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웃과 구레나룻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64] 거웃과 구레나룻

때로는 한자어보다 우리말이 더 어려워 보일 때가 있다. ‘거웃’이라는 말은 ‘수염의 옛말’인데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구레나룻’은 ‘귀밑에서 턱까지 난 수염’을 이르는 말이다. 한자로는 염(髥)을 말한다. 수(鬚)는 턱밑에 난 수염을 이른다. 그러므로 흔히 턱수염이라고 말하는데, 그냥 수염이라고 하면 된다.
구레나룻은 예전에는 많이 사용하던 단어였지만 지금은 잘 쓰지 않는다. 사실 과거에도 ‘구렛나루’라고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 단어는 미국의 로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1935~1977)의 모습을 상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그의 특유의 구레나룻은 뭇 여성의 가슴을 뛰게 하는 상징이었다.
원래 수염을 이르던 ‘거웃’은 현대로 오면서 어의(말의 의미)가 약간 변형되었다. 지금은 거의 ‘생식기 둘레에 난 털’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는 볼거웃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 즉 볼두덩에 난 털을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생식기 쪽으로 의미가 이동해 갔다. 언어야 늘 변하는 것이니 어찌할 수가 없다. 언어의 사회성과 역사성이라고 한다.
오호, 애재라!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评论
发表评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