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⓵ 감사위원 1명 따로 뽑자는데 왜 재벌들은 극렬하게 반대할까요?

 

[경알못도 이해하는 공정경제3법] ⓵ 감사위원 1명 따로 뽑자는데 왜 재벌들은 극렬하게 반대할까요?

감사위원회 분리선출 :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3%룰’...‘기업규제’ VS ‘경제민주화’ 누구의 말이 맞을까?

장윤서 기자 blackdog@vop.co.kr
발행 2020-10-23 10:19:02
수정 2020-10-23 10: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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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경영계 인사들을 만났습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3법’(상법 일부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대해 경영계가 불만의 목소리를 내자,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가진 것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상법, 공정거래법 등 200건이 넘는 ‘기업 규제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라고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이 대표는 ‘공정경제3법’이 경제민주화 내용을 담은 만큼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는 “공정경제3법은 기업들의 건강성을 높여드리기 위한 것”이라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같은 법을 두고, 한 쪽은 ‘기업 활동에 족쇄를 묶는 법안’이라고 평가하고 다른 한 쪽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법’이라고 합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자세하게 따져봤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뭐죠?

공정경제3법 중 대기업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은 ‘상법 일부개정안’입니다. 상법 중에서 일부분을 고치자는 것이죠. 어떤 부분을 고치자고 했기에 대기업들이 반대하고 있을까요.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분리 선출’입니다.

개정안은 기존 법안이 문제가 있거나 제 역할을 못한다고 판단했을 때 제출됩니다. 그러니까 정부는 기존의 감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고 보고 선출하는 방식을 바꿔보자고 제안하게 된 겁니다.

기존 감사위원회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었는지, 어떤 문제에 봉착해 정부가 개정안까지 내게 됐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됩니다. 회사를 설립하거나 운영할 때 자신의 자본금만으로 충당하기 어렵습니다. 기업 설립·운영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회사는 주식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주주들에게 투자(출자)를 받습니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회사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결정은 주주들이 결정하죠. 주주총회라는 자리가 바로 그런 결정을 하는 회의입니다. 하지만 주주총회를 쉽게 열 수 없잖아요. 일반적으로 회사 경영에 관한 중요한 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뤄집니다. 이사회, 그러니까 이사들이 모이는 회의죠.

그럼 이사는 누가 정할까요. 주주총회에서 결정됩니다.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뽑고, 회사를 일상적으로 경영하라고 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사들 중에서 일상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회사의 상시적 중요결정을 내리는 사람을 정하는데, 대표이사라고 부릅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우리가 아는 대의제 민주주의 일반 원리와 비슷합니다. 다만, 대의제 민주주의가 ‘1인 1표’로 하는 대신 주식회사에서는 ‘1주 1표’를 행사합니다. 주식 한 장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주주들은 회사의 경영상황을 이사들에게 내맡기기만 할까요. 그러지는 않습니다. 회사 내에 ‘감시자’를 두게 돼 있습니다. 이런 경영감시기관을 ‘감사’ 혹은 ‘감사위원회’라고 하죠. 이사회에 참여하는 이사들 중에서 이런 역할을 맡는 사람을 두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감사 혹은 감사위원회 소속 감사위원은 ‘이사’라는 말이죠.

상법에 보면 회사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의 경우 원칙적으로 감사위원회를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면 감사위원회는 어떻게 구성할까요. 기본적으로 감사위원 선출 방식은 ‘대주주’의 횡포를 막고, 불법적이거나 반사회적 행위를 막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대주주의 영향을 덜 받는 사람들을 이사회의 멤버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죠.

일단, 감사위원 중에서 2/3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외이사는 회사 내부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의 잘잘못에 대해서 제대로 지적하고, 감독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또 3명 중 한 명은 반드시 재무·회계 관련된 전문가를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사 재무상황을 전문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또 대기업의 최대주주 본인과 친인척은 감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계열회사의 고용이나 거래관계 등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도 배제합니다.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결격사유 장치를 둔 것입니다.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도 대주주의 입김을 막기 위한 장치가 있습니다.

현행 상법에서 감사위원은 이사 중에서 선임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단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뽑힌 사람 중에서 감사위원을 정하게 돼 있는 것이죠. 그런데 감사위원을 정하는 결정을 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됩니다. 감사위원을 정할 때 만큼은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축소해서 가능한 ‘감시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뽑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이걸 ‘3%룰’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이번 개정안은 뭘 바꾸자는 것일까요? ‘감사위원을 따로 선출하자’는 겁니다. ‘감사분리선출제’라고 부릅니다.

