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자연 맛보는 초여름 창경궁 생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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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나무와 정돈된 정원 공존하는 도심 고궁
궁궐 회복 30년, 조용한 도심 휴식처로 자리 잡아
계절의 여왕 5월이 무르익었다. 우리나라의 봄은 개나리가 피는 3월에 시작해서 벚꽃을 보고 아까시나무 꽃향기가 바람에 날리면 봄의 끝자락이다. 좋은 계절에 자연과 역사의 향기를 함께 맡을 수 있는 도심 속 고궁 생태산책은 어떨까? 도심 속 고궁은 도시공원이나 휴식처이기 전에 조선왕조 500년 역사와 문화, 자연의 박물관이다.
옛 사람들은 궁궐에 나무 한 그루도 뜻을 가지고 심었고, 문이나 건물 하나에도 깊은 의미를 담았다. 500여년의 긴 세월을 추억하며 도심 궁궐 도처에 스며있는 역사와 문화의 흔적과 아름다운 자연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보며 초여름 생태산책을 해 보면 어떨까.
우선 추천하고 싶은 곳은 창경궁이다. 창경궁은 원래 태조 4년에 낙성한 후로 자주 사용하지 않다가, 성종 14년(1483)에 왕의 조모인 정희왕후, 모후인 소혜왕후, 예종의 비 안순왕후를 위하여 고치고 늘림으로써 궁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 후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으며, 광해군 8년(1616)에 재건되었다. 창경궁은 순종황제가 자주 산책하고 빈객을 접견하던 장소로 이용하다가 일제가 조선을 강점한 1911년 창경궁 경내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설치하였다.
이 와중에 창경궁은 궁궐로서 크게 손상당했다. 춘당대 높은 언덕에는 박물관을, 시민당 옛터 부근에는 표본실을, 전의 권농장 터에는 연지와 정자를 새로 지었다. 또 선인문 안쪽 보루각을 중심으로 동물원이, 춘당대 일부는 식물원이 들어서 궁궐로서의 모습이 희미해졌다.
해방 후에도 수 십 년간 무심하게 시민들의 놀이터로 이용해 오다가, 1984년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궁의 복원사업에 착수했다. 우선 창경원이라는 명칭을 본래대로 창경궁으로 고치고, 궁내의 동물을 모두 서울대공원으로 이주시키고 일본인들이 고의로 심은 벚나무를 제거하였다. 이때 일부 벚나무는 여의도 윤중제와 어린이대공원으로 옮겨 심었다. 창경궁은 1986년에 현재 모습을 갖추고 다시 문을 열었다. 이제 궁궐로서 원 모습이 회복된 지 약 30년이 흘렀다.
요즘 창경궁은 밤 벚꽃놀이도 없고, 동물원도 사라졌으며, 춘당지 연못에서 뱃놀이를 즐길 수도 없지만 그 만큼 궁궐이 조용해졌다. 그 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을 찾아볼 수가 있다.
창경궁의 면적은 약 22만㎡이다. 생태학적으로 보면 잘 정돈된 정원과 오래된 나무가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정원이나 숲 주변에 관상 목적으로 식재한 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는 것도 특색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대표적인 숲 속 나무와 집 주변 관상용 나무 대부분을 산책하면서 편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창경궁이다.
숲은 갈참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소나무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큰키나무가 땅을 덮는 비율(피도)이 높기 때문에 떨기나무나 초본은 많지 않고 종수도 적은 편이다. 이 지역의 종 다양성을 높게 유지 켜 주는 요인은 창경궁 주변 숲, 정원, 일부 교란지이다. 또한 관상용으로 식재한 식물도 종 다양성을 높이는데 일조한다.
창경궁은 창덕궁과 붙어 있어 또는 관리가 매우 유사해 식물상 역시 비슷하다. 다만 과거 창경원으로 불리던 시기에 식물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 잔존한 식물에 의하여 종수가 다소 많고 창덕궁보다 입장객이 많기 때문에 교란을 더 많이 받고 있다. 1999년 조사에 의하면, 창경궁에는 293종류, 창덕궁에는 248종류의 식물이 자라는데 외래식물도 전체 중 약 11%에 해당하는 32종이 자라고 있다. 일부 외래 수종이 있으나 조경할 때 가능한 한 자생종을 심은 결과 외래종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창경궁 내에서 수 십 년의 노력 끝에 잘 가꾸어진 도심 속 자연의 휴식터가 살아 숨쉬고 있다. 창경궁에는 요즈음 졸참나무, 갈참나무 같은 참나무가 잘 자라고 있으며, 큰 나무 아래에는 봄에는 진달래가, 초여름에는 흰꽃이 예쁜 때죽나무가 곱게 핀다. 가을이면 참나무 류와 단풍나무 류가 곱게 물들고, 겨울에는 늘 푸른 잎을 가진 소나무가 눈에 띈다.
초여름에 접어든 요즘 깊은 산 계곡에서 자라는 함박꽃나무가 크고 흰 우아한 꽃을 피우고, 잎사귀가 고추를 닮았지만 흰꽃이 향기로운 고추나무도 한창이다. 산딸나무는 커다랗고 시원한 네 장의 꽃받침으로 눈길을 끈다. 인동덩굴은 운치 있게 벌어진 흰꽃과 흰꽃이 시간에 따라 변한 노란꽃을 탐스럽게 매달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소나무를 심은 것은 창건할 당시였고, 이후에 뽕나무, 매화, 모란, 앵두나무, 느티나무, 버드나무 등을 심었으며, 순조 때 그려진 궁궐도에는 이 외에도 회화나무, 음나무, 주목, 측백나무, 복사나무 등 11종류의 나무를 구분할 수 있다. 도심 속에서 다양한 우리 나무를 살펴보고 가족 모두가 휴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창경궁과 창덕궁이다.
주말이 되면 모든 고속도로는 자동차로 붐비지만 도심은 오히려 조용해진다. 만족감 높은 도심 속 생태산책을 창경궁에서 즐기기 딱 좋은 계절이다.
이은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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