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의 밀담 ‘엿들은’ 새는 13종


조홍섭 2018. 05. 02
조회수 1596 추천수 1
되지빠귀, 소쩍새, 산솔새…한반도 여름 대표 새 다 나와
새벽이었다면 더 많이 왔을 것…“우포늪 수준 다양성”

되지빠귀2.jpg» 도보다리 정상회담 자리에 낭랑하게 울려퍼진 새소리의 주인공 되지빠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4월27일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도보다리에서 이뤄진 산책과 벤치 대화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0분 동안 배석자 없이 밀담을 나눴다. 이 과정은 전세계에 생중계됐지만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은 채 새소리만 가득했다. 어떤 새들이 이 세기적 밀담을 ‘엿들었을까’.

05950138_P_0_.JPG» 도보다리 벤치에서 벌어진 남과 북 정상의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생중계 방송에선 새소리만 가득했다. 청와대 제공

새소리 전문가인 하정문 서울대 행동생태 및 진화연구소 박사에게 분석을 의뢰했더니, “40분 동안 영상에 녹음된 소리로 확인할 수 있는 새는 모두 13종이었다. 한반도의 여름을 대표하는 새는 모두 (도보다리 주변에) 나왔다”고 지난 30일 말했다.

당시 상황을 새소리와 함께 재구성하면 이렇다. 우선 두 정상이 도보다리로 이동할 때 멀리 ‘꿔~꿩’ 하는 꿩 우는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짹짹거려 구르는 듯한 방울새 소리가 들렸다. 높은 음으로 ‘끼끼끼끼끼~’ 하는 독특한 청딱따구리 소리도 울려 퍼졌다.

03056786_P_0_청딱따구리.JPG» 청딱따구리는 번식기를 앞두고 높고 독특한 소리로 운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벤치에 앉아 북한 쪽 취재기자를 물리쳤을 때, 본격적인 단독 대화의 시작을 알리려는 듯 크고 맑은 새소리가 한동안 들렸다. 네티즌들이 “청아하다” “예쁘다”고 평한 이 소리의 주인공은 흔치 않은 여름 철새인 되지빠귀였다. 5~6월 산란기를 앞두고 짝을 찾아 목청껏 노래하는 이 새는 한반도를 비롯해 동북아에 서식하며 크고 아름답게 지저귀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낮인데도 소쩍새가 “솥 적다”며 풍년을 예고했고, 산솔새도 이곳이 숲임을 알렸다. 그밖에도 섬휘파람새, 오색딱따구리, 알락할미새 등 도시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새는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박새, 직박구리, 멧비둘기, 붉은머리오목눈이도 도보다리 벤치 주변에서 소리로 존재를 드러냈다.

05950808_P_0.JPG» 도보다리 전경. 습지와 산자락의 특징이 어울려 한반도의 전형적인 생태계를 보뎠다. 청와대 제공.

하 박사는 “이 새들은 강을 끼고 있는 산자락 생태계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식 우포 자연학교장은 “새들의 활동이 뜸한 오후에 이 정도라면 새벽에는 (도보다리 주변에) 더 많은 새가 나올 것이다. 람사르협약 지정 습지인 우포늪의 새벽에 요즘 나타나는 새가 15종인데 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40여분 동안 관찰한 것만 13종이므로, 도보다리 주변의 종 다양성은 더 높을 수도 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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