 건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그건 경찰 윗선, 그것도 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잘못이지 현장 경찰관의 잘못은 아니다. 이건 확신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밝힌 한 경찰관은 “파출소나 상황실 직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상당히 실망스럽다”며 “신고 출동이 사고가 나면 오롯이 경찰이 책임지고, 말단에서 최선을 다한 경찰관이 왜 더 잘하지 못 했냐고 질타하고 책임을 묻게 된다면 이런 사건은 앞으로 다시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그는 “경찰청장은 현장 직원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발언함으로써 진상조사에 편견을 가지게 하고 있는데 이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윤희근 경찰청장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번 참사는 ‘대응’보다 ‘예방’을 해야 했던 문제였다”며 “집회·시위에는 대규모 경력을 배치하면서 10만명 다중 운집이 예상되는 상황에는 왜 혼잡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이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해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경찰관도 경찰청장을 비롯한 지휘부를 비판했다. 그는 “꼬리 자르기를 하려고 이태원파출소에 대해 고강도감찰을 실시한다고 한다”며 “경찰청장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용산서 전 직원에게 본청 주관 감찰 실시한다고 문자가 왔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장 경찰관들은 그날 슬픔에 한 번 죽었고, 오늘 두 번 죽었다”고 호소했다.
윤 경찰청장은 지난 1일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다”며 “사전에 위험성을 알리는 112 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은 경찰조직에서 멈추지 않고 정부 고위당직자 입에서도 나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어제 경찰청은 사고 당일 저녁의 112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며 “경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안일한 판단이나 긴장감을 늦추는 일이 있다면 국민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특별수사본부와 감찰을 통해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들께 투명하고 소상하게 설명해 주시기 바란다”며 “정부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고 112 대응 체계의 혁신을 위한 종합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 대국민 사과 입장 표명 기자회견 하고 있다. 2022.11.0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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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사람] '21세기 대한민국 국부론' 펴낸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의 고언 16.06.17 20:27 l 최종 업데이트 16.06.17 20:27 l 글: 김종철(jcstar21) 편집: 장지혜(jjh9407) ▲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그가 또 화두를 꺼내 들었다. '국부론'이다. 그것도 21세기의 '대한민국 국부론'이다. 고전경제학자 애덤스미스는 자신의 책 '국부론'에서 '정치경제학'을 내세우며, "국민과 국가 모두를 부유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그의 고민도 여기에 맞닿아 있었다. 최근에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나 그와 다시 소주잔을 기울였다.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사실 그와 마주 앉기가 쉽지 않았다. 몇해 째 전국을 다니며 '독일 전도사'로 강연을 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초에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추진위원장까지 맡았다. 오는 23일부터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은 세계에서 처음 열리는 행사다. 인터넷상의 다양한 '웹 콘텐츠'는 이미 청소년과 젊은층 사이에 폭발적인 관심거리다. '양띵', '도띠' 등으로 일컬어지는 유명 1인미디어 크리에이터와 관련 콘텐츠 등은 정보통신업계에서 가장 핫한 산업으로 떠오를 정도다. 그가 이런 최신 산업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티케이(TK, 대구 경북)출신인 그는 스스로 '전형적인 보수 우파'라고 말한다. <중앙일보>에서 미디어전문기자로 오래 활동한 그였다. 이른바 잘 나가는 <조중동>기자였다. 전형적인TK와 보수언론 출신 그가 '광주'에서 첨단산업 페스티벌을 주관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웃으면서 '혹시 그쪽(광주)에서 일하기 껄끄럽지는 않았나...
[우리말 바루기] 들렀다, 들렸다?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머무르는 일을 나타낼 때 위에서와 같이 ‘들렀다’고 말하기도 하고, ‘들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들렀다’와 ‘들렸다’ 둘 중 어떤 것이 바른 표현일까. ‘들렀다’와 ‘들렸다’를 혼동해 쓰는 이유는 기본형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어딘가에 잠시 머무르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는 ‘들르다’이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되고, 과거형은 ‘들렀다’가 된다. ‘들렀다’를 ‘들렸다’고 틀리게 쓰는 이유는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기본형으로 잘못 알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러므로 “부모님 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마켓에 들렀다”는 바르게 쓰인 표현이므로 고치지 않아도 된다. “귀가길에 항구에 들려 바닷바람을 쐬고 왔다”는 ‘들려’를 ‘들러’로 고쳐 써야 바르다. # 우리말 바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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