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탈당 분열인가 호남정치 복원인가

[격전지 르뽀] 4.29 재보선, 광주 서구을 현장을 가다 (끝)
임두만 | 2015-04-28 11:39:17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번 4.29 광주 선거는 탈당=분열 VS 탈당=호남정치 복원을 놓고 벌이는 쟁투였다. 탈당=분열은 조영택 후보의 공세적 구호이고, 탈당=호남정치 복원은 천정배 후보의 공세적 구호다. 그런데 양측 모두 자신들의 공세적 구호를 ‘김대중’과 연결지어 말했다. 김대중, 광주정신, 이런 구호들이 탈당이란 말과 혼재되어 선거판을 달구고 있었다.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를 지지를 호소하는 유세단 사회자는 "탈당과 분열은 김대중 대통령님 뜻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 대해 지나가던 한 60대 남자는 “누가 누구에게 하는 소린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는 곧 “저는 탈당 안 했나?”라고 비웃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전직 서구의원이자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 서구청장 예비후보로 뛰었던 김상집(광주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전 참여자치 21 대표)씨는 “바로 직전 19대 총선에서 현 박혜자 의원 전략공천 방침에 반발,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조영택 후보의 전력 때문에 탈당공격이 먹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영택 후보는 19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하자 곧바로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었다. 특히 조 후보는 당시 전략공천에 대해 “광주를 마치 지도부의 ‘호주머니 속 노리개’ 정도로 인식한 것이며, 서구민을 우롱한 행위이자 광주시민을 얕잡아본 행태”라고 비난한 뒤 “조영택을 희생시키려는 음모에 결코 굴복할 수 없다”며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조영택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서로 포옹하는 이용섭 전 의원과 조영택 후보  © 이미지 출처, 조 후보 보도자료 
한편 이용섭 전 의원은 24일 오전 지지자 1백여 명과 함께 조영택 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이번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호남의 꿈인 정권교체와 지역발전을 위해 조영택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며 조영택 후보의 지지를 선언했다.
이용섭 전 의원은 이날 조 후보 사무실에서 “조영택 후보를 지지한다”며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선택해 주셔야 문재인 지도부가 우리가 바라는 제1 야당으로 개혁할 수 있고, 이것이 야권의 분열을 막고 정권교체로 가는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항상 대의를 위해 결단했던 시민들께서 정권교체와 호남발전을 위해 또 한 번의 위대한 선택을 해 주실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지난 해 지방선거 당시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그는 “6.4 광주시장 선거는 ‘민주 대 반민주세력’, ‘시민 후보 대 낙하산 후보’, ‘광주 살리기 세력 대 광주 죽이기 세력’ 간의 싸움이 되어 버렸다.”며 “위대한 광주시민들께서는 이번에 또 다시 역사적인 선택을 통해 낙하산 후보가 아닌 시민 후보를 시장으로 뽑아 ‘광주정신’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실 것”이라고 말했었다.
강운태 전 시장과 후보단일화에 합의, 단일화 경선을 했으나 패배한 이후 강운태 후보 선대위원장으로서 “‘광주에서는 아무나 공천해도 당선시킬 수 있다’는 부끄러운 공식을 깨야한다‘며 단식투쟁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당시 단식투쟁 호소문에서 “이번 선거는 후보 한 개인의 성패가 걸린 문제가 아니라 무소속 후보와 낙하산 후보의 대결, 민주세력과 반민주세력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강운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시민의 공천권을 확보하고 광주정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무소속 후보 당선이야말로)특정정당 독점구조가 깨지면서 지역주의가 완화되는 등 대한민국 정치지형이 바뀔 수 있다”며 “이는 기존 정치권이 아닌, 시민의 힘으로만 이뤄질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광주가 일어났을 때 역사는 진보했고 광주가 변화를 선택했을 때 대한민국은 발전했다”며 “시민들이 현명한 판단으로 광주는 여전히 깨어있음을 역사 앞에 당당하게 보여달라”고 호소했었다.
결국 이 말을 지금 천정배를 지지하면서 탈당한 누군가가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말이므로 이 같은 이중적인 행보 때문에 현재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이 ‘탈당’을 키워드로 천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신 탈당=호남정치 복원이란 구호도 진정성에서 의혹을 받고 있음은 분명했다. 즉 호남정치 복원이란 말 자체가 자칫 자민련 김종필 전 총재를 연상시킨다거나 호남이익이라는 협소한 개념으로 받아들여 지면, ‘충청총리 반대하면 표 안준다’는 협박이나 하는 이완구 지지층과 같은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의혹이었다.