기존에는 일단 이사회를 구성한 뒤, 이사들 중에서 감사위원을 정하게 돼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감사위원이 될 ‘후보군’인 이사를 선출할 때 이미 최대주주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되고 1주에 1표를 행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주식을 많이 보유한 최대주주(재벌일가)가 사실상 이사회를 구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정안에는 아예 감사위원은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서 선출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3%룰을 적용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까지 합쳐서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했습니다. 최대주주, 그러니까 일반적으로는 재벌의 총수일가가 감사위원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게 만든 겁니다.

이렇게 해서 ‘감사위원회’의 목표인 감시기능을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강화시키는 겁니다. 쉽게 말해 대주주의 영향력을 덜 받는 사람이 이사회의 멤버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상대적으로 주주총회에서 힘이 약한 주주들의 권리도 지킬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입니다.

한진칼이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있다.
한진칼이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있다.ⓒ민중의소리

감사위원회가 대주주의 ‘예스맨’이 되면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현행 상법에서 감사위원회에 ‘사외이사’를 두도록 하고 감사를 정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장치를 두고 있지만,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굳이 재벌 일가가 아니더라도 이사회를 장악하는 경우, 주주들이 대거 피해를 입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감사위원이 경영에 ‘찬성표’만 던졌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16년 밝혀졌던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입니다.

대우조선은 2013~2014년 당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면서 2조 가량의 영업손실이 난 것을 숨긴 채 허위 재무제표를 제출했습니다. 2015년까지 합하면 총 5조원 규모가 됩니다. 이런 상태를 두고 경제학에서는 ‘분식회계’를 했다고 합니다. 분식회계는 속은 곪은 상태지만, 회계에 ‘분’을 칠해, 겉으로 예쁜 상태인 것처럼 속였다는 뜻의 용어입니다. 이 재무제표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은 결국 대대적인 손해를 보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영을 감독해야 할 감사위원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가 일어났던 2010~2016년 3월까지의 이사회 안건을 조사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이사회 안건 수는 271건이었고, 안결 가결 수는 269건에 달합니다. 안건 유보 수는 단 2건에 그칩니다. 하지만 이마저 차후 가결이였기 때문에 사실상 안건 반대 건수는 0건으로, 안건 가결률 100%였다고 합다. 분식회계가 일어난 기간에 감사위원이 단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감사위원이 가진 권한이 없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감사위원은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해 이사회에 보고할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이사가 제출한 의안, 서류 등을 조사할 수 있고, 이사로부터 재무제표를 수령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집니다. 감사위원이 재무제표를 제대로 감독했다면 대우조선해양에 투자했던 주주들을 보호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뿐만 아니라 주주들이 피해를 봤을 때 감사위원은 대표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사위원은 주주들을 대표해 소송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재벌일가가 사실상 임명한 감사위원이 회사와 재벌일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보다 못한 개별 주주들이 직접 소송에 나섰습니다.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는 주주 290명이 대우조선 법인과 고재호 전 대표, 안진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46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현재의 감사위원제도는 공정경제, 경제민주화와는 사뭇 동떨어진 모습입니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이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이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재벌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타당한가

정부가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대기업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주요한 반발의 이유는 ‘최대주주가 의결권을 3%만 행사할 수 있는 경우 이 점을 노린 해외투기자본이 감사위원으로 선출될 수 있다. 이 경우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경영권이 뭘까요? 무엇이기에 위협이 된다고 하는 것일까요?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영권에 대한 위협은 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김 교수는 “경영권 위협이 될 정도라면 다수의 감사위원들이 분리 선출 방식으로 뽑혀야 하는데, 1명만 분리 선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는 위협이 되진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사회 전체 구성원 중에서 딱 한 명을 독특한 방식으로 뽑는다고 회사의 경영이 위태롭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김우찬 교수는 더 나아가 재벌들의 입장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회사 경쟁력을 낮추는 것이고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인데, 주주입장에서 주주총회에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려는 후보를 통과시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김 교수가 설명한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3월 열린 제51기 주주총회에서 해외 단기 투기자본인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에 완승을 거뒀습니다.

