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 이야기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193] ‘빨치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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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아주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경찰이었다. 그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갔는데 그분이 늘 지리산에서 빨치산 토벌하던 이야기를 들려 주시곤 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던 슬픈 우리의 역사다. 처음에는 빨치산이라는 것이 ‘산’이름인 줄 알았다. 설악산·지리산·빨치산 등등. 그런데 말씀을 듣고 있다 보면 산 이름은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빨갱이’라는 단어와 ‘빨치산’을 연결하는 사람도 많았다. 등식으로 빨간 무리들을 이르는 말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는데, 그 누구도 그 의미를 정확하게 가르쳐 주지는 않았다. 그냥 ‘빨치산=빨갱이’로 뇌리에 각인됐을 뿐이다. 표준국어사전에 의하면 ‘적의 배후에서 교통·통신 시설을 파괴하거나 무기나 물자를 탈취하여 인명을 살상하는 비정규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6·25전쟁 전후에 각지에서 활동했던 게릴라를 이른다’고 되어 있다.
어휘만으로 볼 때는 순우리말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로는 ‘partizan(파르티잔)’의 음역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조금 비슷한 발음으로 외국어 냄새가 좀 나게 하지 순우리말처럼 만들어 놓은 것은 무슨 연유에선지 모르겠다. ‘정규군이 아닌 민간인으로 구성된 유격대’라고 하면 비슷할까 모르겠다. 깊이 생각해 보면 ‘파르티잔’과 게릴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게릴라는 ‘비정규전·유격전 등의 전투 행위’이고 ‘파르티잔’은 비정규전을 행하는 구성원‘이라는 뜻이므로 차이가 있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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