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에서 있었던 간토학살 100주기 행사에 참여했던 이들은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며 의견을 제출하라는 통일부의 공문을 받았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이 북한 주민에 대한 ‘접촉’을 하기 위해서는 접촉 7일 전까지 통일부에 신고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북한 주민을 접촉했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윤미향 의원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공문이 발송됐고, 윤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통일부가 이야기하는 ‘북한 주민’은 소위 ‘총련계 인사’이고, ‘접촉’은 ‘총련계’에서 주관한 행사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통일부의 일련의 조치는 정당할까?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단체들이 간토학살 100주기를 기억하기 위해 양국에서 각자 사업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양국의 각 위원회에 어떤 단체들이 속해있는지, 일본에서 진행될 개별 행사를 어떻게 기획하는지, 누가 참석하는지를 참석자들이 세부적으로 알 수도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다(어떤 행사에 참가할 때 그 행사에 누가 참석하는지 다 파악하고 참여하는 행사가 있을까). 일본에서 진행되는 세부 행사를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준비했는지도 마찬가지이다. 통일부가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이유는, 간토학살 100주기 행사 중 진행된 추도식을 총련계 단체에서 주관하였고, 추도식에 참여한 것이 ‘접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토학살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 회원들이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일본 현지 추도식 참석자에 대한 입장발표와 정부에 간토학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9.6 ⓒ뉴스1
이 모든 문제는 남북교류협력법 제30조가 ‘북한의 노선을 따르는 국외단체의 구성원’을 북한 주민으로 보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표현 자체로도 ‘북한의 노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고, 해당 단체의 ‘구성원’이면 국적을 불문하고 북한 주민으로 ‘간주’해버리기 때문에 당사자의 실제 국적이나 의사와 무관하게 한국의 법으로 특정 개인의 국적을 정해버린다.
위 조항의 존재를 전제하더라도, 지금 통일부의 과태료 부과는 북한주민 접촉신고 절차를 둔 취지에도, 실제 절차의 내용에도 맞지 않는다. ‘신고’절차는 2005년 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당시 법 개정 이유를 살펴보면 “남북간의 왕래, 북한 주민접촉의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남북교류를 제한하고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절차를 간소화하여 남북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한 것이다.
그리고 ‘접촉’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다른 사람과 만나거나 교섭함’으로, 상대방과 직접 만나거나 의사교환할 것을 전제한다. 통일부도 스스로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이 남북교류협력 또는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정보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접촉신고가 필요한 경우에 대해 ‘회합, 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 접촉하는 경우’라고 하여 회합, 통신에 준하여 그와 다른 방법으로 의사교환을 할 것을 의미한다. 문언 자체의 의미, 통일부의 해석에 비추어 봐도 통일부의 현재 해석과 적용은 부당하다.
‘북한 노선을 따르는 국외단체 구성원’을 북한 주민으로 보는 남북교류협력법 누구를 만날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사전 신고하라는 법 적용 남북 교류협력을 위축시키려는 정부 정책도 문제
한편 남북교류협력법이 정하고 있는 접촉신고 절차를 살펴보면, 사전 접촉신고의 경우 ① 접촉 7일 전까지, ② 접촉 대상의 구체적인 인적사항이 기재된 북한주민접촉 신고서와 첨부서류를 통일부 장관에게 제출하면, ③ 통일부 장관은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 신고의 불수리 사유, 신고 기한 등에 대하여 정하고 있고, 위반시 과태료 부과를 예정하고 있다. ‘신고’이기 때문에, 요건을 갖추면 수리되는 것이지 통일부가 내용을 살펴서 ‘허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실제 신고서 양식을 보면 접촉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기재하도록 돼있어서, 누구를 만날지 알 수 있는 상태에서의 신고절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상대방을 신고할 수도 없고, 접촉신고제도가 그런 경우에도 신고하도록 마련된 것도 아니다.