그럼에도 이 날 이용섭 의원과는 반대로 채일병 전 의원은 ‘탈당’하고 천정배 지지선언 대열에 섰다. 또 광주전남 시도의원 시군구의원 등 풀뿌리 정치인 40여 명은 또 ‘탈당’도 불사한다며 집단으로 천정배 지지선언을 했다.
▲광주전남 전·현직 시도의원, 시군구의원 등 풀뿌리 정치인들이 천 후보의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임두만 
이들은 이날 “무기력에 빠진 호남정치를 부활시키고, 희망을 잃어버린 야권을 재구성해 정권교체의 희망이 돼 주기를 바란다”며 “호남정치의 쇠락은 민주주의와 개혁의 신념을 가진 호남 시민들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했으며 정권교체를 요원케 하는 원인이 되었다. 우리는 ‘호남정치의 부활’을 바라는 천정배 후보의 외침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두렵다고 주저앉아 있으면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야권 전체가 변화해야 하는 시기다. 우리가 주저앉아 있으면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주저앉아 있으면 호남정치의 부활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주저앉아 있으면 대한민국의 전진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정권교체를 위해, 호남정치의 부활을 위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천정배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천 후보 지지의사가 확고함을 표시했다.
그런데 이는 각 후보 진영의 표정이지 일반 유권자들은 침착하고 당당했다. 상무지구의 한 중식당에서 만난 4~50대 아주머니 일행 중 자신을 서구을 유권자라고 밝힌 이애자(53 가명)씨는 “정치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이제는 그러려니 해요. 하지만 그런다고 속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 가만있어도 다 속은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 속이 어떤 것인지 들려달라는 말에 빙긋이 웃으면서 “선거는 비밀이재”라며 속을 내보이지 않았다.
이런 현지의 분위기 때문에 후보들은 사전선거가 한창 진행되는 24일에도 촌각을 다투며 유권자들을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조영택 후보가 금호동 시청자미디어센터, 노인활동지원사업 직무교육에 참석하여 지지를 호소했다  
▲싸목싸목(협동조합 시민의 꿈)에서 열린 정기 음악회에 참석하여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조영택 후보는 풍암동 싸목싸목(협동조합 시민의 꿈)에서 열린 정기 음악회에 참석, “북유럽의 다양한 협동조합 모델을 많이 보았습니다. 지역 복합문화공간으로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누릴수 있어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 기쁩니다.”라며 “정치도 문화입니다. 투표참여 많이 부탁드립니다. 깨어있는 시민이 세상을 바꿉니다.”라는 말로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또 금호동 시청자미디어센터, 노인활동지원사업 직무교육에 참석, “노인복지, 궁극적 목적의 하나가 일자리 창출입니다. 노인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찾아 만들어가겠습니다.”라고 공약했다.
반면 금호지구 사거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는 천정배 후보는 누구라도 만나면 허리를 급혀 인사하면서 “시민을 하늘처럼 섬기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또 사전투표가 시작된 첫날인 24일 투표를 마치고 투표소를 나서면서 “제가 당선되면 무소속의 한 석(席)이 아니라 광주와 호남의 민심이 모여있는 한 석이기 때문에 그 힘을 바탕으로 DJ처럼 큰 정치인으로 키울 수 있는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를 모아 내년 총선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사전투표로 한 표를 행사하는 천정배 후보   
▲서창농협 노래교실에 참석 지지를 호소하면서 노래도 한 곡 멋지게 불렀다.
이어서 그는 “그렇게 되면 광주에서 새정치연합과 천정배와 함께 하는 사람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것이고 야권이 혁신되고 정권교체의 큰 힘이 될 것이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지역구 내 서창농협이 연 노래교실에 참석, 자신이 암태도라는 섬 출신이라서 ‘남행열차’를 좋아한다며 멋지게 한 곡을 부르는 모습도 보여줬다.
선거는 이제 내일로 다가왔다. 릴레이 경주 중계식으로 쏟아지는 예측보도들과 좋은 소문 나쁜 소문들은 후보와 캠프를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한다. 이런 보도에서 공약점검도 후보 저격성 여부도 관심이 없다. 다만 흥미위주의 경쟁부추기기만 난무한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냉철했다. 따라서 내일 이후 과연 유권자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1박2일 광주취재를 마치며 개인적으로는 대략의 윤곽은 그렸지만 그래도 후보들 못지않게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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