당시 엘리엇은 주주제안으로 현대차의 당기순이익의 2~3배가 넘는 수준의 고배당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주들은 엘리엇의 이 같은 주장에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서면표결을 진행한 결과 현대차 이사회의 방안(1주 당 3000원을 배당한다)의 찬성률은 86%, 엘리엇의 방안(1주 당 2만1,967원을 배당한다)은 13.6%이었습니다. 주주들이 엘리엇의 주장을 황당하다고 결론내린 것이죠.

김우찬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시 주주들은 양쪽 의견을 평가하고 현대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현실이 이런데, 재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사람’을 내세워도 다 통과한다고 전제하고 있지 않나.”

사실 재벌들의 주장은 결국, “어떤 견제도 받지 않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사회에 자신들이 껄끄러울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들일 수 없다는 수준이죠. 재벌들의 입장은, 분식회계같은 불법적 행위를 감시하는 것조차 경영권 위협이라는 것일까요?

김우찬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경영권’이라는 것을 너무 넓게 해석하는 것 같다. 주식을 확보하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경영권이다. 재계는 자신들(재벌일가)의 마음대로 하는 것이 경영권이고,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경영권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박근혜-김종인의 정책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어떤 입장일까요? 주호영 원내대표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하면서도 해외 투기 자본 침투와 관련된 기업의 우려에 대해서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재벌들의 논리와 궤를 같이하고 있죠. 국민의힘 내 대부분의 의원들도 유보적 입장이거나 과도한 기업 규제라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찬성입장입니다. 그것도 두손 들어 찬성합니다. 지난달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 나온 발언을 볼까요?

“(상법일부개정안이) 지금 현행대로 통과된다고 해도 기업 운영에 크게 문제가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기업들의 관행을 보면 법이 규정한다고 해서 경제 활동을 못 하거나 한 것은 없다.”

“과거 경제 성장 과정에서 정부가 기업의 불법 행위를 용인했고 경제 모순이 많이 축적됐다. 기업의 행태를 시정하기 위해 낸 안이다.”

마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법안을 설명하는 느낌입니다. 사실 이 법안은 이미 김종인 위원장이 2016년 7월에 발의한 법안과 비슷합니다. 정부안은 김종인 위원장이 제출했던 상법 일부개정안보다 조금 후퇴한 안입니다.

당시 김 비대위원장은 상법일부개정안을 제안하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하여 선임하도록 함으로써 선임 단계에서부터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도록 하여 감사위원회 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당시 김종인 안은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각 1인 또는 복수의 후보자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후보자 각 1인은 반드시 사외이사로 선임하여야 한다.”

우리사주조합과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한 명씩 이사회에 넣어야 한다는 방안은 이사회 구성에서 대주주의 입김이 닿지 않는 사람을 더 넣는다는 것이죠. 즉 이사회 내에 견제세력을 더욱 키우는 방안입니다.

회사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결국 구조조정 등 해고 여파가 노동자에게 가장 먼저 돌아오는 만큼 노동자들이 추천한 사람을 사외이사로 참여시켜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견제할 필요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루트’를 제시하는 겁니다. 현재 정부안에서는 이 내용이 포함돼 있진 않습니다.

그 때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니까 그렇고 지금은 보수정당에 있으니까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주장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이날 밤 새누리당 당사 종합상황실을 찾아 캠프관계자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자료사진)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이날 밤 새누리당 당사 종합상황실을 찾아 캠프관계자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자료사진)ⓒ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요, 감사위원 분리선출안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제출한 상법개정안에 들어있던 내용입니다. 그 때와 법의 내용은 똑같습니다.

물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10대 재벌총수들을 만난 뒤에 별안간 이 법안을 수정하겠다고 해버렸고, 입법안이 폐기되었습니다. 그 때 나왔던 말이 ‘경제민주화보다 경제활성화가 우선이다’는 논리였습니다. 그 뒤로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들이 어떤 관계였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국민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제출했었고,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제출했었던 법안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한다는 것은 법안의 취지를 알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들과 만나서 한 약속과 의견을 같이한다는 것 외에는 해석할 길이 없습니다.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두고 재계의 반발이 거세지만, 정부·여당에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 펼쳐져 있는 듯합니다. 본격적인 여야의 줄다리기는 앞으로 예정된 국회 정무위원회, 법사위원회에서 첨예하게 다뤄질 예정입니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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