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잡고, 딱정벌레 잡고…더워도 호반새는 지치지 않았다


윤순영 2018. 08. 03
조회수 740 추천수 1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불에 달군 듯 붉은 부리의 여름철새, 7월말 번식
개구리, 도마뱀, 딱정벌레 이어 마지막 잔치는 뱀

크기변환_YSY_9229.jpg» 불에 달군 듯 붉은 부리를 한 호반새는 이맘때 번식을 한다.

크기변환_YSY_9368.jpg» 폭염을 물리치며 먹이 사냥에 나서는 호반새.

40도를 육박하는 엄청난 폭염이 찾아왔다. 호반새를 관찰하는데, 한증막에 들어 앉아 있는 것 같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참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사람이나 새나 견디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호반새는 폭염 속에서 몸을 불사르듯 새끼를 키웠다. 사람이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호반새 부부가 새끼를 위해 지속되는 무더위를 뚫고 열심히 사냥하는 모습이 경이롭다.

크기변환_DSC_9430.jpg» 먹이감을 물고 와 둥지 주변에서 안전을 살피는 호반새.

크기변환_YSY_9393.jpg» 호반새 부부가 나란히 개구리를 사냥했다. 새끼를 키우는 동안 부부가 함께하는 모습은 흔하게 관찰되지 않는다.

크기변환_YSY_8514.jpg» 딱정벌레를 사냥한 호반새.

호반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여름철새이다. 남부 지방보다 중부지방에 분포하는 경향을 보인다. 호반새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타이완, 만주에서 번식하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셀레베스 등에서 월동한다. 햇빛이 들지 않는 우거진 숲속에서 서식하고 나무구멍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직접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크기변환_DSC_9463.jpg» 먹이를 물고 둥지 주변에 앉아 있다 자리를 옮기는 호반새.

크기변환_DSC_9464.jpg» 둥지 가까이 날아간다.

크기변환_YSY_9426.jpg» 폭염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먹이를 나르는 호반새.

크기변환_DSC_9503_01.jpg» 먹이를 줄때나 돌아서는 순간은 무방비 상태로 위험하다. 어미 호반새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호반새는 27cm의 적갈색 몸, 5.3∼5.9cm의 두툼하고 선명한 붉은색의 강력한 부리를 가지고 있다. 6~7월에 5~6개의 알을 낳아 7월 말이 되면 번식을 거의 마무리하게 된다. 특히 8월에 새호리기가 번식을 끝내면 우리나라를 찾아 온 모든 새들이 번식을 마칠 시기이다.

■ 호반새 먹이 주기

크기변환_DSC_9336.jpg» ① 개구리를 물고 있는 호반새.

크기변환_DSC_9342.jpg» ② 자리를 옮기기 위해 급강하 하는 호반새.

크기변환_DSC_9343.jpg» ③ 짧은 거리를 뛰어 내리는 어미 호반새는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꼬리를 치켜세웠다.

크기변환_DSC_9344.jpg» ④ 이젠 자리에 앉기만 하면 된다.

호반새 먹이는 개구리를 비롯하여 도마뱀, 곤충, 지렁이, 가재, 소형 담수어류 등이다. 이소 시기가 다가오면 뱀을 잡아다주는 특식 잔치가 벌어지기도 한다. 비좁은 나무구멍에서 더위를 이겨내는 새끼들도 힘들 것이다.

어미는 새끼를 서둘러 키워내고 싶고 새끼들은 둥지 밖으로 나와 날갯짓을 하고픈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다양한 먹이를 호반새 부부가 교대로 사냥해온다.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랄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크기변환_YSY_8827.jpg» ⑤ 자리를 옮긴 호반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둥지로 가기 위해 주변의 안전을 점검하고 거리 예측과 속도를 조절을 준비한다.

크기변환_DSC_9571.jpg» ⑥ 주위를 살피다 둥지를 향해 재빨리 다가간다.

기변환_DSC_9560.jpg» ⑦ 눈동자는 둥지에 고정되어 흔들림이 없다.

크기변환_YSY_9524.jpg» ⑧둥지 가까이 다가선 호반새.

크기변환_YSY_9660.jpg» ⑨호반새가 둥지에 착지하는 순간이다.

크기변환_YSY_9435.jpg» ⑩ 어미 호반새는 건강하게 새끼를 빨리 키워 폭염에 시달리는 새끼를 빨리 꺼내고 싶은 마음뿐일 것이다.

크기변환_YSY_9683.jpg» ⑪ 어미 호반새가 먹이를 주고 난 뒤 재빨리 둥지를 떠나는 것은 천적에게 둥지를 노출시키지 않게 위해서다.

사람의 모정과 새들의 모정에는 차이가 있을까? 폭염 속에 새끼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호반새의 깃털이 뜨거운 열기에 더 물들어 보인다. 쉴 새 없이 사냥을 해 먹이를 나르는 것으로 보아 둥지 안에 새끼가 여러 마리 있을 것이다. 몸을 사리지 않고 폭염 속에 새끼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서 모정엔 끝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크기변환_DSC_1721.jpg» 나방을 사냥한 호반새.

크기변환_DSC_1854.jpg» 폭염에도 새끼를 키우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호반새 부부가 둥지주변에서 자주 만난다.

크기변환_YSY_9350.jpg» 얼굴까지 밖으로 내민 새끼 호반새, 먹이를 먹을 때 새끼의 얼굴을 보는 일은 드물다. 둥지를 떠날 시기가 다가온 것 같다.

7월 25일,호반새 새끼들도 어미의 지극한 사랑을 아는지 하나 둘 둥지 밖으로 뛰쳐나온다. 20여 일만에 무사히 나온 6마리 새끼들의 기특한 모습은 그동안 온 힘을 다해 키워준 어미의 열기를 잠시나마 식혀 준다.

어미는 새끼가 자립할 때까지 새끼를 돌보며 함께할 것이다. 새끼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둥지를 벗어났지만 자연에서 처음 날개를 펼친 새끼들의 적응은 녹록하지 않다. 어쩌면 둥지가 더 안전했을 것이다.

■ 호반새 새끼의 이소

크기변환_YSY_9500.jpg» 이소 시기에는 어미 호반새가 먹이를 가지고 둥지 밖으로 새끼가 나오게 유인책을 쓴다.

크기변환_DSC_2452.jpg» 먹이 유혹에 둥지 밖으로 몸을 내민 새끼 호반새.

크기변환_DSC_2455.jpg» 비좁은 둥지를 탈출하듯이 밖으로 뛰쳐 나온 새끼 호반새.

크기변환_DSC_2632.jpg» 밖으로 나와 본능적으로 숲속에 숨어 처음 세상을 살펴보는 새끼 호반새.

크기변환_YSY_9030.jpg» 호반새 어미의 눈길은 밖으로 나온 새끼한데 향한다.

그러나 한 번 둥지를 떠난 새는 둥지로 돌아가지 않는다. 새끼들은 천적을 비롯한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완벽하게 학습할 것이다. 어미 새가 그랬듯이 말이다. 뜨거운 여름, 호반새의 붉은 부리는 더욱 더 불타고 있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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