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지처참(陵遲處斬)’ 이야기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88] ‘능지처참(陵遲處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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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사극을 잘 보지 않는다. 역사를 공부하기에는 사극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이나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작품이 많아서 보다가 화가 나는 경우가 많다. 종이가 나오기 이전 시대의 작품인데 종이로 된 책을 읽는 것이 있는가 하면, 사극에서 말하는 것이 실제의 의미와 다른 것이 많이 들리기 때문이다.
어느 사극을 보는데 “저년을 능지처참하여라”라고 했는데 금방 나가서 목을 뎅강 자르는 장면이 나왔다. 능지처참이라는 말은 사전에도 잘못 기록되어 있다. ‘예전에 대역죄를 지은 죄인을 머리·몸통·팔·다리를 토막 쳐서 죽이는 극형을 이르던 말’이라고 나타나 있는데, 이것은 오살(五殺)이라고 한다. 몸통을 다섯으로 쪼갠다는 뜻이다.
‘능지처참(陵遲處斬)’이라는 말은 ‘머리에서 먼 곳부터 살점을 조금씩 떼어 서서히 죽이는 극도로 잔인한 형벌’을 이르는 말이다. 아주 극악무도한 죄인을 바로 죽이면 안 되기에 서서히 고통을 맛보게 하고 최후에 숨통을 끊는 것이다. 사전을 보아도, 이것저것 역사책을 보아도 바로잡은 것이 없으니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아는 것이 병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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