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8.18. ⓒ뉴스1
18일 열린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답변은 ‘말 바꾸기’의 연속이었다.
처음에 이 후보자는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있던 시절 ‘홍보수석 요청’으로 국정원이 작성하고 홍보수석에게 보고한 ‘방송개입 문건’들에 대해 “거의 본 적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전직 청와대 홍보라인들이 구체적으로 추궁하기 시작하자 “처음에 한두 번 가져와서 갖고 오지 말라 했다”고 말을 바꿨다. ‘본 적 있으면서 왜 본 적 없는 척 거짓말을 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과 ‘국정원 문건이 정상적인 문건이냐?’라는 질의가 이어지자, 이 후보자는 다시 “좌우지간 본 기억이 없다”고 또 말을 바꿨다. 그는 ‘정상’과 ‘비정상’의 정의를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려고도 했다. 이 후보자는 몇 명 안 되는 행정관 중 일부가 국정원 직원이었다는 사실조차 “최근에야 알았다”는 의아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 문건을 공개하며 질의하고 있다. 2023.08.18. ⓒ뉴스1
① 국정원 보고서 모르는 척하기 “거의 본 적 없다” “모니터 보고 수준 아닌가?”
이날 인사청문회 오전 질의에서 고민정(서울 광진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변인실과 홍보수석실에서 작성되거나 보고된 여러 방송장악 문건 목록을 이 후보자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고 의원은 “보고받거나 요청했던 문건이 한 30여 건 정도 발견됐고, 그 가운데 실제로 실행이 확인된 것만 골라내니까 9건 정도”라며 “알고 있느냐?”라고 했다.
이 질문에, 이 후보자는 “언론을 통해서만 봤다”며 본 적 없는 문건이라고 답했다. 고 의원은 재차 “일상적인 보고까지 하나하나 다 보지는 못했다는 말인가?”라고 답변 취지를 물었고, 이 후보자는 “거의 본 일이 없다”고 재차 같은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해당 국정원 문건들은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는 2009년 12월 작성된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이라는 문건은 시사프로그램 제작진 및 출연자들을 “좌편향”, “골수좌파”, “노조원” 등으로 칭하며 “퇴출”, “교체”를 권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혔다. 또 “가시적 성과 미흡 시 봄철 프로개편을 계기로 문제의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문서 가장 앞장 상단에는 “12.18 홍보수석 요청자료”라고 적혀 있고, 마지막 장 하단에는 “배포 : 홍보수석”이라고 적혔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요청에 따라 작성됐고, 홍보수석에게 보고됐다는 의미다. 당시 홍보수석은 이동관 후보자였다.
고 의원은 해당 문서 상단에 적힌 “홍보수석 요청자료”라는 문구를 보여주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도 했지만, 이 후보자는 마치 자신은 이런 문건을 전혀 본 적 없었다는 듯 “이미 여러 차례 해명했다. 그 당시 상주하던 국정원 직원이 수시로 각 수석실을 다니면서 뭐가 필요하냐 수집을 해서 보고를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문제의 국정원 보고서를 두고 “이건 모니터 보고서 수준의 것 아닌가?”라며 별것 아닌 것처럼 치부했다.
“해당 국정원 직원은 대변인실에 있던 사람이냐?”라는 질문에도, 그는 “나중에 홍보수석실에도 누가 한 명 와 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어서 알았다. 당시에는 몰랐다”라며, 홍보수석실에 국정원 직원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답했다.
이동관 후보자에게 질의하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 ⓒ국회방송 생중계 화면 갈무리
② 못 봤다던 이동관의 ‘말 바꾸기’ “한두 번 가져와 갖고 오지 말라 해”
이동관 후보자의 발언은 오후 질의에서 추궁하기 시작하자 바뀌기 시작했다.
윤영찬(경기 성남시중원구) 민주당 의원은 △ 당시 청와대 홍보라인에서 근무한 5급 이상 행정관이 10~20명이라는 점 △ 노무현·김대중 정부에는 홍보수석실에 국정원 직원을 파견한 적 없었다가 이명박 정부 때 처음 파견했다는 점 △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에서 보면 국정원 파견은 홍보수석의 동의가 없으면 있을 수 없다는 점 등을 짚으며,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국정원 직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홍보수석이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라고 추궁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보고체계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추궁했다.
“황 모 행정관은 홍보수석실 내 유일한 국정원 파견관이었기에 뉴미디어비서관실 포함한 홍보수석실 내 여타 비서관실과 국정원의 업무연락을 맡았다. 이분이 한 일이 뭐냐면 매일 아침 데일리보고서, 기획보고서, 주문보고서 3가지 종류 보고서를 만든다. 김 모 보좌관은 아시죠? 김 보좌관은 수석의 보좌관이다. 그 보좌관에게 데일리보고서 등을 전달한다. 그건 아무한테도 주지 않는다. ... 그러니까 바로 홍보수석한테만 가는 문서라는 것이다. ... 박 모 비서관이 김 보좌관을 통해 (황 행정관에게) 지시했다. 거기에 포함된 게 김제동 등 일부 연예인,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KBS 조직개편 이런 (문건의) 내용들이다. 박 비서관으로부터 받아서 (황 행정관이) 국정원에 연락하면, 거기서 보고서를 가져오는 것. 그래서 다시 보고받고, 박 비서관에게 전달하는 거다. 근데 이 황 행정관의 데일리보고서와 기획보고서 이것은 홍보수석만 보는 건데, 수석만 보는 보고서에서 의문사항이나 수정요청이 있으면 박 비서관을 통해 다시 내려오는 거다. 그럼 그 얘기는 뭐냐면, 후보자가 수석을 할 때 그것을 보고 있었고 보고받아서 박 비서관에게 지시했다는 것. 거꾸로 주문보고서는 국정원에서 작성해서 황 행정관 통해 박 비서관 통해 수석에게 올라가는 거고. 근데 모른다고 할 수 있나?”
