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들이 단일기(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강원미디어센터]
평창 동계올림픽이 25일 막을 내렸다. 지난 9일부터 16일간 93개국 2천925명의 선수가 출전, 15개 종목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흠이 없다는 것이 흠”이라고 할 정도로 평창올림픽은 성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북측의 대규모 참가가 빛을 더해 주목받았다.
북측은 선수단 46명, 민족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 4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 2명, 응원단 229명, ‘삼지연 관현악단’ 137명, 태권도시범단 31명, 기자단 21명을 파견했다. 여기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 개회식 참석 고위급대표단 22명, 김영철 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등 폐회식 참석 고위급대표단 8명 등 총 500명이 내려왔다.
북측은 지난달 25일부터 차례로 내려왔다. 그리고 33일간 남녘에 머물렀다.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 8명은 오는 27일에 올라갈 예정이다. 이들의 일정을 기록한다.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지난달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로 본격화됐다. 문재인 정부가 북측의 참가를 꾸준히 설득한 결과,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를 ‘의의 있는 해’라고 규정하고,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평창올림픽 참가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지난달 9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열고, 북측의 고위급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태권도시범단 등의 파견에 합의했다. 뒤이어 17일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실무회담에서 △개회식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태권도시범단 평창.서울 공연, △패럴림픽 150여 명 파견, △금강산 합동문화행사,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 등을 구체화했다.
물론, 금강산 합동문화공연은 북측이 2.8 정규군 창설 70주년 열병식에 대한 남측 일부 언론의 보도를 문제 삼아 취소시키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다른 합의는 그대로 이행됐다.
▲ 14일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코리아'와 일본의 경기. 이날 첫 골이 터졌다. [사진제공-강원미디어센터]
21년 만의 남북 단일팀, 꼴찌라도 ‘하나’를 느끼다
여기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제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4자 회담이 지난달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렸다. 공동입장, 단일기(한반도기) 및 아리랑 사용,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 등이 합의됐다.
일각의 우려 속에서 지난달 25일 북측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 15명이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내려왔다. 남측 선수 23명과 북측 선수 12명 등 35명으로 구성하고, 22인 게임 참가자명단에 3명의 북측 선수가 출전한다는 IOC 합의에 따라, 21년 만의 단일팀 준비를 위해 온 것.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에 돌입한 남북선수들은 새러 머리 총감독의 지휘로 단일팀이 되는데 주력했다. 보관함을 ‘남남북남’ 식으로 배치하거나 남북선수들이 함께 식사하고, 북측 선수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등 20대의 발랄함은 순식간에 ‘하나의 팀’을 만들었다.
단일팀은 일본을 상대로 첫 골을 기록하고, 이어 스웨덴과 경기에서 두 번째 골을 넣었지만, 5전 전패로 8개 팀 중 꼴찌를 기록했다. 그러나 꼴찌보다 값진 ‘우리는 하나’였음은 확인했다.
머리 총감독은 “결국 스포츠는 어떠한 장벽도 극복한다. 대회가 끝난 뒤 남과 북의 선수가 함께 포옹하는 모습은 너무나 자랑스러웠다”면서 “우리는 진정한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32일간 함께 생활한 선수들은 북측 선수단이 26일 돌아가자 눈물바다를 이뤘다. “아프지 말고 우리 꼭 다시 만나.”
▲ 피겨스케이팅 페어 렴대옥-김주식 조는 평창올림픽에서 개인최고기록을 달성, 종합 13위에 올랐다. [자료사진-통일뉴스]
▲ 크로스컨트리 여자 10km 프리스타일에 출전한 리영금 선수[사진제공-강원미디어센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만큼 주목받은 선수는 피겨스케이팅 페어 렴대옥-김주식 조였다. 총점 193.63점으로 개인 최고기록을 달성, 종합 13위에 올랐다. 이들은 마지막 갈라쇼에서 북측 노래 ‘반갑습니다’에 맞춰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남자 쇼트트랙 1,500m에 출전한 북측 최은성 선수는 2분18초213의 기록으로 6위에 올랐다. 남자 쇼트트랙 500m에 출전한 정광범 선수는 넘어지면서 실격처리됐다.
알파인스키 남자 회전 강성일 선수는 74위, 최명광 선수는 75위,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 프리스타일에 나선 한춘경 선수와 박일철 선수는 각각 101위와 107위,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 김련향 선수는 54위, 크로스컨트리 여자 10km 프리스타일 리영금 선수는 89위로 올림픽을 마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선수 공동훈련이 진행됐다. 북측 선수단은 1일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측 양양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 북측 삼지연 관현악단은 8일 강릉, 11일 서울에서 각각 공연을 선보였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예술단.응원단, “반갑습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북측 ‘삼지연 관현악단’ 114명이 지난 6일 ‘만경봉-92호’를 타고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을 들어왔다. 2002년 이후 16년 만이었다. 이보다 앞서 예술단 선발대 23명은 무대설치를 위해 5일 경의선 육로로 방남했다.