간토대학살 구학영 희생자 묘 앞에서 윤미향 의원의 모습. ⓒ윤미향 의원 페이스북
그러나 통일부의 일련의 조치로, 마치 원래 접촉신고를 하고 통일부가 이를 인정해야 만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무단으로 누군가를 만났고, 과태료 처분이 정당한 조치인 것처럼 연일 보도됐다. 통일부의 과태료 조치는 재외동포와 교류해왔던 많은 단체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그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재외동포들과 만나고 정부가 하지 않았던 교류활동을 해왔던 이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접촉신고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과태료 부과를 예고하고, 신고하면 검토해서 알려주겠다고 하고, 사전접촉신고를 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통일부의 조치는 재외동포와의 교류를 막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떤 일정으로 누구를 만났고, 왜 이 법에 따른 과태료부과가 부당한지 다투기 위해 세세하게 소명해야하는 상황 자체가 자기검열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실제 통일부의 남북교류협력 분야의 인력을 축소하고 조직을 개편하고, 북한주민접촉신고 관련 센터를 설치하여 신고현황을 점검하겠다는 일련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통일부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북한의 노선을 따르는 국외단체’의 구성원을 북한주민으로 의제하는 조항을 포함하여 현행법의 문제점을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 통일부가 ‘정부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권한을 남용하고, 남북교류협력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위축시키는, 존재의의에 역행하려는 상황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상임대표 고희철 기자 khc@vop.co.kr 발행 2024-06-06 16:14:31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전면으로 부상해 4.10 총선 결과 민주당의 한 축을 이뤘다. 대개 언론에는 ‘친명 강경파’ 조직으로 소개된다. 지난 2일 2기 강위원 상임대표가 선출됐다. 한총련 의장을 거친 강 대표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여민동락 공동체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민형배 구청장 시절 광산구노인복지관장 등을 거쳐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일정을 총괄했고, 그 뒤 당대표 특보와 혁신회의 1기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혁신회의는 국회의원 31명을 배출해 당내 최대 정치세력으로 불린다. 강 대표 본인은 경선에서 사퇴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지만 상임대표가 됐다. 그러나 혁신회의와 강 대표는 언론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언급된다. 친명, 강경, 팬덤, 개딸 등의 연관어와 함께. 특히 국회의장 후보 경선으로 촉발된 당원민주주의 논쟁은 부정적 보도 증가에 기여했다. 3일 여의도의 오피스텔에 자취방처럼 차려진 혁신회의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묻고자 한 것은 간단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을 장악했다는 비판과 극성 팬덤을 앞세워 국회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3 ⓒ민중의소리 1시간을 예정한 인터뷰는 2시간 30분을 넘겨 간신히 ‘중단’됐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할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은 영광군과 광산구와 경기도를 넘나들었고, 5.18정신과 김대중, 노무현도 수시로 언급됐다. 특히 언론의 당원민주주의 폄하에 강하게 반박했다. 친명만 공천되고 비명은 탈락한다는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에 강 대표는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작업을 한 ...
우드사이드 사업 철수 과정 해명 석연치 않아, 경쟁입찰 했다는데 공개된 기록 없어…검증 과정도 불투명 홍민철·조한무 기자 발행 2024-06-07 15:16:28 미국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6.07. ⓒ뉴시스 동해 영일만 석유·가스 탐사 사업과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사업성 분석업체 액트지오가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 대형 석유회사가 사업성 없다고 판단한 사업을 재추진한 이유, △ 사업성 분석 주체로 영세 업체인 액트지오를 선정한 이유, △ 매장량 및 성공 가능성을 추산한 근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그 흔한 그래프, 도표 한장 제시하지 않았다. 원론적 설명에 그쳤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쟁점별로 정리했다. 15년 탐사한 대형 업체 우드사이드와 액트지오 판단, 왜 달랐나? 이번 사업은 당초 석유공사와 함께 탐사를 진행했던 호주 대형 석유개발회사 우드사이드가 철수한 뒤 사실상 재추진됐다. 때문에 ‘경제성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우드사이드는 지난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동해에서 석유공사와 공동으로 탐사를 진행했다. 2D 광역 탐사를 시작으로 시추공 2개를 뚫고, 3D 탐사로 자료를 구체화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7월, 돌연 사업 중단을 통보했다. 이와 관련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국내사업개발처 수석위원은 “배경을 보면 우드사이드가 다른 회사와 합병 후 글로벌 탐사 전략 변경 과정에서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사업 중단이 동해 영일만 탐사의 사업성이나 경제성 문제라기 보다는 우드사이드 자체 사정이라는 취지다. 추가 설명도 내놨다. 우드사이드가 실시한 대규모 3D 탐사 결과를 충분히 평가하지 ...
[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评论
发表评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