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중독의 시대? 사실, 도파민은 중독되지 않습니다"
도파민과 중독(Dopamine & Addiction)
- 입력 2024.04.30 06:00
- 김응민 기자

최근 매스미디어에서 ‘도파민 중독(dopamine addiction)’이라는 용어가 일상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일부 작가들은 작품의 제목을 ‘도파민 중독’으로 작명하는가 하면 심지어 과학도들이 즐겨 읽는 저명한 과학잡지마저도 "나 도파민 중독인가?"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하였다.
도대체 ‘도파민 중독’은 어떤 의미일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이나 우리말샘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 공인된 용어가 아니지만 최근, 우리 사회는 “뇌에서 도파민의 과도한 분비 혹은 과잉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독 상태”를 ‘도파민 중독’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도파민의 과잉이 중독을 일으킨다는 가정이 틀렸다는 것이다. ‘도파민 중독’은 잘못된 언어 사용의 예로 여겨지며 과학적 관점에서도 설명하기 곤란한 용어이다.
중독(addiction)은 약물(물질)이나 특정 행위(활동)에 지나치게 빠져있는 상태인데, 도파민이 중독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미 국내외 전문가들은 ‘도파민 중독’은 ‘misconception’이며 과학적 또는 언어논리로 볼 때 부적절한 용어여서, 이와 같은 잘못된 언어 사용이 사회·문화적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잘못된 개념이 ‘도파민’의 주요 연관 검색어인 ‘도파민 중독’, ‘도파민 디톡스’, 도파민네이션‘ 등으로 확대되고 있고, ‘중독’이라는 용어가 여러 환경에서 난무하는 상황이다.
이번 칼럼에서 필자는 올바른 언어 사용을 유도하고 과학적 오해와 오용을 방지하기 위해 ‘도파민’에 관한 과학적 사실을 중독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였다.
도파민의 발견
도파민은 화학적으로 3,4-dihydroxyphenethylamine이며, ‘DAPA’ + ‘amine’이 합해져서 일반명 ‘dopamine’이 되었다. 도파민은 체내에서 생합성되는데 그 전구체가 페놀성 아미노산인 DOPA(3,4-DihydrOxyPhenylAlanine)이다. 효소반응으로 DOPA에서 탈탄산반응이 일어나 dopamine이 된다.

1957년, 스웨덴 약리학자 Arvid Carlsson은 도파민이 단순히 노르에피네프린의 전구체를 넘어서 뇌의 도파민성 신경에서 생성·유리되는 독립적 신경전달물질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뇌의 도파민을 측정하는 분석법을 개발했으며 기저핵에 가장 높은 농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뇌 내 최종 신경전달물질로서 도파민의 존재에 기초한 도파민성 신경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였다.
그 이후, 화학적으로 도파민을 고갈시키거나 도파민성 신경 활성을 약화시키면 운동 조절 능력이 상실되고 ‘파킨슨병’ 유사 증상이 나타남을 확인하였고, 이때 도파민의 전구체인 L-DOPA를 투여하면 파킨슨병의 증상을 완하할 수 있음을 발견하여 파킨슨병 치료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Carlsson 박사는 1970년대 후반에 '정신분열증의 도파민 이론'과 항정신병 약물의 추체외로 부작용에서 도파민의 역할을 설명하였고 암페타민 등에 의해 유발된 도파민 항진이 편집증과 정신분열증 유사증상을 유도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물론 정신분열증은 도파민뿐만 아니라 다른 아민과 글루타메이트 등과 같은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장애와 연관되어 있다. Carlsson 박사는 도파민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이외에도 도파민성 신경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발현과 중독(addiction) 형성 등에 중요하게 관여한다는 근거들이 밝혀졌다.
도파민의 신경 생리적 기능
우리 뇌에서 도파민을 생성·분비하는 도파민성 신경의 세포체들은 주로 중뇌(midbrain)의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과 흑질(substantia nigra) 등에 분포하고 그 신경의 축삭말단이 여러 부위로 투사되는데, 투사되는 위치를 기준으로 도파민성 신경로를 분류한다.
각 도파민성 신경로는 특징적인 기능과 관련이 있는데, 흑질에서 선조체로 투사되는 경로(nigrostriatal pathway)는 자의적 행동 조화에 관여하며 이 경로에서 항정신병약 등에 의해 도파민 활성이 감소하면 파킨슨씨병 증상과 추체외로 증상(진전증, 정좌 불능, 근긴장 이상, 지체성 운동 장애 등)이 나타난다.
