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91] 연배와 동갑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91] 연배와 동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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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의 일이다. 대학에 처음 발령받아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보통은 나이를 말하기 꺼리는데 그날따라 나이와 출신 학교 등을 먼저 말하는 자리가 되었다. 필자의 순서가 지나고 나서 휴식시간이 되었는데 비슷한 또래의 교수가 다가와 자기소개를 했다. 한 살 연하의 같은 학번이었다.
이 친구는 이야기를 하면서 항상 “연배신데편하게 말씀 놓으세요” 하면서 마치 형님 대하듯이 했다. 보통 한 살 차이에 같은 학번이면 친구처럼 대하든지 서로 존대를 하면 좋은데 그보다 형처럼 대하니까 조금 불편했다. 이 친구는 연배의 뜻을 ‘연상’과 같은 개념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연배(年輩)는 ‘나이가 비슷한 정도의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즉 ‘일정한 나이에 이른 사람 또는 일정한 정도에 이른 나이’를 뜻한다. 그러나 동갑과는 조금 다르다. 동갑(同甲)은 ‘육십갑자가 같다는 뜻으로 같은 나이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과거에는 1월1일생과 12월31일생은 동갑이었다. 요즘은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나이를 세는 기준이 달라졌다. 언젠가는 “과거에는 나이 대신 띠를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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