현송월 단장을 선두로, 예술단은 8일 강릉아트센터, 11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각각 한 차례씩 공연했다. 2002년 8.15민족통일대회 이후 16년만의 남쪽 공연은 그야말로 성황을 이뤘다. 15만여 명의 신청이 몰려 강릉 140대1, 서울 46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
예술단은 북측 노래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흰 눈아 내려라’, ‘평화의 노래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 등을 불렀다. 남측가요 ‘J에게’, ‘여정’ 등을 노래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에 에어 ‘다시 만납시다’를 끝 곡으로 선사했다.
서울 공연은 특별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관람했다. 강릉의 찬바람에 감기에 걸렸다던 현송월 단장은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불렀고, 남측 가수 서현과 북측 가수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를 함께 불러, 박수를 받았다.
예술단은 12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돌아갔다. ‘만경봉-92호’는 이보다 앞서 10일 귀항했다.
▲ 북측 인민보안선 산하 여성 취주악단이 15일 강릉 올림피파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 22일 강릉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에서 북측 응원단은 취주악단의 연주에 맞춰 부채춤을 선보였다.[사진-박창술 객원사진전문기자]
예술단의 공연이 아쉬울 찰나, 북측 응원단 229명이 7일 경의선 육로로 내려왔다. 올림픽위원회 4명, 태권도시범단 26명, 기자단 21명과 함께였다.
응원단은 총 9회 공연을 선보였다. 8일 입촌식, 13일 강릉 오죽헌, 15일 강릉 올림픽파크, 17일 상지대관령고등학교, 20일 평창 올림픽플라자, 21일 인제 스피디움, 22일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 23일 인제 다목적경기장, 24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각각 30분씩 공연했다.
북측 인민보안성 산하 여성 취주악단의 연주에 맞춰 응원단은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민요연곡, ‘고향의 봄’, ‘토장의 노래’, ‘옹헤야’, ‘설날’, ‘륜춘’, ‘쾌지나칭칭나네’, ‘달려가자 미래로’, ‘청춘송가’ ‘설눈아 내려라’ 등의 곡이 연주됐다.
그리고 마지막은 언제나 “안녕히 다시 만나요”로 끝나는 ‘다시 만납시다’였다.
이들의 공연 소식에 시민들은 항상 몰렸다. 특히, 마지막 공연이 열린 원주 종합체육관에는 7천여 명이 들어찼다.
응원단은 공연 외에도 응원에도 열중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는 물론,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알파인스키와 남측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 등 13차례 응원전을 펼쳤다. “우리는 하나다”, “조국 통일”, “힘내라”, “잘한다”를 외쳤다.
한때, 북측 노래 ‘휘파람’에 맞춰 미남 가면을 선보였는데, 일각에서 ‘김일성 가면’이라는 억측이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6.15남측위원회와 6.15남측위 강원본부,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등과 함께 단일기를 흔들며 열띤 응원을 펼쳐 주목받았다.
▲ 북측 응원단이 아이스하키 경기 휴식 중간에 춤으로 응원하고 있다.[사진제공-강원미디어센터]
▲ 남북 태권도시범단은 네 차례 합동공연을 했다. [사진제공-세계태권도연맹]
그뿐만 아니라, 북측 국제태권도연맹(ITF) 태권도시범단 26명은 남측 세계태권도연맹(WT)과 합동공연을 했다.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식전행사, 10일 속초 강원진로교육원, 12일 서울시청, 14일 MBC 상암홀 등 네 차례 공연을 펼친 뒤, 15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돌아갔다.
남북 합의에 따라 재일조선인총연합회(재일총련) 동포응원단 170여 명도 지난 8일부터 3진으로 나눠 4박 5일의 일정으로 방남했다. 6.15남측위원회 공동응원단과 해외동포 응원단, 재일 총련 응원단은 10일 황영조기념체육관에서 '남북공동응원전 민족화합한마당'을 별도로 펼치기도 했다.
▲ 6.15남측위원회 공동응원단과 해외동포 응원단, 재일 총련 응원단은 10일 황영조기념체육관에서 '남북공동응원전 민족화합한마당'을 별도로 펼치기도 했다.[자료사진-통일뉴스]
북 고위급대표단 방남..“한반도 평화정착 여건 마련”
북측 선수단.예술단.응원단 등의 방남에 이어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방남했다. “한반도 평화정착 여건을 마련했다”는 평가이다.
