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새 ‘정치방침’ 10년만에 결정...노동자 직접정치시대 연다
민주노총이 10년 만에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정치방침을 수립했다.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수립은 ‘노동자 직접 정치 선언’임과 동시에 ‘진보 집권’을 향한 조직적 결심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상당하다.
민주노총은 정치방침에 따라 ‘노동자 집권과 사회변혁’을 목표로 직접정치, 광장정치를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또, 노동중심 진보정당 건설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내년 치러질 총선방침에선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진보정당과 함께 연합정당 건설에서부터 정책연대, 후보단일화, 공동 선거운동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동 대응하며, 이를 위해 ▲진보정당과 공동 논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리고 ▲총선평가를 기초로 2026년 지방선거까지 연합정당을 건설하는 것도 방침에 담았다.
현장에서 뿜어낸 ‘노동자 정치세력화’ 의지.. 방침 수립 밑거름
민주노총은 강령과 기본과제에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명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 “역사와 생산의 주인인 노동자가 정치의 주인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고, 노동중심의 가치가 실현되는 정치, 사회적 체제를 확립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치방침이 유실된 지난 10여 년, 민주노총은 몇 차례 시도에도 불구하고 정치방침 수립에 번번이 실패했다. 때문에,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을 수립한 그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크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총선방침 수립을 통한 정치세력화 질적 도약’을 올해 사업 목표 중 하나로 정하고, 오늘(14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과 총선방침을 결정하기까지 지난한 토론을 벌여왔다.
난관도 존재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과 정치적 힘이 아직은 미약하지 않느냐’, ‘다양한 진보정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진보대연합이 가능하겠냐’ 등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조합원들의 호소는 멈추지 않았다.
▲반노동, 반민주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기득권 양당정치를 끝내야 한다 ▲민주노총이 갈라진 진보정치를 단결시켜 한다는 조합원들의 요구는 ‘현장 노동자 정치선언’으로 이어졌다. 짧은 기간 1만 5천명에 가까운 조합원이 선언에 참여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조합원의 열망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4월 임시대대에서 정치·총선방침에 대한 장시간 토론 끝에 안건을 의결하지 못한 민주노총. 이후 단일안 마련을 위한 TF 구성, 중앙집행위원회(중집)의 쉼 없는 토론을 거쳐 대대에 상정할 단일안이 마련됐다.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마침내 ‘정치·총선방침 수립’이라는 결실을 맺었다고 볼 수 있다.
중집위원들도 대의원대회 전 호소문을 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통해 불평등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세력화를 위한 한 걸음을 힘차게 내딛자”고 강조했다.
더 강력한 윤석열 퇴진 투쟁
보수양당체제 극복, 한국사회 체제전환 결의
윤석열 퇴진 투쟁의 열기가 점차 고조되는 시기, 민주노총의 정치·총선방침 수립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퇴진 투쟁을 뛰어넘어 보수양당체제 극복과 한국사회 대전환을 위한 투쟁이 전면화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세상을 바꾸는 노동운동”, “노동자 집권과 사회변혁” 등을 정치방침 안에 담고, 총선방침 1번 항으로 현시기 “윤석열정권 퇴진과 불평등체제 전환”을 위한 투쟁을 확대·강화하겠다고 정했다. 노동자 정치선언에 담긴 ‘반노동, 반민주 윤석열 정권 퇴진’이라는 조합원들의 의지가 반영된 방침이라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7월, ‘윤석열 퇴진’을 내건 2주간의 총파업을 통해 총파업의 정당성과 파급력을 스스로 증명했다. 당시 ‘총파업에 대한 지지율’은 상승한 반면, ‘윤석열 지지율’은 하락한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도 윤석열 퇴진과 정치세력화의 요구는 빗발쳤다.
마트노동자 대의원은 “10년 전 노동자 투쟁으로 만든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이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쓸모없는 법 취급을 받고 있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장악하면 마트노동자는 다시 연중무휴, 심야노동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그래서 정치방침이 절실하다. 현장에서만, 거리에서만 싸우지 말고 국회에서 싸우자. 노동자가 정치의 주인이 되는 세상, 같이 꿈꾸자”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결의한 정치방침대로 정권 퇴진을 위한 투쟁은 물론, 현장과 지역의 힘을 모아 한국 사회 체제 전환과 진보개혁을 위한 대중투쟁, 그리고 정치 개혁투쟁에 나선다.
노조법 2·3조 개정이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거론되는 등 거대양당 정치 현실을 비추어 볼 때, 대리정치에 기대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정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민주노총이 수립한 정치방침은 노동자가 스스로 정치의 주인이 되어, 보수양당체제를 극복하고 위력적인 대안정치세력으로 도약해 반드시 집권하겠다는 포부의 다름 아니다.
