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사드 연내 배치’ 재확인? 미국 발표문엔 전혀 언급 없어


미 국방부 대변인, ‘사드’ 언급 빠진 이유 묻자 “가능한 빨리 답변하겠다”며 즉답 회피
김원식 | 2017-02-02 09:22:26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한미 ‘사드 연내 배치’ 재확인? 미국 발표문엔 전혀 언급 없어미 국방부 대변인, ‘사드’ 언급 빠진 이유 묻자 “가능한 빨리 답변하겠다”며 즉답 회피

한국 정부는 황교안 권한대행-트럼프 대통령, 한민구-매티스 국방부 장관 등이 전화 통화를 통해 양국 정부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연내 한국 배치를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미국 정부의 발표문에는 해당 내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중의소리가 미 국방부에 사드 배치에 관한 양국 국방부 장관의 통화 내용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미 국방부는 사드 관련 내용은 없는 기존 미국 측 발표문만 다시 보내면서 답변을 회피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국무총리실은 트럼프-황교안 전화 통화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황 권한대행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 등을 설명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 공감하면서 ‘메티스 국방장관의 방한 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 당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백악관이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는 사드에 관한 언급이나, '적극 공감'을 표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기사:‘트럼프-황교안 통화’ 후순위에도 한국 정부만 ‘뻥튀기?’)
▲28일(현지시간) 드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최초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 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두 정상이 통화를 마친 이후 크렘린궁은 성명을 통해 “양측은 협력을 안정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준비된 상태임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신의 참모진과 함께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 중인 모습. 2017.01.29ⓒAP통신, 뉴시스
또한 31일 한국 국방부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해당 보도자료에서 “양 장관은 최근 북한의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 준비가 마감단계라고 주장하는 등 핵・미사일 위협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주한미군 사드체계 배치를 계획대로 추진하고 한미 양 국방당국 간 유기적인 협력과 긴밀한 대북정책 공조를 강화해 나갈 필요성에 공감하였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한미 국방부 장관이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 미국 국방부가 해당 통화와 관련해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사드 등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었다. 미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백악관의 기존 보도자료와 마찬가지로 "매티스 장관은 미국의 전면적 능력을 사용해 확장 억제력(extended deterrence) 지원을 통해 한국(ROK)을 방어하겠다고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백악관은 ‘군사적 능력(military capabilities)’을 사용했지만, 국방부는 ‘미국의 능력(U.S. capabilities)’으로 오히려 표현이 완화됐다. 사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미 국방부 공보실, 입장 표명 요구에도 기존 발표문만 재차 강조
“가능한 한 빨리 ‘그 문제’에 관한 입장을 밝히겠다”
미 국방부 공보실은 양국 국방부 장관 전화 통화 보도자료에서 한국 측 발표는 사드가 포함돼 있지만 미국 측 발표문에는 해당 내용이 없는 이유를 묻자 즉답을 피했다. 기자가 이메일과 전화로 수차례 독촉하자 마지못해 “미 국방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참고하라”면서 해당 보도자료를 다시 보냈을 뿐이다. 기자가 다시 현재 미 국방부의 사드 이슈에 관한 공식 입장을 수 차례 질의했지만, 더 이상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의 게리 로스 (동아시아 담당) 대변인에게 전화로 미 국방부 측 보도자료에 사드 언급이 없는 이유를 묻자 “일반적인(general) 것만 언급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로스 대변인은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했는데, ‘사드’ 이슈에 대한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가능한 한 빨리 그 문제에 관한 입장을 밝히겠다(we intend to point that as soon as feasible)”며 즉답을 피했다.
▲ 한민구-매티스 한미 국방장관 전화통화에 관한 미 국방부 보도자료 전문ⓒ해당 보도자료 캡처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에도 한미 양국이 사드 조기 배치를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미국 측은 이에 관한 공식 입장을 전혀 내놓고 있지 않는 셈이다. 또 실무 당국인 미 국방부마저 “가능한 한 빨리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공식적으로는 다시 강조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들도 ‘한미 당국 사드 배치 재확인’에 관한 기사에서 한국 국방부의 발표를 출처로 하고 있는 이유이다. 미국 정부의 묘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미 백악관이나 국방부가 이렇게 사드 문제에 관해 공식 언급을 피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오바마 행정부와는 전혀 색깔이 다른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걸면서 모든 것을 재협상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사드 문제에 관해 트럼프의 명확한 의중이 드러나지 않는 한, 국방부 등 실무 당국이 앞서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2일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미국 측이 사드 문제에 관해 어떠한 공식 입장을 내놓을지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중의소리’에 게재된 필자의 단독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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