북측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대남특사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등 22명의 대표단이 9일 ‘참매-2호’기를 타고 방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5번,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4번 만났다. 특히,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방북을 초청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셈이다.
▲ 지난 10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코리아'와 스위스 경기를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북측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이 함께 관람했다. [사진제공-강원미디어센터]
북측 고위급대표단의 방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5일 김영철 당 대남담당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등 8명이 2박 3일의 일정을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내려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회식에 참가한 북측 고위급대표단을 만나 “향후 남북관계 개선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해당 부분에서 이를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한 이후 방남으로, 남북대화가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측의 평창올림픽 대규모, 최고위급 참가에 통일부는 고무적인 상황. 지난 25일 통일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기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며 “아직까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변화는 없으나, 북미 모두 대화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 입장을 표명하는 등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 진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북측 김영철 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대표단이 25일 평창올림픽 폐회식 참가를 위해 방남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북측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 고위급대표단을 제외하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북측 인사 492명은 26일부로 모두 돌아갔다. 이들의 33일간 방남은 다시 통일의 열기를 만끽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아직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이르다. 다음 달 9일부터 18일까지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열린다. 여기에 북측은 장애자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기자단 등 150여 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남북은 오는 27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북한의 패럴림픽 참가를 위한 실무회담을 연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상임대표 고희철 기자 khc@vop.co.kr 발행 2024-06-06 16:14:31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전면으로 부상해 4.10 총선 결과 민주당의 한 축을 이뤘다. 대개 언론에는 ‘친명 강경파’ 조직으로 소개된다. 지난 2일 2기 강위원 상임대표가 선출됐다. 한총련 의장을 거친 강 대표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여민동락 공동체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민형배 구청장 시절 광산구노인복지관장 등을 거쳐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일정을 총괄했고, 그 뒤 당대표 특보와 혁신회의 1기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혁신회의는 국회의원 31명을 배출해 당내 최대 정치세력으로 불린다. 강 대표 본인은 경선에서 사퇴해 국회 입성에 실패했지만 상임대표가 됐다. 그러나 혁신회의와 강 대표는 언론에 대체로 부정적으로 언급된다. 친명, 강경, 팬덤, 개딸 등의 연관어와 함께. 특히 국회의장 후보 경선으로 촉발된 당원민주주의 논쟁은 부정적 보도 증가에 기여했다. 3일 여의도의 오피스텔에 자취방처럼 차려진 혁신회의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묻고자 한 것은 간단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을 장악했다는 비판과 극성 팬덤을 앞세워 국회까지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6.03 ⓒ민중의소리 1시간을 예정한 인터뷰는 2시간 30분을 넘겨 간신히 ‘중단’됐다. 그는 거침이 없었고, 할 말이 많았다. 그의 말은 영광군과 광산구와 경기도를 넘나들었고, 5.18정신과 김대중, 노무현도 수시로 언급됐다. 특히 언론의 당원민주주의 폄하에 강하게 반박했다. 친명만 공천되고 비명은 탈락한다는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에 강 대표는 “그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작업을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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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칼럼] '서초동 권력'이 접수한 한국사회 세계관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6.08. 04:09:34 한국은 '삼권분립'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권력 지형을 갖고 있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틈새에 제 4부라 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이 존재한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스스로를 '준사법기관'으로 여긴다. 한국 검찰은 행정부이면서 행정부 포함 3부의 권력을 모두 견제하는데, 이 '검찰 권력'의 핵심은 수사와 소추의 독점 권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가 되는지 안되는지 1차적으로 판단하는 권력이다. 원래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의 '절제'와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 원님 재판을 막기 위해 사법권을 행사하는 판사와 동등한 수준의 법률전문가를 국가에서 고용해 '형사 절차'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기소독점권'과 같은 막강한 권한으로 '수사와 소추'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한국 검찰은 3권의 사각지대에서 독특한 포지션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앉아 한국 사회를 호령해왔다. 그리하여 한국에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독특한 권력 분류법이 구전을 통해 존재한다. 이른바 '한국사회 세계관'이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여의도 권력(정치)과 서초동 권력(검찰), 그리고 강남 권력(재벌)의 '삼권분점'으로 이뤄진다. 서울의 유명 지명들을 딴 이 권력 분류법은 '삼권분립'과 같은 따분한 학술적 규정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한국사회를 설명해준다. 비유하자면, '삼권분립'이 낮의 권력 지형도라면, '삼권분점'은 밤의 권력 지형도다. 교과서와 필드매뉴얼의 관계라고 할까? 이 '구전설화'의 세계관에서 '행정부'를 따로 뺀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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