그러자, 이 후보자는 “솔직히 이렇게 말하면 기관을 모욕하는 것 같아서 이 말을 안 하려 했는데”라며 보고서를 본 사실이 있다는 점을 실토했다. 그는 “그런 보고서를 처음에 한두 번 가져와서 갖고 오지 말라 했다. 참고가 되지 않는 내용뿐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이동관-국정원 문건' 주요리스트를 바라보고 있다. 2023.8.18. ⓒ뉴스1
③ 말 바꾼 이동관의 모르는 척 추궁 이어지자 “좌우지간 본 기억 없어” ‘정상적이냐?’ 질문엔 “무엇이 정상인가?”
이어지는 오후 질의에서, 고민정 의원은 “한두 번 가져와서 가져오지 말라 했다는 것은 봤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특히, 고 의원은 “문건 관련해서 후보자가 ‘모니터 보고서 수준’이라고 했다. 그래서 몇 개만 보여주겠다”며 2009년 작성된 ‘MBC 조기 정상화 추진 방안’ 등의 문건을 보여줬다. 해당 문건 ‘인적쇄신’란에는 “8월 27일 보수성향 이사 주도로 해임건의안 전격 발의, 공개적으로 사진사퇴 압박하라”고 적혔다. 고 의원은 “실제 3~4일 후 여권성향 이사장이 MBC경영진이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며 해임압박이 실행된다”고 부연했다. 또 고 의원은 “정규 편성에서 배제”, “문제프로그램 폐지” 등이 적힌 ‘방송사 가을 프로개편 계기 편파방송 근절 박차’라는 문건을 보여주며 “실제 폐지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파업 주동자 퇴출 등 후속조치 만전”이라고 적힌 문건을 보여주며 “이것 역시 며칠 후 MBC 노조위원장 해고되고, 집행부 18명 징계, KBS 노조위원장 비롯 60명 징계위 회부되며 실행됐다”라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이런 게 이동관식 모니터 보고서인가?”라며 “모니터 보고서 수준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사찰문건이다. 적절하고 정상적인 문건이라고 보나?”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다시 말을 바꿨다. “좌우지간 나는 본 기억이 없다. 지시한 적도 없고”
재차 고 의원이 “정상적인 문건이라고 보나?”라고 반복해서 물었고, 그는 “정상이 아닌 것은 무슨 의미냐?”라고 되물었다. 고 의원은 “정상적인 문건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건가 뭔가, 정상적인 문건인가?”라고 또 물었고, 그는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정상이 아닌지부터 정의를 해주고 질문해야지”라고 되받았다. 비판적인 언론인, 제작진 쫓아내는 방안이 적혀있고 실제 실행된 문건에 대해 정상적인 문건이냐고 물었는데, ‘정상’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상임대표 고희철 기자 khc@vop.co.kr 발행 2024-06-06 16:14:31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전면으로 부상해 4.10 총선 결과 민주당의 한 축을 이뤘다. 대개 언론에는 ‘친명 강경파’ 조직으로 소개된다. 지난 2일 2기 강위원 상임대표가 선출됐다. 한총련 의장을 거친 강 대표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여민동락 공동체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민형배 구청장 시절 광산구노인복지관장 등을 거쳐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일정을 총괄했고, 그 뒤 당대표 특보와 혁신회의 1기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혁신회의는 국회의원 31명을 배출해 당내 최대 정치세력으로 불린다. 강 대표 본인은 경선에서 사퇴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지만 상임대표가 됐다. 그러나 혁신회의와 강 대표는 언론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언급된다. 친명, 강경, 팬덤, 개딸 등의 연관어와 함께. 특히 국회의장 후보 경선으로 촉발된 당원민주주의 논쟁은 부정적 보도 증가에 기여했다. 3일 여의도의 오피스텔에 자취방처럼 차려진 혁신회의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묻고자 한 것은 간단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을 장악했다는 비판과 극성 팬덤을 앞세워 국회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3 ⓒ민중의소리 1시간을 예정한 인터뷰는 2시간 30분을 넘겨 간신히 ‘중단’됐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할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은 영광군과 광산구와 경기도를 넘나들었고, 5.18정신과 김대중, 노무현도 수시로 언급됐다. 특히 언론의 당원민주주의 폄하에 강하게 반박했다. 친명만 공천되고 비명은 탈락한다는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에 강 대표는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작업을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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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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