이번 총선방침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친자본 보수양당’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지지하는 조직적 결정이나 전·현직 간부의 지위를 이용한 지지행위를 금지’한 것에서도 그 의지가 반영돼 있다.
새로운 정치부대 탄생 시동... 이제 진보정당의 시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과제도 존재한다. 민주노총의 과제, 진보정당의 과제가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자체 역량을 키워 힘 있는 정치부대로 거듭나야 한다. 노동자 정치선언에 참여한 1만 5천 명을 출발로 120만 조합원의 뜻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 진보정당을 견인해야 한다.
이날 대의원대회는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등 ‘진보세력이 질적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인된 자리기도 했다.
진보정당이 분열된 후 진보정치 1번지 울산지역에서 진보정당 후보로 출마해 봤다는 한 대의원은 진보세력의 단결을 호소했다. “후보 때 ‘제발 하나의 후보로 모아서 나와라’ 는 얘기도 많이 듣고, 조합원들의 싸늘한 시선도 느껴봤다. 안타깝고 부끄러웠다”고 회고하곤, “진보정당이 하나로 단결했을 때 국회의원, 구청장 모두 당선했고, 흩어졌을 때 모두가 당선되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때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보 4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은 민주노총 정치·총선방침에 화답하듯, 대대가 열리기 하루 전(13일), 민주노총과 연석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2024년 총선에서 공동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발표한 합의문엔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2024년 총선에서 모든 진보세력과 단결하여 투쟁할 것”임을 밝히는 한편, 2024년 총선에서 “진보정치 세력의 연대연합 실현을 위해 ‘민주노총 총선방침을 존중하여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총선공동 대응논의를 진행할 것”이란 내용을 담았다.
이제 진보정당의 시간이다. 정치세력화를 갈망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이전처럼 ‘진보정당 중에 어느 곳이든 찍어라’는 게 아닌, “진보정치세력의 단결”과 “노동중심 진보정당 건설”로 향해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대의원들이 이를 먼저 결심했다.
이제 진보정당들이 진보정당과 진보세력 단결을 요구하는 노동계급의 목소리를 무게 있게 받아들여야 할 시간이다. 하루빨리 논의기구를 구성해 총선에 대응하고, 진보정당 단결을 위해, 민주노총 정치방침이 담고 있는 ‘노동중심 진보정당 건설’을 위해 나서야 할 때이다.
민주노총은 정치·총선방침을 수립함으로써 노동자의 생활과 투쟁, 그리고 정치의 공동체(조직)로 거듭나기 위한 또 한 번 역사를 썼다.
곧 있을 2024년 총선, 2026년 지방선거에서 노동자 직접정치,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어떤 힘을 발휘하게 될지,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기대가 쏠린다.
민주노총 정치방침
1. 민주노총은 세상을 바꾸는 노동운동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사회적 영향력을 높여 나감과 동시에 직접정치, 광장정치를 통해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2. 민주노총은 진보정당을 포함하여 진보 정치세력들의 결집된 힘을 만들어 노동자 집권과 사회변혁을 목표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3. 민주노총은 현장과 지역의 힘을 모아 내는 방식으로 한국 사회 체제 전환과 진보개혁을 위한 대중투쟁과 정치 개혁투쟁을 동반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4. 민주노총은 농민, 빈민 등 진보 민중세력 및 진보정당과 상호 존중하고 단결, 연대하여 노동중심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5. 민주노총은 다양한 진보적 가치와 지향을 존중하며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연합 수준과 단결을 높여내고, 이를 토대로 노동중심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한다.
민주노총의 단결과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연합 실현을 위한 총선방침
1. 민주노총은 2024년 총선에서 노동자 직접정치, 광장정치 구현을 위해 아래로부터 조직적 결의와 역량을 모아내고,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연합을 실현한다. 이를 토대로 윤석열정권 퇴진과 불평등체제 전환 투쟁을 확대·강화하고, 진보정치세력이 위력적인 대안정치세력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 민주노총은 조직 내외의 다양한 진보적 가치와 지향을 존중하며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연합 실현과 단결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진보정당과 신뢰와 합의로 연합정당 건설에서부터 정책연대, 후보단일화, 공동 선거운동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총선 공동 대응을 적극 추진한다.
3. 민주노총은 현장과 지역에서 친자본 보수양당체제 타파를 위한 정치제도개혁 투쟁과 직접정치, 체제전환운동 대중화를 위한 정치사업을 전면화하고,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진보정당과 [한국사회대전환 민주노총·진보정당 총선공동대응기구]를 구성한다.
4. 민주노총은 친자본 보수양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은 물론이고 전·현직 간부의 지위를 이용하여 친자본 보수양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5. 민주노총은 총선평가에 기초하여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정치방침(안) 이행을 위해 진보정치세력과 공동 논의기구를 구성한다. 공동 논의기구는 신뢰와 합의로 운영하며 2026년 지방선거까지 연합정당 건설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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