중뇌에서 측좌핵과 편도체, 해마 등을 포함한 번연계로 투사되는 중번연계 경로(mesolimbic pathway)는 현실 이해와 스피치, 조현병 증상, 보상 인지(선호 현저, 쾌락, 강화)에 관여하며 이 경로에서 도파민 활성이 증가하면 환각, 망상, 왜곡사고, 인지장애, 정서장애 등과 같은 정신분열증의 양성증상이 나타난다.
중뇌에서 대뇌피질로 투사되는 중대뇌피질계 경로(mesocortical pathway)는 동기와 쾌락, 사회성, 정신분열증상에 관여하며 이 경로에서 도파민 활성이 증가하면 둔감, 쾌락 불감, 느낌 결여, 자발적 행동 결여 등과 같은 정신분열증의 음성증상이 나타난다.
활꼴핵에서 뇌하수체로 투사되는 결절누두 경로(tuberoinfundibular pathway)는 뇌하수체 호르몬 분비에 관여하며 이 경로에서 도파민 활성이 증가하면 젖 분비 감소 등이 나타난다. 중독은 단순히 하나의 경로 장애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흑질선조체 경로와 중번연계 경로, 중대뇌피질계 경로에 복합적 손상 또는 장애가 발생한 상태이다.
![뇌 도파민성 신경 회로 [출처: Translational Psychiatry (2022)12:464]](https://cdn.pharmnews.com/news/photo/202404/243413_118865_379.jpg)
중독과 도파민
마약중독은 감정의 보상(다행감)을 바라는 기분 전환 목적의 약물 사용에서 약물 부재의 고통과 공포를 피하기 위한 강박적 약물 사용으로 전환된 질병 상태로서 금단증상, 갈망, 재발, 심각한 보건적 위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유전적, 발달적, 환경적 요인이 마약중독의 유발에 관여하는데, 중독 상태의 뇌에서 중번연계 도파민성 신경로의 심각한 신경생물학적 손상과 장애가 관찰되었다. 마약류 남용은 VTA-NAC-PreFC로 연결된 도파민성 신경로를 활성화하여 약리학적 보상과 자연적 보상을 강화한다.
마약 종류에 따라 약물이 작용하는 지점은 다르지만, 초기 남용은 이 회로에서 도파민의 유리 또는 반응을 증가시킨다. 그 결과로 다행감과 감정 고조, 들뜸, 도취감, 망상, 환각, 발작 등이 나타난다.
![VTA-NAC-PreFC로 연결된 도파민성 신경로에서 마약류의 작용점 [출처: Nat Neurosci 2005; 8:1445–1449]](https://cdn.pharmnews.com/news/photo/202404/243413_118866_3828.jpg)
마약류 사용 경험자들은 다행감과 감정고조, 양성 환각 등을 기대하고 투약을 반복하지만, 반복된 투약은 약리학적 내성을 유발하여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게 된다.
경험적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량을 계속 늘리지만 양성 보상과 강화는 약화되고 약물 부재에 따른 고통 증가와 같은 음성 강화반응이 심화되어 금단증상 때문에 약을 갈망하는 의존 상태에 이르고 만다.
반복적 투약이 신경생물학적으로 도파민 유리나 수용체의 감소, 약물-표적 작용 저하, 도파민성 신경 퇴화 등과 같은 약물 반응의 감소로 이어져 생물학적 교정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질병 상태에 이른다.
중독 과정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신경이 도파민성 신경이지만, 중독이 도파민의 단독 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중독 형성 과정에는 세로토닌성 신경과 GABA성 신경, Glutamate성 신경 등 다양한 신경들과 신경생물학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도파민에 중독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부적절한 개념이다. 도파민은 혈액-뇌 장벽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파민 투약이 정신활동에 영향을 줄 수 없고, 뇌의 도파민성 신경 활성을 높이는 도파민 전구체 L-DOPA가 유효하지만 L-DOPA의 반복적 투약도 중독을 유발하지 않는다.
도파민이나 그 전구체는 중독성이 없다. 굳이 중독에 대한 도파민 관련성을 표현한다면, “도파민성 신경 활성을 높이는 약물이나 행위에 중독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도파민 자체가 직접적으로 중독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중독 현상을 뇌의 도파민성 신경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
또한, 도파민은 중독 관련 신체의 보상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중독 외에도 조현병, 불안, ADHD, 파킨슨병 등 다양한 정신·신경 질환의 발병에 관여한다. 도파민성 신경의 활성이 과한 경우도 부족한 경우도 다 문제가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행동은 뇌에서 도파민 활성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건강한 신체는 도파민 활성의 강약을 자연적으로 조절한다. 도파민에 관한 과학적 사실이 너무 방대해서 이 지면에서 세세하게 다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짧게 설명한 중독 관련 도파민 정보가 청소년들의 인식과 과학적 이해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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