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의 밀담 ‘엿들은’ 새는 13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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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지빠귀, 소쩍새, 산솔새…한반도 여름 대표 새 다 나와
새벽이었다면 더 많이 왔을 것…“우포늪 수준 다양성”
4월27일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도보다리에서 이뤄진 산책과 벤치 대화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0분 동안 배석자 없이 밀담을 나눴다. 이 과정은 전세계에 생중계됐지만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은 채 새소리만 가득했다. 어떤 새들이 이 세기적 밀담을 ‘엿들었을까’.
새소리 전문가인 하정문 서울대 행동생태 및 진화연구소 박사에게 분석을 의뢰했더니, “40분 동안 영상에 녹음된 소리로 확인할 수 있는 새는 모두 13종이었다. 한반도의 여름을 대표하는 새는 모두 (도보다리 주변에) 나왔다”고 지난 30일 말했다.
당시 상황을 새소리와 함께 재구성하면 이렇다. 우선 두 정상이 도보다리로 이동할 때 멀리 ‘꿔~꿩’ 하는 꿩 우는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짹짹거려 구르는 듯한 방울새 소리가 들렸다. 높은 음으로 ‘끼끼끼끼끼~’ 하는 독특한 청딱따구리 소리도 울려 퍼졌다.
김 위원장이 벤치에 앉아 북한 쪽 취재기자를 물리쳤을 때, 본격적인 단독 대화의 시작을 알리려는 듯 크고 맑은 새소리가 한동안 들렸다. 네티즌들이 “청아하다” “예쁘다”고 평한 이 소리의 주인공은 흔치 않은 여름 철새인 되지빠귀였다. 5~6월 산란기를 앞두고 짝을 찾아 목청껏 노래하는 이 새는 한반도를 비롯해 동북아에 서식하며 크고 아름답게 지저귀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낮인데도 소쩍새가 “솥 적다”며 풍년을 예고했고, 산솔새도 이곳이 숲임을 알렸다. 그밖에도 섬휘파람새, 오색딱따구리, 알락할미새 등 도시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새는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박새, 직박구리, 멧비둘기, 붉은머리오목눈이도 도보다리 벤치 주변에서 소리로 존재를 드러냈다.
하 박사는 “이 새들은 강을 끼고 있는 산자락 생태계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식 우포 자연학교장은 “새들의 활동이 뜸한 오후에 이 정도라면 새벽에는 (도보다리 주변에) 더 많은 새가 나올 것이다. 람사르협약 지정 습지인 우포늪의 새벽에 요즘 나타나는 새가 15종인데 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40여분 동안 관찰한 것만 13종이므로, 도보다리 주변의 종 다양성은 더 높을 수도 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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